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상 연계해 역량중심 전공과정으로 개편

교양교육 전면개편, 국제화·글쓰기교육 박차

▲ 외국인 교수와 학생들이 참여한 수업 모습.

[한국대학신문 김봉구 기자] 동국대 경주캠퍼스는 지난해 새로운 변화를 시작했다. 서울 본교와 인사·재정을 분리하는 자율경영 체제 전환 후 올해 2년차로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분리경영 실험에 대한 물음표도 있었지만 1년이 지난 후 대학 구성원들의 불안감은 책임감과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그 중심에 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ACE) 지원사업이 있다. 지난해 자율경영 체제 출범 직후 ACE사업에 선정된 것이다.

동국대 경주캠퍼스는 ACE사업 선정으로 국고 지원 확보 뿐 아니라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했고, 구성원들도 확신을 얻었다. 사업은 대학 체질을 학생 중심 교육으로 바꾸는 변화를 주도했다. 사업 추진을 전담하는 학부교육선진화사업단을 꾸려 전공 과정을 핵심 성과지표와 연동시키고 교양교육을 전면 개편했다. 이렇게 되자 학교의 변화 노력을 감지한 학생들의 분위기 자체가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 교과목, 인재상 6개영역 특성 반영해 매칭 = 동국대 경주캠퍼스는 ACE사업을 추진하며 학교 인재상이 제시한 특성·역량과 전공과목을 촘촘히 연계시켰다. ‘역량 기반 전공 교육과정’ 구축을 통해 학교의 인재상이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설정하고, 이를 모든 전공 교과목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매칭시킨 것이다.

학교가 내세운 ‘동국참사람 인재’의 덕목은 △참인성(가치창출역량) △세계화(글로벌역량) △창의적 사고(문제해결역량) △도전과 응전(자기개발역량) △사회적 참여(협력소통역량) △평생학습과 학문적 능력(자원정보기술처리 활용역량). 전공 교과목은 제시된 각각의 핵심역량을 반영토록 하고 역량값이 저조한 교과목은 개정·수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역량 기반 전공 교육과정 구축은 평가시스템·교육인프라를 갖추는 학과역량평가·학생핵심역량 구축사업과 연계된다. 이를 위해 동국대 경주캠퍼스는 교육역량개발센터를 신설해 학부교육의 질 관리 체계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융복합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전공 글로벌역량·현장실습 강화도 함께 추진된다.

1차년도에 시작한 사업모델 정립과 프로그램 신설, 학사제도 개편이 잘 정착되고 있는지 평가·개선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여기에는 대학 최초로 학교 경영에 고객만족(CS) 개념을 도입한 동국대 특유의 성과 평가시스템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학교 측은 “평가와 성과지표 적용을 통한 선순환시스템을 마련해 ACE사업이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 기초·인성교양 토대 위에 융복합과목 신설 = 지난 1년간 동국대 경주캠퍼스가 역점을 둔 것은 교양교육과정 개선이다. 말 그대로 다 뜯어고쳤다는 자평이다. 교양교육 전면 개편을 통해 인성·영어·글쓰기 교육으로 학생들의 기초를 다진 뒤 융복합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해 창의적인 통섭형 인재로 길러낸다는 취지다.

교양교육원을 중심으로 1년간 선진화모델 연구를 한 결과물로 교양교육을 전면 개편해 올해 1학기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새로 개편된 교양교육과정은 교양필수·핵심교양·학문기초·일반교양 영역으로 나뉘며 올해 신입생부터 33~55학점을 이수하게 했다.

신입생들은 교양필수 과정에서 인성·영어·글쓰기 영역에서 15학점을 의무적으로 이수해 기초교양을 갖춘다. 우선 1학년 때 현장체험형 인성 교과목을 수강하고 2학년 때 30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 기초·단기·중장기 3단계의 ‘글로벌 인재육성 3G 프로그램(Global Leader Training Program)’과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교육도 시행된다.

▲ 융복합 교과목 수업 장면.
이어 핵심교양 과정을 통해 △종교와 인간 △인문과 예술 △사회와 문화 △과학과 기술 △자연과 생명 등 5개 영역에서 하나를 택해 15학점을 필수 이수한다. 이 과정은 통섭적 사고력 함양에 중점을 뒀다. 올해 15개 융복합 교과목이 개설되며 과목별로 전임교수 2명 이상이 함께 수업을 진행한다.

학교 측은 “ACE사업의 취지에 걸맞게 교양교육과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폭 손질했다”며 “특히 융복합 교과목 개설은 의미가 있다. 학생들에게 폭넓은 관점에서 교육받는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교수들이 학과의 벽을 허물고 교류하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학교 노력 체감 학생들 분위기부터 바뀌어 = 지표나 수치상의 실적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학생들이 능동적 자세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ACE사업의 목표가 학사제도·시스템 개편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 학생 개개인의 삶을 바꾸는 것임을 감안하면 바람직한 변화다.

ACE사업을 통해 학생 중심 교육으로 체질을 바꿔나가는 학교의 노력이 학생들의 피부에 와 닿았다. 이제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는 대학의 각종 사업과 프로그램에 일부 학생만 참여하는 풍토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장익현 학부교육선진화사업단장은 “해외 글로벌역량 프로그램은 항공비 지원을, 방학중 몰입학습 프로그램의 경우 참여비용 전액을 ACE사업 예산으로 지원해 학생들의 참여도가 올라가고 있다”며 “학교가 학생들을 잘 가르치려고 신경을 쓰고 있음을 학생들이 체감하는 사실이 중요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학생들도 학교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재학생 김종주(경영학과4)씨는 “군대에 다녀오니 학교가 많이 바뀌었다. 여러 학교 프로그램을 이용해 목표를 이루고 활동비도 받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귀띔했다. 중국 해외기업탐방에 참가한 방현진(호텔컨벤션경영학과4)씨도 “학교 지원이 늘어나 적은 경비로 좋은 경험을 했다”고 덧붙였다.

“학생위주 종합평가시스템 구축할 것”
[인터뷰]장익현 학부교육선진화사업단장(정보통신공학부 교수)

- ACE사업 2년차에 접어들었다. 1년차 사업과 달라진 점은.
“지난해 크게 바꾼 내용은 교양교육과 교수학습 부문이다. 교양교육 프로그램은 모니터링을 충실히 하고, 교수학습은 좀 더 키울 생각이다. 신임 교원은 강의법에 대한 교수법 전문가의 컨설팅을 의무화했는데, 내년부터는 일반 교수 대상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전공과정을 바꾸는 작업에 집중하겠다. 학생·학과 역량에 맞춰 전공을 바꿔나갈 것이다. 예를 들어 학과 역량에는 교수의 논문 실적도 있지만 학생상담, 학생의 경연대회 참가·수상실적 등도 모두 평가에 들어가게 된다. 학생 위주의 종합평가시스템 구축이 목표다.”

- 철저한 평가·환류시스템이 동국대의 강점인데 ACE사업에도 적용되나.
“기존 성과평가시스템이 독특하게 잘 구축돼 있다. 이를 기반으로 ACE사업 참여 빈도와 성과를 학과·부서 성과지표에 연동시켰다. 교수들의 경우 ACE사업 관련 학생 동아리 지도가 점수화해 평가에 들어가고, 교수학습법 참여에도 가점을 준다. 아무래도 독려 효과가 있어 더 열심히 하게 된다.”

- ACE사업을 통해 학생들이 바뀌는 게 느껴지는지.
“학생들이 졸업할 때가 돼서야 진로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 커리큘럼을 대폭 손질하면서 취업·진로에 자연스레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차츰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 ACE사업의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생들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학생들도 학교의 고민과 노력을 느끼는 것 같다. 수치상 변화보다도 그런 인식과 태도의 변화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는 법 배웠다”
[인터뷰]융복합과목 수강생 김지수(신소재화학과2)

- 어떤 과목을 들었고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
“이번에 ‘녹색 아이디어 창출론’이라는 교과목을 수강했다. 다른 수업과 차별화된 점은 여러 학과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전공이 다르다 보니 색다른 시각의 의견을 접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 일반 교과목과 다른 점이 있었는지.
“경영학과·조경학과·관광레저경영학과 3개 학과 교수님이 수업을 맡아 녹색기술에 대해 여러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녹색산업을 서로 다른 학문분야의 다각적 사고로 다루는 수업이라 그만큼 시야가 넓어졌다고 할까.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워 만족스럽다.”

- 융복합 교과목 수강이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됐나.
“수업을 들으면서 학교에서 공모하는 ‘창직공모전’에 아이디어를 제출했다. 평소에는 생각지도 못한 분야인데 수업을 계기로 녹색사업 아이디어를 고민해보게 됐다. 확실히 얻어가는 점이 있어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흥미 있는 분야의 융복합 교과목을 수강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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