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선 '대학 학원화' 우려 시각도

학사 학위 취득에 있어 필수조건인 졸업논문 대신, 일정 수준이상의 공인 영어성적을 요구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어 주목된다. 그동안 대학들이 학과마다 특성을 고려해 졸업논문 대신 졸업종합시험, 실험실습보고, 실기·졸업작품발표 등 다양한 방법을 적용해 왔지만, 전공 수학능력을 배제하고 영어 시험만으로 학사학위를 수여하도록 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고려대는 2000학번 신입생부터 졸업논문과 졸업시험을 모두 폐지하고 공인된 영어점수로만 졸업하도록 했다. 졸업논문을 작성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 되지 않고 형식적으로 이루어진다는 판단에서이다. 건국대도 정치대, 상경대, 경영대, 사회과학대, 이과대 등이 졸업논문과 외국어 시험을 병행하고 있어 대부분의 학생들은 외국어 시험점수를 제출해 졸업하고 있다. 경희대도 경영대, 법과대 등의 경우 토익 7백 50점, 토플 2백13점(CBT, PBT는 5백50점), 텝스 6백56점 이상이면 졸업논문을 쓰지 않고도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 대학들의 이러한 변모는 고등교육의 대중화에 따라 학사논문의 이용가치가 떨어져 대부분의 학사논문이 폐기되고 있는 현실과 취업, 유학 등 사회적으로 영어점수를 요구하는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김균 고려대 교무처장은 “논문을 작성할 경우 체계적인 지도가 어렵고 학생들도 형식적으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며 “졸업논문을 작성하는 것보다 현실적으로 영어시험의 필요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학생들로 하여금 ‘영어만능주의’를 부추긴다는 지적 또한 제기되고 있다. 서울 K대학의 한 관계자는 “전공 특성을 무시하고, 영어점수 하나만으로 졸업 가능케 하는 것은 대학을 학원화시키는 것”이라며 “최소한 전공분야의 수학능력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가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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