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제3캠퍼스 통해 다문화·통번역 연구 강화

각종 해외주재기구 인턴십 통해 글로벌 인재 양성

▲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전경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했던가. ‘외대를 만나면 세계가 보인다’는 슬로건 아래 국내에서 글로벌 선도대학으로 자리매김한 한국외대가 이제는 세계 속에서 그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터닝포인트는 지난 3월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특별연설이다. 당시 한국외대 미네르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특별연설이 실시간 방송과 인터넷 중계를 통해 전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면서 한국외대는 국내외에서 일약 유명세를 탔다.

이렇듯 한국외대는 국제화 부문에서 둘째가라고 하면 서러울 만한 대학이지만 욕심은 여전하다. 외국어 특성화 대학으로 출발한 만큼 국내 각종 대학평가의 국제화 지수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고 전 세계 80개국 446개 대학·기관과의 교류협정 체결을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교육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외대는 국제화 프로그램과 인프라 마련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 다양한 글로벌 프로그램으로 역량 강화 = 한국외대는 1954년 개교한 이래 국제사회에서 핵심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글로벌 리더를 배출하는 데 역점을 두고 뚝심 있게 버텨왔다. 한국외대의 ‘7+1 파견학생제도’와 ‘교환학생 제도’를 비롯해 최근 진가를 인정받고 있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해외무역관 인턴십’, ‘외교통상부 재외공관 인턴십’, ‘해외문화홍보원 인턴십’ 등 정부 관련 재학생 해외파견 프로그램은 한국외대의 국제화 교육이 탄탄하게 이뤄져왔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외교통상부·KOTRA 인턴십을 통해서는 매년 200명 이상의 학생이 해외 주재 한국대사관·국제기구, KOTRA 해외무역관 등에서 6개월 이상 실무경험을 쌓고 학점 인정을 받고 있다. 이 같은 프로그램들은 한국외대 학생들의 글로벌 마인드를 고취시키는 수준을 뛰어넘어 각광받는 글로벌 인재로 키워내는 데 한몫하고 있다.

한국외대 내부적으로도 글로벌 대학으로서의 체질을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외국인 전임교수와 원어강의, 외국인 학생, 한 학기 이상 외국 대학에서 수학하는 국내 학생 비율을 30% 선에서 유지하는 ‘3-3-3-3 시스템’이 바로 그 예다. 박철 총장이 취임하면서 2016년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도입한 프로그램이다. 한국외대는 이 가운데 외국인 전임교원 비율과 원어강의 비율 목표치를 이미 초과 달성했다.

한국외대는 “앞으로 더 많은 학생이 글로벌 마인드와 실력을 모두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하고 실질적인 글로벌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한국외대 송도캠퍼스 조감도
■ 송도 제3캠퍼스, 글로벌 전진기지로 = 현재 한국외대는 서울캠퍼스와 글로벌캠퍼스 양 캠퍼스 체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명실상부한 국제화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외대는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가장 거센 국제화 조류를 맞이할 지역으로 꼽히는 송도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제3캠퍼스를 건립하기로 한 것이다.

송도캠퍼스는 한국과 세계를 잇는 관문인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운 것은 물론 미국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과 조지메이슨대, 유타대와 벨기에 겐트대 등 해외 유명 대학 분교가 들어서는 백화점식 대학 ‘송도 글로벌 대학 캠퍼스’ 근방에 위치해 있다.

한국외대는 지난 2008년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사업협약을 맺은 후 2009년 4만3595㎡ 대지를 확정 통보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본격적으로 송도 제3캠퍼스 조성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8억원 상당의 토지매입가를 지급하고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외대 송도캠퍼스 마스터플랜은 올해 상반기 완성될 예정이다. 한국외대는 하반기 건축설계 등을 거쳐 2013년 초에는 첫 삽을 뜨고 2016년부터 통번역센터와 한국어문화교육원, 국제비즈니스센터 순으로 개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통번역센터는 실시간 통번역 전문인력을 길러냄으로써 원활한 국제행사 진행은 물론 공식 문건의 외국어 번역을 지원하게 된다. 국제비즈니스센터는 해외 비즈니스 정보 수집과 분류, 환산체계 구축·지원 역할을 맡는다.

한국어문화교육원은 송도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예술교육을 실시한다. 한국외대는 한국어문화교육원을 통해 송도의 글로벌캠퍼스타운과 연구기관, 포스코와 삼성반도체 등 기업들 사이에서 한국학을 전파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외대 송도캠퍼스가 개교하는 2016년은 부지 근방에 인하대와 인천재능대학 제2캠퍼스가 들어서는 등 송도 글로벌캠퍼스타운이 진면목을 드러낼 시기와도 맞물린다.

김학태 한국외대 기획조정처장은 “송도캠퍼스는 특수대학원 등 연구기능과 다문화 기반 외국인·이주민 전문교육 기능으로 특성화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송도 신도시가 동북아 국제비즈니스 허브로 한 걸음 나아가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Box]국경을 넘어, 세계적인 대학으로 우뚝
오바마 연설 후 대내외 위상 눈에 띄게 상승

▲ 지난 3월 열린 오바마 미국 대통령 한국외대 특별연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외국어 프로그램을 갖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현대판 경제기적을 가능케 한 외교관·공무원·기업가들을 배출했다.”

지난 3월 26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핵 안보와 관련해 연설하며 한국외대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당시 국내 모든 언론은 왜 백악관이 국내 200여개 4년제 대학 중 한국외대를 연설장소로 선택했는지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인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철 총장은 “한국외대가 쌓아온 ‘세계성’이 빛을 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한국외대의 글로벌 전략 노하우가 주효했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가장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기대할 수 있는 대학, 글로벌 이슈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학으로 뽑혔다는 자신감이다.

연설 후 한국외대 구성원은 힘껏 고무됐다. 학생들의 경우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졌다. 당시 연설을 들은 학생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외교사적으로 언급될 수 있는 명연설이다” “한국외대 학생인 것이 자랑스럽다”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한국외대를 향한 해외 대학들의 시선 역시 눈에 띄게 달라졌다. 연설에 앞서 한국외대를 방문한 데니스 어새니스 미국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SUNY Stony Brook) 부총장은 “오바마가 방문할 대학과 복수학위 프로그램을 체결하게 돼 기쁘다.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다”며 관심을 보였다.

영국 에든버러대(University Edinburgh)는 연설 직후 예정에 없던 교류 양해각서(MOU) 체결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고, 카자흐스탄 경제경영대(KIMEP)는 한국외대 ISS(International Summer Session) 프로그램에 참가할 학생 수를 늘리고 싶다는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한국외대는 그 외에도 여러 대학이 오바마 대통령 연설행사 축하서신을 통해 “한국외대의 높은 위상을 실감한다. 향후 양 대학의 교육교류가 활발해지길 바란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김학태 한국외대 기획조정처장은 “세계에서 한국외대의 명성이 높아진 만큼 앞으로는 문화 외교와 봉사를 통해 세계에 기여하는 글로벌 선도대학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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