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숙사가 변신을 꾀하고 있다. 학생들의 편리한 기숙사 생활을 위해 그들의 입맛에 맞는 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다양한 부대시설 등으로 서비스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 것. 예전처럼 단순히 '먹고 자는' 기숙사의 개념에서 벗어나려는 조짐이 대학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일부 대학의 경우 기숙사 신입생을 대상으로 별도의 교과목을 신설,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등 독특한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중에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리 나라 대학 기숙사는 선진국에 비해 시설이나 운영, 비용 등에서 현 저히 떨어져 발전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국내 대학 기숙사의 변신과 해외 대학의 운영형태, 명암이 엇갈린 기숙사, 기숙사생이 원하는 기숙사 형태 등을 알아본 다.<편집자>

각 대학 기숙사, 변신 '시동' 사생만족과 신입생 유치 차원 각 대학들이 기숙사를 단순히 숙식을 해결하는 장소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노력은 다양 하게 나타나고 있다. 숙식개념이 중요 부분으로 자리매김될 때는 편의시설이나 교육 프로그 램 등에 별반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경제적 풍요속에서 성장한 개성강한 신세대들이 들어 오면서부터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또한 재학생들의 만족은 물론 수험생들이 대학 선택 시 기숙사를 중요한 요소로 판단하는 것도 '보다 나은' 기숙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초에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이화여대 기숙사는 지하 1층, 지상 4층의 H자형으로 대학 가에서는 최신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터넷 카페를 비롯 각 층마다 PC실이 별도로 있는 데다 지하에는 영화관 등을 마련, 사생들의 정보화와 문화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또 연세대, 포항공대 등 학점교류협정을 맺 은 학생들을 방학중에 묵게함으로써 여대의 여성 전용공간을 배제, 문호를 활짝 열었다.

외국 대학의 교환교수 및 외국인 교수를 위한 호텔급의 국제 기숙사와 행정·외무·사법고시 준비생을 위한 고시생 기숙사, 일반 학생들의 학생기숙사 등으로 꾸며진 이화여대 기숙 사는 1천여명에 이르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지난해 2학기에 개관한 경희대 수원캠퍼스의 우정원도 사생들을 위한 공간으로서 빼놓을 수 없는 곳. 경희대 수원캠퍼스는 1만여명의 재학생에 비해 기존의 '애지원'이 협소하다는 판단 아래 국내 대학에서는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오피스텔식 '우정원'을 개관, 학생들의 호평을받고 있다.

연면적 7천평에 1천1백14명을 수용할 수 있는 매머드급으로 국내 대학에서는 처음으로 각 방마다 전용 욕실 및 화장실을 구비한 것이 눈에 띈다. 정보화 사회에 걸맞게 LAN 통신망 을 갖춘 것이나 은행, 약국, 빨래방 등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완비한 3천5백평의 학생전용 백화점, 초대형 식당(7백50여평) 등도 이 대학이 내세우는 자랑거리이다.

기획실 김효수 씨는 "사생들의 만족과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1인실부터 3인실까지 다양화하는 한편 비용 또한 연간 전세금, 보증금에 연간 관리비 및 한 학기관리비 중에서 택일할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영남대 기숙사 역시 일반형 기숙사 외에도 2백여명에 이르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자취형 기숙사를 별도로 마련, 각 개인의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건국대 충주캠퍼스는 모 시래 학사라는 기숙사에 사생들이 방에서 직접 시내외 전화는 물론 국제전화까지 할 수 있 는 자동전화시스템과 인터넷 전산실, 영화감상실 등을 갖춰 편리함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한편 일부 대학에서는 부족한 기숙사난을 해결하기 위해 기숙사 신축계획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국대 천안캠퍼스는 3백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학원생 전용 기숙사를 오는 2000년에 준공할 계획이며 홍익대 조치원캠퍼스 역시 2백50실에 1천명을 수용할 수 있 는 기숙사를 조만간 건립한다는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이밖에도 상당수의 대학들이 쾌적하고 편안한 기숙사를 위해 개보수 및 신축계획에 많은 관 심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대학의 기숙사내의 독특한 교육 프로그램도 기숙사가 단순히 숙식의 장이 아닌 교육의연장선상임을 강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림대 기숙사는 지난해부터 새내기 기숙사생을 대상으로 정규 교양교육 커리큘럼을 구성,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기숙사에서 먹고자는 것은 물론 과목당 2학점을 부여, 학점도 취득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기능이 부여된 것이다.

1학기의 '협동체육'과 '미래의 세계', 2학기의 '자아의 탐구' '한국사회의 이해' 등의 교과목으 로 구성된 이 교육 프로그램은 학내 각 분야의 교수와 외부 저명인사들을 강사를 초빙, 인 생목표에 대한 동기부여, 사회의식 및 능력, 국제적 시각과 미래지향적 시야를 갖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림대의 관계자는 "해외 대학 기숙사의 모범사례를 국내 실정에 맞게 편성한 프로그램으로 기숙사가 주거의 개념은 물론이고 전인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처음에는 의무사항에다 협동체육의 경우 금요일부터 2박3일동안의 극기훈련 등으로 반발도 있었지만 현재는 학내에서 호응도 좋고 타 대학에서 관심을 갖고 많은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여대는 지난 96년부터 매년 여름·겨울방학을 이용해 서울여대 재학생 및 졸업생, 타교생을 대상으로 영어교육 프로그램인 스웰(Seoul Women's University English LanguageLicense)을 실시하고 있다.

기숙사에서 숙식을 하며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매년 인기를 끌어 올 여름방학의 경우(6. 26∼8. 7일) 재학생 1백명, 일본 대학생 2명 등 2백50여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1인당 1백55만원의 수강료를 지불하는 스웰은 학생 10여명당 한 명의 외국인 교수가 배정돼 미국 현지 대학에서 사용하는 최신 교재로 24시간 동안 영어로만 생활하는 강도높은 영어집중 훈련이다.

아무튼 각 대학들이 기숙사 시설을 사생들의 구미에 맞도록 꾸미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수준 높은 기숙사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대부분의 기숙사가 1인당 평수가 2평이 채 안돼 또 다른 '벌집'형태를 취하고 있는 데다 각종 편의시설도 인원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점은 대학 기숙사가 넘어야 할 산임은 분명하다. hansh@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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