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전문인력 부족···학생들 발길 끊어

살아있는 역사와 문화를 전달하기 위한 교육의 장으로 마련된 대학박물관이 제역할을 발휘하지 못한 채 외면당하고 있다. 서울 소재 A대 박물관의 경우 한해 평균 방문자 수가 2천여명에 이르지만 그 중 대학생은 5백여명도 채 안되는 규모다. 또다른 B대도 일부 학과에서만 실습장소로 활용할 뿐 일반 학생들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다. C대 4학년에 재학 중인 한 여학생은 “대학 4년동안 박물관에 가 본 적이 한번도 없다”며 “대학 박물관은 멀고 구석에 있는 데다 ‘가봐야 별로 볼 것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가고 싶은 마음도 없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박물관들은 시설을 개선하거나 특별전시회,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지만 이 조차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B대 박물관은 올 한해동안 월별로 환경교실을 마련해 별자리 관찰, 갯벌 탐사 등의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인력부족으로 차질이 생겨 내년으로 연기한 상태다. 이같이 대학 박물관이 대학생들의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에 대해 A대 박물관 관계자는 “재정, 인원, 시설 등 모든 분야에서 열악한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극소수에 해당하는 일부 대학박물관만이 제대로 운영될 뿐”이라고 털어놨다. 대학 박물관들은 교육부의 소속이어서 일반 박물관과 달리 문화관광부나 문화기금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고 각 대학의 재정 지원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것도 대학 박물관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문인력들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B대 박물관은 관장을 맡은 교수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관리자를 맡은 정직원은 연구원 1명에 불과해 관람객들이 많은 주말에는 박물관 운영을 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김권구 한국대학박물관협회 감사(계명대 학예실장)는 “박물관 인력이 적정수 뿐 아니라 박물관 직원들은 교육 프로그램이나 관람편의나 서비스 등에 대한 긍정적 자세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직원들의 태도를 바꿔 교육과 전시 서비스에 대해 긍정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대학박물관의 자성을 촉구했다. 김 학예실장은 또 “대학박물관이 지역사회와 관계를 강화해 대학생뿐만 아니라 주민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사회경제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 대학박물관도 지역사회와 유대해 자원봉사자들과 재정적 후원자들을 조직화하고, 다양한 교육시설 마련, 수집품 기부를 위한 캠페인 등을 벌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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