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조와 조개구이의 절묘한 어우러짐

아침 안개 자욱한 선착장. 배가 뜨기만을 마냥 기다리는 내내 따가운 6월의 하루를 예고하는 안개는 쉬 걷히지 않았다.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선 영종도는 안개가 많기로도 유명해 착공 당시 입지조건에 대한 논란도 많았다고 한다. 무의도 가는 길은 공항전용고속도로를 지루하게 타고 나서야 섬 끄트머리 연륙교로 연결된 잠진도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영종도의 개발로 급속하게 도시민에게 부끄러운 속살을 드러낸 신비의 섬. 이 섬 바로 코 앞 실미도에서는 내년 초 개봉 예정인 강우석 감독의 초대형 신작 ‘실미도’촬영이 한창이다. 김신조가 이끄는 북한 무장공비들의 청와대 기습사건인 1968년 1.21사태에 대한 보복책으로 박정희 정권이 창설한 북파공작원들의 훈련장소가 바로 실미도.
설경구 허준호 등 호화 캐스팅과 1백억원에 이르는 제작비가 투입되는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실화라는 점에서 제작 초기부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당시 3년여에 걸친 지옥 훈련 끝에 부당한 대우와 정부의 약속 불이행 등에 불만을 품은 북파공작원들이 실미도를 무장 탈출, 인천을 경유해 서울로 진입하다 사살되거나 사형에 처해진 가슴저미는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실미도는 어미 무의도가 품고 있는 새끼섬이다. 이렇듯 아련한 역사의 현장은 무의도 실미해수욕장에서 물이 빠지는 간조때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제작진들도 촬영이 없거나 쉬는 시간에는 무의도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물이 들어차기 직전 걸어서 실미도 제작현장으로 향한다.
영화가 개봉되면 세트장을 찾는 관광객들로 또 하나의 명소가 될 무의도를 대표하는 해변은 역시 넓고 고운 모래사장이 깔려 있는 하나개 해수욕장. 하루 두 번 물이 빠지는 갯벌에서는 어른 아이 모두가 얼굴과 팔 다리에 진흙을 묻히고 ‘동죽’이라는 바지락 보다 조금 큰 조개 캐기에 하루해가 아쉽다. 무의도의 두 해수욕장은 방갈로 등 숙박시설과 샤워시설 식수대 야영시설 등 편의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졌다. 주민들이 번영회를 조직해서 공동 관리하기 때문.
사다리식 계단을 올라가는 원두막 방갈로에 숙소를 잡으면 해변의 고즈넉한 운치를 가슴으로 맛볼 수 있다. 밀물이 되면 방갈로 바로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방안에서 바다를 껴안을 수 있을 듯 하다. 근처 호룡곡산과 국사봉은 바다와 더불어 산에 들어 살림욕을 잠시 즐길 수 있는 40분 정도 거리의 부담없는 등산 코스. 인천국제공항 전경과 주변 해안을 조망할 수 있다. 해변 가득 펄쳐지는 낙조의 장관에 회색빛 가슴을 실어 붉게 물들이는 동안 숯불 위에 얹어진 조개들이 입을 딱딱 벌리며 도심에 지친 나그네들의 입을 즐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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