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 '3불정책' 강화, 대학 난립의 계기 '설립준칙주의' 채택

[한국대학신문 특별취재팀]  창간 24주년 특별기획으로 본지는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와 공동으로 ‘뉴스로 본 대학 30년’을 연재한다. 5공화국부터 현 MB정부에 이르기까지 대학정책을 중심으로 그간의 변화와 발전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지난 30년간의 대학관련 10대 뉴스를 선정한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다. 대교협 200여개 회원교의 총장을 비롯해 교수, 직원 등 대학 구성원 2019명이 온오프라인 조사를 통해 9월 19일부터 28일까지 직접 뉴스에 순위를 매겼다. 첫 회 대학가 10대 뉴스에 이어 대학 구성원이 뽑은 우선순위에 따라 정부별 5대 뉴스를 소개하고 있다. <편집자 주>

1위 본고사 부활과 3불정책 실시(1994년)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3불정책은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과 교육평준화정책이 맞물려 각계의 논란이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3불정책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기여입학제가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고 해외에서도 허용사례가 드물다는 점 △고교등급제는 고교 평준화에 맞지 않고 명문 고교에 대한 입시열기 과열이 우려된다는 점 △본고사 실시는 사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이며 공교육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든다.

반면 반대 측은 △기여입학제는 대학들의 재정난을 해소하고 등록금 인상 억제효과와 빈곤층 장학금 혜택 확대 효과를 주고 △고교등급제는 실제로 존재하는 고교 간 학력 차 반영에 도움을 줘 공정한 내신 반영으로 공교육 활성화에 도움이 되며 △본고사는 대학에 우수한 인재를 뽑을 수 있는 자율권을 부여해 경쟁력 확보에 기여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3불정책 이후 사교육비가 오히려 급증했다는 점 등도 문제시했다.

2위 대학설립운영규정 제정 및 대학설립준칙주의 시행(1996년)

정부는 대학설립준칙제정위원회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1996년 7월 대학설립운영규정을 제정·공포했다. 이는 대학설립의 목적과 특성에 따른 일정한 설립기준 충족 시 특성화·다양화된 대학을 자유롭게 설립·운영할 수 있는 제도다. 대학은 강의실·실습실·연구실 등 교육기본시설과 도서관·학생회관·대학본부 등 지원시설을 갖춰야 하고, 학생 수에 따른 기준면적을 확보하되 최소학생정원 기준을 400명(대학원대학은 100명)으로 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제도 도입 후 많은 소규모 대학이 설립돼 다양화·특성화 측면에는 맞지만 경쟁력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교육여건과 재정규모가 열악한 영세 대학의 무분별한 설립을 사전에 방지하고 사립대학의 자발적인 구조개혁을 촉진하고자 대학 신설 시 설립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규정이 개선됐다. 그러나 여전히 대학설립준칙주의는 대학이 난립하는 계기가 돼 최근 대학 구조조정의 핵심이슈로 부상한 부실대학 퇴출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3위 대학종합평가인정제 시행(1994년)

대학종합평가인정제는 정부의 대학 통제권이 강했던 우리나라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한 안전장치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학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과정에서 교육여건과 기반 조성을 통해 대학교육의 수월성·효율성·책무성·자율성·협동성을 제고했다. 또 대학 재정의 확충을 통해 대학을 발전시키는 데 목적을 뒀다.

대교협은 1994년부터 2000년까지 대학종합평가인정제 1주기 평가를 수행했다. 2주기 평가는 1주기 평가를 바탕으로 21세기의 시대적·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대학교육을 유도했다. 개별 대학의 특성화·차별화 전략 수립과 추진을 권장하는 등 대학교육의 질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힘썼다.

대학종합평가인정제 사업은 일반적으로 △평가연도 신청, 대상대학 선정 △대학별 자체평가 연구수행 △서면평가·현지방문평가 실시 △인정여부 판정, 결과발표 △재평가 인정 등의 절차로 시행됐다.

한편 교육부와 언론사 및 학회에서 자체적인 대학평가를 수행하기 시작해 대학평가는 다변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4위 특성화·다양화 평가결과와 재정지원 연계방식 도입(자구노력지원사업, 교육개혁추진 우수대학 재정지원사업)(1996년)

1996년 5월 17일 교육부는 교육개혁 추진 우수대학 특별재정지원계획안을 발표했다. 교육과정 운영 및 학사개혁 등 내적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대학을 중점적으로 우선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교육 및 연구여건 등 가시화된 외적 성과를 우선시하던 기존 정책을 넘어서는 것이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개혁을 이루거나 특성 있는 학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내적 변화노력이 재정지원의 기준이 된 것이다.

주요 평가 분야는 △교육 정상화를 위한 학생 선발 △대학의 다양화·특성화 △열린 교육체제의 제도적 기반 구축 △학술연구의 수월성 제고 △대학교육의 세계화·정보화 △대학교육의 공공성 등이다. 첫 평가에서 서울대를 포함한 23개 대학이 교육개혁 우수 대학으로 선정돼 지원을 받았다.

이를 비롯, 자구노력지원사업 등 교육부의 대학지원 정책이 특성화 전략 및 내적 개혁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수립됐다. 대학의 구조조정과도 같은 방향성을 띠었다. 당시 교육부는 예산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대학지원 예산 가운데 일부를 교육개혁 진척도 등을 평가, 지원하고 있지만 구조조정은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게 기본방침이라고 밝혔다.

5위 5·31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1차 교육개혁방안’ 발표(1995년)

<출처> e-영상역사관
줄세우기식 교육을 지양하고 학생들의 학습욕구에 따른 선택과 창의적 교육을 중시하며 과열된 과외를 해소하기 위한 복안이 제시됐다. 1995년 5월 31일 문민정부의 교육개혁 총론을 담은 청사진 ‘5·31 교육개혁’이 그것이다. 당시 교육개혁위원회 이명현 상임위원은 이 개혁방안을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이라고 표현했다. 이 개혁안은 이후 교육개혁의 청사진으로 활용된다.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이 추진한 법학전문대학원이나 치·의학전문대학원도 모두 이 교육개혁안에서 출발했다. 대학의 수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킨 대학설립준칙주의도 이 개혁안에 담겨져 있다.

그러나 미완의 개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교육재정의 국민총생산(GNP) 대비 5% 확충 방안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등 교수단체들은 개혁안에 대해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개혁의 전제가 돼야 할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평했다. 이들은 △교육재정 확보방안 제시 △사립학교법 개정 △교수협의회의 의사결정 기구화 등을 촉구했다.

5·31 교육개혁은 기존 교육개혁의 틀을 깨고 총체적 변화를 모색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시각이 있다. 그러나 교육재정 확보 없이 청사진만 제시하고 실질적 변화를 일으키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별취재팀=윤지은 부국장, 신하영 부장, 민현희·이용재·이현진·이재·손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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