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학 지표 지방대에 불리… 보완·개선 필요”

최성해 동양대 총장은 인터뷰 자리에서 “지방대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지론을 되풀이 역설했다. 동양대의 자랑거리인 ‘공무원사관학교’ 브랜드를 알리기보다 지방대 전체의 현실적 어려움과 목소리를 전하는 데 힘쓴 것은 이유가 있다. 최근 본격화된 부실대학 퇴출작업 때문이다. 최 총장은 지표상 퇴출의 우선 타깃이 될 지방대들의 절박함을 전하려고 애썼다.

대구·경북지역교육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최 총장은 그간 정원외모집 특별전형을 비롯해 대학 구조조정의 주요지표가 지방대에 불리함을 역설해왔다. 수도권 위주의 구조조정이 지방대 몰락을 부르고, 지역경제 붕괴와 지역공동화(空洞化)로까지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합리적 지표 개선·보완으로 지방대를 살려내야 한다고 강조하는 최 총장을 지난 10일 만났다.

- 부실대학 퇴출작업의 주요 타깃이 지방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일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학자금대출제한대학’으로 선정된 23개 대학을 보자. 한 곳을 제외하면 모두 지방대다. 이 가운데 4년제대는 모두 재학생 5천명 이하 지방 소규모 대학이고, 23개 대학 전체가 사립대다. 이들 대학에 문제가 없지 않겠지만 지방대가 매우 불리한 경쟁을 하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역교육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역 발전의 바탕이 되는 지역교육을 경제적 논리로만 해석할 수 없다는 얘기다. 벼농사의 경제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모두 접을 수는 없지 않는가. 식량안보 때문인데, 지역교육도 이런 차원에서 봐야 한다. 지방대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수도권과 지방, 대규모와 소규모 등을 구분해 부실대학 또는 퇴출 대상을 선정해야 합리적일 것이다.”

- 지방대에 불리한 지표는 무엇인가? 생각하는 지표 보완·개선책이 있다면.
“구조조정과 부실대학 선별의 주요지표인 ‘재학생 충원율’은 수도권이나 대도시 소재 대학들이 절대 유리하다. 신입생 충원율 100%를 달성한다 해도 많은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편입해 지방대는 재학생 충원율 유지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년 신입생을 100% 유치하고도 부실대학에 지정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방대 입장에서는 매우 불합리한 상황이다. 따라서 재학생·신입생 충원율을 균형 있게 반영하는 새로운 지표가 적용될 필요가 있다. 반면 당초 문제제기의 출발점이었던 등록금 인상 수준은 반영 비율이 낮은 편이다. 대학문제의 본질인 등록금 인상률 지표를 더 큰 비중으로 반영하는 게 합당하다.”

- 재학생 충원과 관련해서는 그간 정원외모집 폐지를 반복해 주장한 바 있는데.
“현재 시행 중인 정원외모집 특별전형은 지방대 공동화와 수도권 쏠림현상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대학 입학정원보다 고교 졸업자 수가 적어지는 상황이 충분히 예견됨에도 지난 정부에서 정원외모집 비율을 오히려 늘린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지금이라도 정원외모집을 폐지하고 정원내모집으로 전환하거나 단계적으로 모집비율을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수도권 대학들이나 지방 고교들은 기회균등과 지방 고교생 배려 차원에서 정원외모집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사실 설득력이 떨어진다. 진정 사회적 소외계층을 위한 특별전형이라면 정원외·정원내모집 여부와는 상관없지 않은가.”

- 지방대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방대와 지역경제는 상생 구조다. 지역산업과 경제 활성화의 주역인 지방대가 문을 닫으면 지역경제의 몰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방대 자체만으로 떼어놓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지방대가 고사하면 지역민의 교육비가 올라가고 인구 이탈이 가속화된다. 말 그대로 지역공동화 현상이 벌어진다. 비유하자면 지방대가 죽는 것은 우리 몸을 지탱하는 모세혈관이 파괴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수도권이 중요하다고 지방을 도외시하면 신체가 썩는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오히려 수도권 규제를 풀자고 아우성이다. 지방의 발전이 국가의 발전이라고 믿는 입장에서 참으로 답답하다.”

사실 동양대는 지방대 위기론에서 한걸음 비켜서있다. 2004년 시작한 공무원사관학교 브랜드가 전국적 인지도를 얻으며 특성화 대학으로 발돋움했다. 사회적 수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커리큘럼 개선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최 총장이 적시에 낸 여러 아이디어도 빛을 발했다. 그는 교육 당국이 철학을 갖고 ‘선택과 집중’ 형태의 특성화에 주력하는 자세가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수도권에서도 동양대는 공무원사관학교로 많이 알려져 있다. 비결이 궁금하다.
“특정 개인의 아이디어나 콘셉트는 아니다.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학생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기왕에 대학이 공무원 소양교육을 시켜 내보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공무원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으니까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봤는데 성과가 괜찮았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공무원을 꿈꾸는 고교생을 뽑아 국가가 필요로 하는 공무원을 길러내는 데 일조하자는 취지에서 공무원사관학교를 만들었다. 당시 지방대로 취업률이 85% 수준이었으니 나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취업률이 몇 %라는 것보다 어디에 취업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구성원들의 의견이 모였다. 공무원사관학교를 대학 특성화의 허브로 삼아 철도대학·국방기술대학·행정경찰대학 등 다른 단과대학과 연계하고 있다.

- 다양한 형태의 공무원 양성 성과가 눈에 띈다. 성공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은.
“공무원사관학교 성공 비결은 특성화 방향이 사회 수요와 일치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대학의 집중투자가 더해졌다. 공무원사관학교를 단독 건물로 지어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다른 단과대학과 연계, 철도 관련 공사 직원이나 기술직 군무원 등을 육성하는 데도 효과를 봤다. 투자의 결과로 올해 상반기에만 공무원사관학교 프로그램에 따라 준비해온 학생 80명 이상이 공공부문에 진출했다. 앞으로도 공직 진출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사실 지금의 공직에 대한 관심은 비정상적으로 높다. 하지만 우리는 공무원 직종의 인기와 상관없이 공공부문에 필요한 인재를 키워내는 데 힘쓰겠다.”

- 상아탑으로 표현되는 대학 본연의 기능을 잃어버렸다는 비판도 제기되는데.
“대학 본연의 기능인 교육·연구·봉사는 대학의 기본적 기능이자 의무다. 하지만 지금 정부의 대학 정책은 대학을 절름발이로 만든다. 연구논문을 얼마나 썼는지도 중요하고 취업률도 중요하다. 교육과 연구 중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게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어느 한쪽을 택해야 한다. 동양대의 방향성은 ‘교육중심대학’이다. 학령인구 급감, 사회적 수요, 대학 특성화, 대학 구조조정 등의 대내외적 환경을 고려한 비전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수한 학생을 교육시켜 좋은 직장에 취업시키는 게 중요하다. 공무원사관학교 정책을 활성화하고 내실 있는 수요자 중심 직능별 교육에 집중하려 한다.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한 뒤 곧바로 회사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겠다는 얘기다.”

- 다시 지방대의 현실 문제로 돌아오게 되는 것 같다.
“알게 모르게 지방대의 설움이 있다. 예컨대 동양대가 처음으로 명예학사 학위를 수여하면 지역 언론에 조그맣게 나는데, 이후 서울의 이름 있는 대학이 똑같이 하면 중앙언론에 ‘대학 최초’란 타이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등록금 문제도 그렇다. 동양대는 4년제대로는 상당히 등록금이 싼 편이다. 수도권 소재 전문대학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런데도 주목도가 낮으니 등록금 높은 대학들과 묶여서 취급당한다. 등록금에 대한 지원을 받을 때도 금액 자체가 적은데 비율 지표로 책정하면 지원금도 적을까 우려된다. 합리적으로 보전해줘야 한다. 지방대의 문제가 이뿐이겠는가. 지방대의 현실적 어려움을 알리고 얘기할 수 있는 창구와 통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 최성해 총장은…
최성해 총장은 단국대 상경학부와 미국 템플대 MBA를 수료하고 워싱턴침례신학대에서 교육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6~1988년 미국 필라델피아경제인협회 사무총장을 지냈으며 1998년부터 산업제어기술원 이사장을 역임 중이다. 1994년 동양대가 문을 연 뒤 줄곧 총장으로 재직하며 현재 대구·경북지역교육협의회장도 맡고 있다. 저서로 <교육개혁 이대로는 안 된다>와 <교수평가와 연봉제>(공저) 등이 있다.

<대담 = 박성태 발행인, 사진 = 한명섭 기자, 정리 = 김봉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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