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에 대한 고민 때문일까. 인생을 논하는 걸까. 대학생들의 대낮 음주가 일상적인 문화로 방치되면서 캠퍼스가 낮술에 취하고 있다. 서울 모 대학 노천극장 일대는 삼삼오오 모여 앉은 낮 애주가들의 ‘명소’. 보통 낮 1시-2시 이후부터 벌어지기 시작하는 ‘모임’ 에서는 후덥지근한 날씨탓인지 맥주를 즐기지만 주머니 사정과 취향에 따라 소주도 단골 주종으로 등장한다.
벌겋게 취기 오른 얼굴로 교정을 활보하며 추가로 맥주병을 사 나르고 근처 건물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강의실에 들어가는가 하면 출석만 부르고 다시 술자리에 합류하는 학생도 눈에 띤다. 담배꽁초와 병뚜껑이 바닥에 어지럽게 널려있는 주변을 치우지 않고 즐긴 자리를 뜨는 지성인 답지 않은 행태도 자주 목격된다. 이 대학 총장실과 행정실이 있는 본관 바로 뒤 불과 10미터 정도 거리의 코 밑에서 펼쳐지는 이 명소 중앙에는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듯 다음과 같은 총학생회 명의의 호소성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대학의 낭만,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선 책임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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