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체가 벤처로 들썩이고 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화두는 벤처뿐이다. 어떤 계층, 연령층을 만나도 "00 벤처기업에 관심이 많다" "누가 벤처로 가서 수억원을 벌었다더라" "누가 벤처기업을 알아보고 있다더라"는 유의 얘기가 주류를 이룬다. 과히 세상은 "벤처 ∼라더라"판인지 착각이 들 정도이다. 벤처가 아니면 얘기 축에도 못끼고, 무능력자로 낙인찍히기 십상인 세상이다. 이처럼 벤처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듣고, 보고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이제는 벤처에 대해 거의 무감각해지고 있다. 혹자는 벤처에 관해 능력이 없든지, 신문만 아는 외곬수라고 할 지는 몰라도, 어쨌든 벤처라는 단어가 식상해져 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열풍을 지나 광풍에까지 이른 벤처바람에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 벤처가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 중에 과연 참다운 벤처정신에 입각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게 된다. 많은 사람들의 벤처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 따지고 보면, 그 뿌리는 돈에 있다. 바꿔 말하면 벤처정신은 실종된 채 돈에 최대 목표치를 두고 돈만을 좇는다는 것이다. 벤처바람은 대학가에도 불어닥친 지 오래이다. 벤처를 위해 휴학하는 학생이 속출한다고 하니 벤처가 시대의 흐름임은 분명하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젊은 열정이 벤처에서 빛을 본다면 개인이나 국가로 볼 때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문제는 벤처와 황금만능주의에 빠져버린 사회의 모습이 대학가에도 투영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데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대학생들의 기업 선호도는 대기업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벤처기업이 단연 수위를 달리고 있다. 각종 직업관련 선호도 설문조사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벤처열풍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벤처기업을 선호하고, 가고 싶다고 하는 학생들이 벤처 의 특성과 장단점, 벤처정신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이중에는 무조건적인 '벤처 짝사랑'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선호기업 뿐만이 아니다. 대학생들의 취업 시 희망 급여 수준도 수 년 전에 비해 몇십만원씩은 올라 있어 돈의 가치가 하락한 느낌마저 받는다. 하기야 언론보도나 주위에서 허구한날 "억" "억"하고 있으니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억" "억"하는 세상은 학생들의 아르바이트에 대한 인식조차 바뀌고 있음을 주위에서 느낀다. 어려운 것은 기피하고 쉽게 많은 돈을 버는데 관심이 집중돼 있다. 각 대학에서는 최근의 벤처열기에 부응하듯 벤처전문대학원이나 벤처·창업관련 커리큘럼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대학생들에게 벤처열기를 진작시키고 벤처시대에 발맞춰 나가는 것도 좋지만 아울러 노동과 돈의 소중함, 진정한 벤처정신 또한 비중 있게 교육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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