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봉고원 일대서 … “삼국시대 이후 역사적 사실 증명”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군산대 박물관(관장 박영철)은 전주문화유산연구원과 공동으로 전남 남원 운봉고원 일대에서 대규모의 제철유적을 발견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에 확인된 제철유적은 △남원시 운봉읍 산덕리 1개소 △운봉읍 고기리 1개소 △산내면 덕동리 3개소 등 모두 5개소이며 백두대간과 지리산 줄기의 계곡부에 입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지역에는 철 슬래그편(쇠똥)이 광범위하게 산재해 있고 집터와 제련로의 흔적도 일부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특히 남원 산내면에 덕동리의 하점골 제철유적은 철 슬래그편 뿐 아니라 잘게 부순 철광석 더미, 제련로 등이 온전하게 남아있어 옛 사람들의 제철공정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이 제철유적들에 대한 고고학적 발굴조사가 진행되지 않아 운영시기, 세력 등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의 고고학 분야 연구에 의하면 운봉고원 일대에는 백제에 정치적으로 편입되기 전 가야문화를 기반으로 발전했던 세력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세력의 지배층 묘역으로 알려진 남원 월산리·두락리 고분군에서는 철제 자루솥, 철제 갑옷, 철제 마갑 등 다수의 철제 유물이 출토된 바 있어 이들이 운봉고원의 제철유적을 운영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또 제철유적 3개소가 밀집되어 있는 남원시 산내면 덕동리 일대는 마한왕이 70년간 피난생활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는 달궁터가 있는 곳으로 이곳에 인접해 있는 제철유적들이 마한왕에 의해 개발됐을 가능성도 있다.

군산대 박물관 관계자는 “통일신라시대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실상사 철제여래좌상(보물 41호)은 제철유적이 밀집되어 있는 남원 산내면에 자리하고 있다”며 “운봉고원 일대에서 확인된 대규모의 제철유적은 삼국시대 이후 이곳에서 전개된 역사적 사실을 증명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군산대 박물관과 전주문화유산연구원은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은 전북지역의 유적을 찾아 연구·보존하고자 올해 8~10월 ‘남원 운봉고원 제철 유적 학술조사’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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