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가 +대학생들 사이에 팽배한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대학생들도 학업과 진로문제로 크게 고심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지난 95년부터 3년간에 걸쳐 대학·군·연구소 관계자 및 귀순자들을 참여시켜 제작, 지난 8일 발간한 북한지역정보총람 중 총론편에서 밝혀졌다.

안기부에 따르면 북한 대학생들은 장기화된 식량난 여파로 지난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복귀하지 않아 청년동맹 중앙위에서 ‘방학후 미도착자들을 시급히 데려오기 위한 사업을 책임적으로 조직, 진행할 것’을 하달하는 등 무단수업 이탈자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또한 고려성균관 등의 대학 청년위원회에서 ‘부르주아사상요소, 수정주의 +날라리풍, 개인 이기주의, 장사행위, 불량행위 등 비사회주의적 요소가 만연하고 있다’고 스스로 비판하는 걸로 미루어 북한 대학생들이 +사회주의체제에 대해 사상적 혼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연구소 김승철 연구원(94년 귀순)은 “최근 들어 북한 대학생들은 +심각한 식량난으로 졸업후 배치문제에 모든 관심을 쏟고 있다”며 +“공장이나 노동현장으로 가길 꺼려하고 평양 등 도시에 있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에는 2백80여개의 대학이 있지만 북한이 지난 70년대부터 +시행해 온 ‘일하면서 배우는 대학’의 개념이 적용돼 +공장·농장·어장대학을 비롯한 산업체부설 기능인력 양성기관인 공장고등전문학교(전문대학에 해당)까지 포함돼 남한의 대학개념으로 생각하면 대학 수는 그리 많지 않다. 북한의 대학은 종합대학, 학생수 +1천5백~2천명에 달하는 단과대학, 사범·교원대학으로 나뉘는데 종합대학은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 고려성균관 등 3개고 나머지는 전부 단과대학인데, 그나마 1만명이 넘는 학생수를 자랑하며 종합대학의 면모를 갖춘 곳은 김일성종합대학이 유일하다.

김책공업종합대학은 이공계 최고 명문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성균관대와 자매결연을 맺은 고려성균관은 지난 92년 8월 개성경공업단과대학의 이름이 바뀌면서 종합대학으로 승격했다. 사범대학은 6년제 고등중학교 교사를, 교원대학은 4년제 인민학교 교사와 유치원 교양원을 각각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수는 40여개.

대학의 학제는 학교와 학과에 따라 대개 4∼6년제로 되어 있는데 +김일성종합대학의 경우 인문사회계는 5년, 자연계는 6년제이며, 교원대학은 3년제, 고등전문학교는 2∼3년제이다. 학비는 기본적으로 +면제이고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 한 달에 약 15원 가량의 장학금과 남한의 생활보호자에 해당하는 가정환경관리 대상자들에게도 +또다른 장학금이 지급된다. 대학원은 석사과정에 해당하는 연구원과정이 2년, 박사과정에 해당하는 박사원은 3년으로 되어 있으며, 학위는 준박사·박사이다.

대학생 선발은 대학에서 입학 학생수를 계획해 노동당이 이를 지역 행정위원회의 학생모집과에 직접 할당하는 방식으로 출신성분, 당성 등을 고려해 남한의 수학능력시험과 비슷한 ‘대학예비시험’을 통해 +선발된다. 학생들은 원하는 대학을 3개까지 지망할 수 있는데 종래에는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책공업종합대학의 인기가 높았으나 최근에는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외화벌이나 상품유통과 관련된 평양외국어대학이나 +평양장철구상업대학 등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표면상으로는 대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영어와 러시아 등 2개 이상의 외국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지만 최근 서방과 제3세계 +국가에 대한 외교영역 확대와 주체사상 보급·전파의 필요성에 따라 러시아어보다 영어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지난 91년 북한은 러시아어를 제1외국어에서 제2외국어로 격하시키고 제1외국어인 영어와 제2외국어인 중국어, 독어, 일어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91년 9월부터는 대학에서 영어만 제1외국어로 +지정하고 93년 2월부터 중앙TV를 통해 매주 2회씩 초보적인 회화중심의 영어교육 방송을 시작하는 등 날이 갈수록 영어교육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평양전자계산기 단과대학은 지난해 1월 초 김정일이 이 학교 졸업생들의 컴퓨터실력을 높이 평가했으며, 올해 1월 만경대혁명학원을 방문했을 때도 ‘컴퓨터와 관련해서는 평양전자계산기단과대학의 교재를 가져다 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을 정도로 우수한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건설, 건재부문의 기술자 양성대학으로는 평양시 대동구역에 있는 ‘건설건자재 대학’이 유명한데 지난 53년 10월 김책공업대학의 건설공학부가 확대분리되어 건설대학으로 신설됐다. 이 대학은 이후 70년 7월에 건설건재대학으로 확대되어 건축학부, 건축공학부, 건설재료학부, +건축학과, 국토 및 도시계획과, 건설기계학과, 건설경영학과, 도시경영학과를 비롯한 20여개의 학과들이 있다.

함흥시 사포구역에 있는 금야대학은 함경남도에 필요한 농업부문 종사자들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교육기관으로 지난 58년 +기술사범대학으로 출발해 현재 농학부, 과수학부, 수의축산학부, 농업기계화학부 등 농사와 관련된 학과들만 설치돼 있다.

제약 및 의료기구 공업부문과 약학부문의 기사, 전문가를 양성하는 고려약학대학은 함흥시에 위치하고 있으며 68년 10월1일 설립됐다. 이 대학에는 제약공업부를 비롯한 정규교육체계와 합성연구실, 항생연구실 등을 가진 약학연구소, 실험실습기지, 종합실습공장, 항생제 중간공장 등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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