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4인 지상 토론… “퇴출숫자보다 철학·원칙 우선”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출범, 국·사립대 하위 15% 퇴출 방침 제시 등 부실대학 퇴출 논의가 본격화됐지만 정작 원칙이 보이지 않는다. 교육 당국은 숫자 맞추기, 보여주기식 퇴출에 급급하지 말고 확실한 원칙과 세부 대책 마련부터 서둘러야 한다.”

본지가 반값 등록금 논란이 대학 구조조정으로 확전된 현 상황을 전문가들과 함께 짚어봤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독고윤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이재교 법무법인 서울다솔 변호사,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왼쪽 사진부터 차례로> 등 전문가 4명은 ‘대원칙’ 정립을 강조했다. 각각의 입장은 달랐지만, 이들은 퇴출에 대한 교육철학과 원칙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성호 교수는 “부실대학 퇴출의 가이드라인 정도만 제시하고, 교육 수요자들이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는 수준에 그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독고윤 교수도 “핵심은 어떤 대학을 얼마나 부실대학으로 구분해 퇴출시키느냐가 아니다. 몇 군데를 부실대학으로 찍어 퇴출시키는 게 아니라, 대학의 전반적 부실을 짚어 개선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부 스스로의 책임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설립 준칙주의로 인해 대학 숫자가 우후죽순 늘어난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정부와 정치권에 ‘대학 과잉공급’의 근본적 책임이 있는데 이는 외면한 채 15% 숫자를 정해놓고 강제 구조조정한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 지원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실대학 낙인을 찍어 퇴출시키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안진걸 팀장은 “방향이 잘못 됐다. 부실대학 퇴출 이전에 대학 개혁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며 “정부 책임은 회피한 채 부실대학에게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 국가 차원 획기적 지원 확대가 우선”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책임론과 별개로 정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재교 변호사는 “부실대학의 학위 장사를 막아야 한다.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게 원칙이지만, 자발적 퇴출이 어려운 현실이므로 정부가 부득이하게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독고 교수는 “정부가 부실대학 퇴출에 앞장서야 하지만, 이와 함께 무책임하고 부패한 교육관료 퇴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학교법인 해산시 잔여재산 일부를 설립자에게 돌려줘 부실대학 퇴출에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 교수와 이 변호사는 현행법이 잔여재산 100% 국고 귀속으로 부실대학 퇴출의 여지를 막고 있는 만큼 이를 인정해 동기 유인을 제공하고, 인센티브로 제공된 금액을 구성원 위로금 지급 등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반면 독고 교수는 “투명한 회계 공개가 먼저다. 대학 퇴출시 설립자에게 잔여재산을 돌려주려면 회계 내역을 정확히 밝히는 게 선결 과제”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안 팀장은 “대학은 공공재 성격이 강한데 잔여재산을 돌려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오히려 중앙·지방정부로 귀속시키는 국·공립화가 대학도, 교육도 살리는 최고의 인센티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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