연신원 지키기 모임, "'자연''역사'와 공존하는 패러다임 전환 불가능한가"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연신원) 건물은 지난 1964년 연세대 신촌 캠퍼스에 건립됐다. 40년째 연세대의 전통적인 이미지를 대표해온 고딕식 벽돌건물이 교수와 학생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결국 연세대 당국의 뜻에 따라 지난 27일 새벽 기습적으로 일부 철거됐다. 같은 날 오전 ‘연신원 지키기와 에코 캠퍼스를 위한 모임'(연신원 지키기 모임) 소속 교수 30여명은 서울환경운동연합 등 4개 시민환경 단체들과 공동 규탄성명을 냈다. 이들은 야음을 틈 타 강제적으로 이뤄진 연신원 철거를 비난하고 28일 오후엔 △철거된 연신원 건물 복원 △총장 사과와 자진사퇴 △친환경적 에코캠퍼스를 위한 대안 마련 등 요구 사항을 대학당국에 전달했다. 또 앞으로 요구사항이 수용될 때까지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설날을 이틀 앞둔 29일 올 들어 가장 춥다는 날씨에도 교수들은 여전히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일주일 전부터 천막농성을 진행해온 ‘연신원 지키기 모임’ 교수들은 새벽에, 그것도 잠시 농성장을 비운 틈을 타 군사작전 감행하듯 이뤄진 철거에 매우 격앙돼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금도 대학당국은 “선교센터 건립 계획은 지난 95년 수립된 것으로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군사작전 방불 새벽 기습철거에 분노 27일 새벽 기습 철거에 일부 교수들이 대학당국에 항의방문하자 이 대학 부총장은 “20개월 공사 일정상 부득이 하다”고 말했다. 연신원 지키기 모임 김용민 교수(독문학)는 부총장 외의 다른 보직교수들로부터 “오래전부터 짜여있던 계획대로 진행한 것뿐이다”, “사람 없는 밤에 철거하지 사람들 불편 주게 낮에 하나”라는 핀잔만 들었다. 천막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조한혜정 교수(사회학)는 이러한 대학당국의 태도에 대해 “개발독재 시대에나 있을 법한 밀어붙이기식 행정”이라며 “대화를 위한 최소한의 기대나 신뢰마저 무너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무엇보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명문사학에서 대학당국과 그 책임자인 총장이 수많은 교수들의 반대 목소리를 권위와 행정력으로 짓눌렀다는 데서 학내 구성원뿐 아니라 이 대학 동문과 일반 시민들의 비판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현재 연세대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방송과 언론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총장과 대학당국을 성토하는 글들이 빼곡하다. “문과대 교수 이기주의라는 말에 가장 참담” 그러나 일각에서는 연신원 철거에 대한 집단 반발을 문과대 교수들의 이기주의 차원으로 보기도 한다. 현 연신원 자리는 문과대 옆에 있다. 아담한 지상 2층 연신원 건물이 무너지고 지상 4층 높이의 육중한 건물이 완공되면 문과대 교수들은 조망권 등을 침해당하고 따라서 이번 사건의 본질은 신과대와 문과대 간의 ‘밥그룹 싸움’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연신원 지키기 모임에는 문과대 교수들이 상당수다. 연세대의 한 교직원은 “캠퍼스 내 녹지 공간에 새 건물을 건립한 일은 여러 차례 있었다. 그 때 침묵하던 문과대 교수들이 왜 유독 지금 신학센터 짓는 일엔 민감한가”라며 구체적 예로 교내 위당관을 든다. 연세대는 지난 98년 가정대학 옆에 있는 숲을 깎아내고 ‘위당관’을 세웠다. 당시에도 일부 반대 여론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심각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용민 교수는 “연신원 철거 반대를 위한 교수 서명운동에 2백30여명이 참여했고 여기에는 문과대 이외의 교수들도 1백50여명이 참가했다”며 일축했다. 또 “우리는 신과대학의 열악한 교육 환경을 이해하고 신학센터 건립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단지 우리 대학내에 대체부지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고 보고 따라서 다른 부지에 건립하도록 요구하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조한혜정 교수는 “대학을 위한 대안 제시와 참여를 일부 교수들의 이기주의로 몰아가는 것이 가장 참담하다”고 말한다. 대학 발전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 절실 한편 신촌동 연세대의 환경 대 개발 논쟁을 무색케 하는 부분이 이 대학의 또 다른 캠퍼스에서 벌어지는 변화이다. 연세대 원주 캠퍼스의 경우 ‘에코캠퍼스’를 모토로 에너지·물·폐기물에 대한 친환경관리를 적극 시행, 환경친화적 캠퍼스로 정평이 나있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상지대, 대구보건대 등 극히 일부 대학만이 획득한 한국표준협회 ISO9001(환경경영시스템) 인증을 받기도 했다. 연신원 지키기 모임 교수들은 한 대학 두 캠퍼스에서의 상반된 상황이 아이러니하다고 말한다. 또 "우리나라 대학들이 ‘양적 성장’에 사로잡혀 ‘과거의 기억’과 ‘상생’의 가치를 포기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캠퍼스 개발이 인간의 얼굴을 한 대학교육도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학마다 캠퍼스 건·증축 경쟁에 목을 메는 현실을 보면 우리나라 대학들이 ‘자연’과 ‘전통’, 그리고 ‘역사’가 가져다주는 정서적 가치에 대해 지나치게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조한 교수는 “역사와 기억을 지워버리는 교육현실이 우리의 자화상”이라며 “물량주의·물신화에 사로잡혀 있는 현재의 교육철학에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관련기사 : [기자수첩]성장만이 대학발전 길인가?] [관련기사 : 연세대 '연신원' 기습철거에 교수들 반발]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