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지원'에 학부모 부담 커진다

대학입시 전형료가 너무 비싸다는 원성에 대부분의 대학이 전형료를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동결했지만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여전히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 특히 대입제도가 크게 바뀌는 2008학년도를 앞두고 대부분의 수험생이 합격을 위해 여러 대학에 '묻지마 지원'을 하는 실정이어서 많게는 전형료로 100만원 이상을 쓰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3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국외국어대, 이화여대 등 최근 수시2학기 원서접수를 실시한 주요 대학의 전형료는 전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7만원 안팎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다수 대학은 작년과 같은 수준으로 동결했지만 동국대가 1만원을 올리는 등 인상한 곳도 일부 있다. 각 대학은 수험생 부담을 덜기 위해 전형료를 동결하고 '이중 부담을 안긴다'는 지적을 받았던 인터넷 접수 수수료(5천원)도 작년부터는 학교 쪽이 대신 내고 있다고 밝혔지만 수험생이 떠안는 부담은 오히려 갈수록 늘고 있다. 실제 최근 교육부가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6학년도 수능 응시료(5개 영역)는 4만7000원으로 전년도의 4만1000원보다 17% 가량 오르는 등 지난 5년 간 전형료가 두 배 넘게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수능에서도 세 과목에 응시하면 4만2000원, 네 과목은 4만7000원, 제2외국어를 포함한 다섯 과목은 5만2000원을 내야 한다. 대부분 수험생이 보통 4~5개 대학에 원서를 넣고 있고 수시2학기 모집에 앞서 7월 실시된 수시1학기, 11월 수능 이후 실시될 정시모집 전형료까지 합치면 수험생 한 명이 내는 전형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대까지 늘어난다. 수시2학기 모집에서 서울시내 5개 대학에 지원해 35만원이 들었다는 한모(18ㆍ여)양은 "다섯 군데면 적은 편"이라며 "10개가 넘는 대학에 지원한 친구도 비일비재하고 심지어 18개 대학에 지원해 100만원이 넘는 돈을 쓴 친구도 봤다"고 털어놨다. 한양은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대놓고 얘기는 못하지만 다들 전형료가 너무 비싸다고 불평한다. 올해는 재수생만 100만명으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해 '꼭 붙어야 한다'는 생각에 울며 겨자먹기로 지원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고3 수험생을 둔 강모(52)씨는 "수시1차 때도 네 곳에 원서를 냈다 떨어졌는데 지금까지 낸 응시료를 합치면 60만원이 넘을 것"이라며 "대학이 전형료 장사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의 한 고교 이모(38) 교사는 "불합격자에게 전형료 일부를 돌려주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환불불가를 방침으로 정한 학교도 있다"며 "객관적 기준을 바탕으로 전형료를 책정해야 하는데 대학마다 제각각인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학교별로 들쭉날쭉한 전형료 기준을 꼬집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사립대 관계자는 "입시를 치르려면 교수들에게 논술 출제장소로 호텔도 제공해야 하고 입시에 관여한 교수, 교직원 인건비도 줘야 하는 등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 정동채 열린우리당 의원, 엄호성 한나라당 의원 등 11명은 수능응시료 무상화를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발의할 계획이다. 최 의원은 "2005학년도 229억 2천576만원인 전체 예산중 교육과정평가원 직원의 인건비까지 포함됐지만 저소득층에 대한 응시료 면제 등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며 "대학 입학을 위해서는 누구나 치러야할 관문이므로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하는 것이 옳다"며 "9월 정기국회를 통해 수능 수수료 무상방안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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