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성적 9년째 상승 ‘작지만 강한 대학’ 이미지 굳혀

전국 최고 취업률, 싼 등록금에 우수 인재 몰린다
매년 졸업 작품전서 20여개 학생 작품 ‘특허 출원’

▲ 한국기술교육대가 영문 교명을 'KOREA TECH'으로 개칭으로 공학교육에 관한한 국내 최고 대학으로의 도약을 다짐했다.
[한국대학신문 신하영 기자] 한국기술교육대(한기대)는 지방에선 유일하게 매년 입학성적이 상승하는 곳이다. 2012학년도 신입생 정시 수능평균성적은 전국 상위 13.8%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2011학년도)보다 0.6% 상승한 수치다.

특히 한기대 신입생 수능평균성적은 △2007학년도 18.2% △2008학년도 18% △2009학년도 17.9% △2010학년도 16.4% △2011학년도 14.4% △2012학년도 13.8%로 무려 9년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지창 입학홍보팀장은 “신입생 입학성적은 몇 년 전 이미 인근 국립대를 앞선 데 이어 지금은 서울의 중상위권 대학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 개교 이래 ‘실무중심 공학교육’ 강점= 이런 상승세는 취업률과 관련이 깊다. 한기대는 2010년 교과부 발표 ‘건강보험DB 연계 취업률’ 조사에서 81.1%로 4년제 대학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79.6%로 전국 2위를 기록했다. 전운기 총장은 “잠재력 있는 학생들을 뽑아 최고 인재로 양성하는 교육시스템으로 9년째 입학성적이 상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 총장이 강조한 교육 시스템은 개교 이래 일관되게 추진해 온 ‘KOREA TECH 기술교육모델’이다. ‘실무중심 공학교육’과 ‘실무경험을 갖춘 교수진’이 이 교육모델을 떠받치는 양대 축이다.

한기대는 전임교원 채용 시 산업체 경력 3년 이상을 필수조건으로 두고 있다. 교수들은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이론과 실험실습이 조화된 교육을 시킨다.

특히 교수들은 임용 후에도 3년마다 한 학기씩 산업현장에 파견돼 산업기술의 변화를 체험하고 돌아온다. 산업계의 기술동향이 빠르게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기대의 ‘교수 현장연구학기제’는 학생들에게 최신의 공학교육을 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한기대가 교육역량강화사업에 5년 연속 선정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또 광역권선도산업인재양성사업이나 산학협력선도대학사업 등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빠지지 않고 선정되고 있다.

이런 한기대의 자부심은 대학의 영문명에서 잘 나타난다. 한기대는 지난해 11월 개교 20주년 기념식에 맞춰 한기대의 영문 브랜드를 ‘KOREA TECH’으로 명명했다. 우리나라의 영문명인 ‘korea’와 ‘공과대학(university of technology)’을 조합해 만든 브랜드다. 공학교육에 있어서만은 국내 최고 대학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 한기대는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9년 연속 입학성적이 상승하고 있다.
◆ 사실상 ‘반값 등록금’ 실현= 한기대는 학생들에게 철저한 교육을 시키는 대학으로 명성이 높다. 일반대학(130~140학점)보다 10~20학점 많은 150학점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한 것에서 잘 나타난다. 몇 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인하에 따라 일부 대학들이 졸업학점을 줄이는 것과도 대비된다.

조남준 기획처장은 “등록금 인하와 장학금 확충으로 대학 운영예산이 전년대비 18억 정도가 줄었다”며 “그러나 ‘학생 교육’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예산을 줄이거나 졸업학점을 축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기대는 수도권 대형 대학에 비하면 사실상 ‘반값 등록금’을 실현한 대학이다. 특히 올해는 등록금을 5.3% 인하면서 학기당 등록금이 공학계열 261만2000원, 인문계열 181만9000원(신입생 기준)에 불과하다. 등록금이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전국 최고 수준의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9년째 입학성적이 상승하면서 우수인재가 몰리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한기대는 1991년 고용노동부 출연으로 설립된 특수 목적대학이다. 설립 초기부터 ‘실천 공학교육’을 내세우고 실무중심의 교육을 펴고 있다. 교수 1인당 학생 규모도 ‘20대 1’에 맞췄고, 교과과정의 50%(4년간 2000시간)를 전공분야 실험실습으로 편성했다.

특히 실험실습실(랩실)은 학생들에게 24시간 개방된다. 학부생 전원에게 70여개의 랩실을 의무 배정하고, 각 랩실마다 전임 기술연구원을 배치했다. 조남준 처장은 “수업시간 외에도 학생들이 실무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24시간 랩실을 개방하고 있다”며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필요한 프로젝트 수행이나 졸업작품 설계·제작을 위해 수시로 랩실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졸업 작품전은 기업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 산업체와 관련이 깊은 연구주제를 잡아 그 결과물을 내놓기 때문에 곧바로 취업으로 연결되는 등용문 기능을 한다. 매년 졸업생의 80% 정도가 취업에 성공하며, 이 가운데 50%가 대기업·공공기관에 취업한다.

지난해에는 졸업 작품전에 출품된 29개 학생 작품이 특허출원에 성공했다. 2009년과 2010년에도 각각 24건, 23건의 학생발명 작품이 출원됐다. 특허청에서 주최한 캠퍼스특허전략 유니버시아드 대회(2010~2011)에서도 △지경부장관상 1팀 △특허청장상 3팀 △우수상 5팀 △장려상 3팀 등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황의택 홍보담당은 “다른 대학들은 대학원생들이 많이 참여한 데 비해 우리 대학은 학부생 위주로만 참가해 이 같은 성적을 거뒀다. KAIST, 포스텍이 받은 수상실적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 성적”이라고 말했다.

▲ 실무중심의 한기대 교육방식은 전국 최고의 취업률을 견인하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
◆ 현장실습 10개월로 대폭 확대= 한기대는 공학교육의 현장성을 지금보다 더욱 강화하기 위해 실습기간을 대폭 늘리는 개혁을 단행했다. 기존의 단기(4~6주) 현장실습에서 벗어나 학생별로 약 10개월 간 전공분야 현장실습을 하도록 한 것.

한기대의 ‘장기현장실습(IPP : Industry Professional Practice)’은 기존 단기 현장실습이 단순 업무에 치중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다. 3학년에 6개월, 4학년 4개월 등 총 10개월을 전공분야에서 현장실습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조남준 처장은 “기업에서는 현장실습 나온 학생을 교육시켜 본격적으로 업무에 투입할 시기가 되면 어느덧 실습기간이 끝난다는 불만이 있어왔다”며 “그러다보니 학생들도 단순 업무만 하다가 돌아오는 문제점이 있어 실습기간을 대폭 늘렸다”고 설명했다. 실습기간을 10개월로 늘림으로써 1~2개월 교육을 받은 학생이 나머지 8~9개월은 기업에서 본격적으로 업무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인터뷰] “신 성장 분야 정원 증원 희망”
조남준 기획처장 “산학 실용연구 강화할 터”

▲ 조남준 한기대 기획처장
- 학부생 규모가 3800명으로 전형적인 ‘강소(强小)대학’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학생 수가 적은 만큼 등록금 수입 면에선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정원 증원 가능성은 없나?

“미래 신 성장 분야인 바이오·에너지·MOT(기술경영)·PSM(과학ㆍ비즈니스 융합 전문가) 분야에서의 증원이 필요하다. 바이오와 에너지 분야는 학부 정원이, MOT·PSM 분야는 전문대학원 정원이 필요하다. 현재 에너지 분야는 다른 전공에서 정원을 가져와 신설했다. 하지만 입학자원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 분위기에서 증원이 쉽지 않다. 부문별하게 정원 늘리기 보다는 산업계 수요 파악해 필요한 분야를 증원할 계획이다.”

- 한기대는 24시간 개방되는 실험실습실(랩실)로도 유명하다. 이를 통한 교육효과는.

“70여개의 랩실은 모두 첨단 실습장비를 갖췄다. 이런 장비들을 학생들이 최대한 활용해 실무역량을 키워야 한다. 수업 시간 외에도 학생들이 언제든 랩실을 찾아와 실험·실습을 하고 있다. 또 졸업 작품을 설계·제작하기 위해서도 틈나는 대로 랩실을 찾는다. 랩실의 장비로 실험·설계·제작을 하면서 학생들의 실무 역량이 강화되고 있다.”

- 작년 11월 개교 20주년을 맞아 영문 명칭을 ‘KOREA TECH’으로 개칭했다. 하지만 한기대는 ‘과학기술 연구중심대학’의 이미지는 갖추고 있지 못한데.

“우리 대학은 설립 초부터 교육중심을 표방하고, 철저한 실무중심교육을 펴왔다. 하지만 산업계에선 점차 실무능력뿐만 아니라 연구역량도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린 공학중심 대학인만큼 일반대학처럼 학술연구는 하지 않겠지만, 산업계에서 필요한 기술개발·연구개발은 필요하다. 앞으로 이 부분을 더 강화해 특허·기술이전 등에서 조지아텍(Georgia Tech)과 같은 산업체 실용연구가 강한 대학으로 발전하겠다.”

- 최근 기업과 특성화·마이스터고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는데.

“오는 6월 기업체 30곳, 특성화·마이스터고 20개교와 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협약은 특성화·마이스터고 졸업생들이 기업에 취업하기 전 겨울방학을 이용해 우리 대학에서 교육·훈련을 받도록 하는 게 골자다. 먼저 지역의 마이스터고에서 우리 대학에 이런 요청을 해 왔고, 몇몇 기업에 수요조사를 해보니 기업도 입사 전 우리대학에서 교육을 좀 해주길 바랐다. 그래서 이번 협약이 성사됐다. 이들은 우리 대학을 거쳐 기업에 입사한 뒤 나중에 재교육을 받을 때도 우리 대학을 찾을 것이다.”

- 최근 현장실습 기간을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실습을 개선했는데.

“4주나 6주 단위로 실습을 나가다 보니 기업에서나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좀 있었다. 기업은 교육을 좀 시켜 이제 쓸 만할 때가 되면 실습기간이 끝난다는 불만이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에게 단순 업무만 시키게 되고, 이는 또 학생들의 불만으로 이어졌다. 앞으로는 3학년과 4학년 때 모두 10개월에 걸쳐 실습을 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전공분야의 실무역량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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