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 문 닫을 판”···특단의 대책 마련해야

학령인구 감소 2024년 충원율 절반 못 채워
학생1인당 지원 4년제대 절반불과 '역차별'
"현재 고등교육 체계론 안 돼" 목소리 높아

전문대학이 위기다. 향후 10년 뒤 문 닫는 전문대학이 속출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정작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다. “4년제 대학에 대한 역차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전문대학에 대한 지원을 호소하는 ‘어젠다’가 나온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 2023년 전문대학 절반 문 닫아= 최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의 충원율 전망’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전문대학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직능원은 4년제 대학 충원율은 2021년까지 100% 유지되고, 2023년부터 80% 후반에 접어든다고 밝혔다. 반면 전문대학 충원율은 2019년 80%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해 2024년에는 50%선이 무너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회장 이기우·인천재능대학 총장)가 지난 14일 제주도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전문대학총장 하계세미나에서도 이런 우려들이 제기됐다. 이날 조병섭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은 ‘고등직업교육 육성 및 발전을 위한 2012 어젠다(이하 어젠다)’를 발표하면서 “전문대학이 ‘도산위기’에 처해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위기 상황에도 불구, 전문대학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적다.

▲ 조병섭 고등교육연구소장이 14일 전문대학 총장협의회에서 전문대학 어젠다를 발표하고 있다.

2011년 기준 전문대학은 전체 대학 수의 42%, 입학정원의 38.8%, 재학생 수 24.6%를 차지한다. 그러나 2010년도 고등교육예산 5조 500억원 중 전문대학 지원금은 2965억 원으로 전체의 5.6% 수준에 불과하다. 학생 1인당 지원금액으로 비교하면 4년제 대학 212만원, 전문대학 99만원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사업(LINC)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4년제 대학은 51개 대학이 총 1700억원을 지원받지만 전문대학은 30개 대학이 총 120억원을 지원받는다.

또한 전문대학에 대한 유일한 재정지원사업인 교육역량강화사업 예산은 2011년 2600억 원에서 올해 2340억 원으로 줄었고, 내년 예산도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지금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 방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승주 전문대교협 사업지원부장은 “전문대학 취업률은 60.7%로 4년제 대학의 54.5%보다 높다. 또한 중소기업 인력의 60% 이상을 전문대학에서 배출하고 있다”며 “전문대학이 경제적·사회적으로 기여하는 것에 비해 사회적인 인식이 낮고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밀리는 경우가 많다. 전문대학에 대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 전문대학 어젠다 ‘승부수’=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어젠다는 전문대학의 생존을 위해 내놓은 승부수로 풀이된다. 어젠다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고등직업교육체제 확립 △현장중심 협력 교육체제 확립 △학습·고용의 연계성 강화 △직업교육·훈련의 통합 시스템 구축 등 5대 핵심과제로 구성됐다.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전문대학 위상에 맞는 지원책 등이 담겼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은 고등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해 교과부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가 고등직업교육 투자재원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았다. 고등직업교육체제 확립은 수업연한 다양화에 대한 내용으로, 현 체제 기반 직업교육제체에서 1~4년 동안의 수업연한을 자율화하는 ‘1안’과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을 연구중심과 직업중심대학으로 재편하는 ‘헤쳐모여’식인 ‘2안’이 제시됐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현장중심 산학협력 교육체제의 확립’ 방안도 나왔다. 현장 산학협력 강화를 위한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고, 정부 지원을 통한 현장실습 의무화 등이 내용이다.

▲ 성동제 순천제일대학 총장(사진 맨 앞) 등 전문대학 총장들이 전문대학 육성발전을 위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어젠다는 지난해 7월 고등직업연구소(이하 연구소)가 개설되면서 전문대학 정책연구와 반영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연구소는 6명으로 구성된 TFT팀을 조직했으며, 전문대학 총장 및 보직교수 등을 대상으로 서면 조사를 통해 의견을 취합했다. 총장협의회 이사진 중 7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구성돼 취합된 내용에 대한 회의를 3차례 개최하면서 내용을 다듬어나갔다. 조 소장은 “위원회에서 정리된 내용을 전문대학 관계자들에게 알리고 다시 의견수렴 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어젠더 발표를 앞두고 때로는 회의에서 격론이 벌어졌으며, 최종 내용을 확정하기 위해 연구소 직원들이 매일 밤샘 작업을 할 정도로 고생이 많았다”고 밝혔다.

전문대교협은 이번 어젠다 발표를 계기로 대선후보와 정당 정책담당자들에게 전문대학의 목소리를 알릴 예정이다. 이기우 전문대교협 회장은 “전문대학에 대한 인식이 당장에 바뀔 수 없다”면서 “전문대학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만큼 적극적으로 어젠다를 알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스] 미국 인력투자법 등 적극 도입 필요

전문대학이 보다 내실 있는 직업교육을 위해서 관련 법령의 정비와 통합이 필요하다는데 전문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현재 모든 직업교육을 포괄하는 법령으로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이 있다. 이 법은 지난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와 고용노동부가 공동 발의했다.

그러나 직업교육의 대상에 따라 담당부서가 달라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지 못하고 있다. 학교교육 직업교육훈련은 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촉진에관한법률, 학교 외 성인 대상은 평생교육법, 산업체 근로자 대상은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및 고용보험법이 적용된다. 담당부서도 달라서 교육은 교과부, 훈련은 고용노동부에서 담당한다. 이 문제 해결방안으로 미국의 ‘인력투자법(Workforce Investment Act)’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미국의 경우 고용 및 직업교육훈련 관련 프로그램이 150개가 넘었다. 그러나 1998년 인력투자법을 제정해 원스톱센터 구축 등 직업교육시스템을 간소화 한 점을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근 전문대교협 기획조정실장은 “‘직업교육훈련기본법(가칭)’등 직업교육에 관한 규정을 일원화 해야한다”며 “담당부서도 인재고용부(가칭)등으로 통합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등직업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 법은 교과부·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가 투자재원을 마련해 전문대학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문대학이 4년제 대학에 비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비중이 높다는 점이 고려됐다. 전문대학 입학생 중 가구 소득이 월 300만 원 이하인 비율은 55.9%로 4년제 대학 40.7% 비해 훨씬 높다. 또한 145개 전문대학 중 국립 1개, 도립 8개교를 제외하면 모두 사립 전문대학이다.

이 실장은 “사립 전문대학이 전체 대학 중 93%를 차지하는데, 이들 대학이 없었다면 정부가 국가 재원으로 교육수요를 충족해야 했을 것”이라며 “이 법이 제정돼 전문대학에 대한 지원확대가 명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어젠다 통해 전문대학 입장 알릴 것”

[인터뷰] 조병섭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

“전문대학이 고등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기여도에 비해 사회적인 인식은 낮은 수준입니다. 각종 고등교육 정책도 4년제 대학 위주죠. 전문대학 관련 정책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 발표한 전문대학 어젠다를 통해 전문대학의 어려움과 지원 필요성을 알리고 대선 공약이나 차기 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접근을 할 계획입니다.”

조병섭 소장은 “과거에도 전문대학 정책을 위한 어젠다 발표는 있었지만 체계적으로 진행하지 못해 큰 성과가 없었다”며 “지난해 연구소가 설립되면서 전문적으로 정책을 연구하고 각 전문대학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 앞으로 전문대학에 대한 지원체제를 확립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올해 대선을 맞아 전문대학 지원의 당위성에 대해 알릴 예정이다.

“다음달부터 주요 대선 주자 및 정당 정책 책임자들을 초청해 정책포럼이나 간담회 등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전문대학의 의견을 제시하고 주요 정당의 답변을 듣는 과정을 거쳐 전문대학에 대한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이번에 발표한 어젠다는 5개 항목으로 구성돼있다. 조 소장은 “처음 계획은 10개 항목이었는데 전문대학의 입장을 보다 호소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5개로 압축했다”며 “어젠다를 만들면서 우리나라 직업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전문직업 인력을 어떻게 양성해 사회에 진출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조 소장은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실업난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점을 거론하며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전문대학의 역할을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실업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전문대학의 역할이 더욱 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추세라면 몇 년 후 상당수의 전문대학이 문을 닫아야 합니다. 단순히 학령인구 감소로 전문대학이 없어지는 차원이 아니라 전문인력 양성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수업연한 확대에 대한 요구도 담았다. 조 소장은 “전문대학이 반드시 2년 또는 3년 과정만 운영해야 한다는 생각은 현재 흐름과는 맞지 않는다”며 “학과 특성·사회적 수요·기술의 발전 등을 고려해 2~4년 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직업교육의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대학과 함께 직업교육을 담당하던 산업대는 기존 18개에서 현재 호원대, 청운대 등 2곳 밖에 없어 전문대학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수업연한을 자율화하게 될 경우 전문대학이 모든 과정을 4년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수업연한을 무리하게 늘릴 경우 학생모집도 힘든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대학에서도 신중하게 수업연한을 결정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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