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고효율’ 이것이 바로 진짜 스마트한 ‘공공자전거’

시스템 정착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 지원 필수

▲ 지난 11월 2일 열린 공공자전거 개통식에서 MTB대회 참가한 사람들이 출발 신호와 함께 앞으로 나가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백수현 기자]현 정부의 주요 중점추진과제 중 하나인 ‘녹색성장’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자전거’다.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해 환경 개선은 물론 교통체증 해소, 국민 건강증진 등의 효과를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4대강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자전거 길을 새로 내고 공공자전거를 확충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실제 성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몇 십억 혹은 몇 백 억을 들여 추진한 사업들이 그에 걸맞는 결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 대구대 공공자전거 사업을 이끌어 온 권욱동 추진단장(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이런 상황 속에서 한 대학이 펼치고 있는 공공자전거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공공자전거에 ‘스마트’라는 옷을 입힌 대구대의 이야기다. 총장을 비롯한 교직원과 교수, 그리고 재학생들이 하나가 돼 기존 대학의 자원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예산 절감이라는 효과를 이끌어 낸 것은 물론 이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한 시스템 운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 지 한 달여가 지난 대구대 캠퍼스를 찾았다.

■넉넉지 못한 예산, 대학 구성원 ‘똘똘’= 대구대의 공공자전거 사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대구대는 그동안 두 발과 두 바퀴의 자전거, 휠체어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캠퍼스를 의미하는 ‘아름다운 두(DU) 바퀴’ 비전을 바탕으로 관련 운용시스템 개발과 인프라 구축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캠퍼스에 방치된 폐자전거를 재활용해 ‘자전거 무료 대여소(Green Bike Zone)’를 운영하고 자전거 타기 캠페인을 벌이는 등의 노력을 인정받아 올해 1월 고등교육기관으로는 유일하게 환경부 ‘그린휠 모범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 한 학생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공공자전거 시건장치를 여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2012 행정안전부 지원 공공자전거 구축사업’에 선정된 대구대는 한 단계 더 발전된 공공자전거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장고에 돌입했다. 문제는 예산이었다. 행안부 지원금 2억원, 학교 지원금 1억원 총 3억원의 예산을 확보했지만 새로운 공공자전거 시스템을 갖추기에 넉넉지 못한 것이 현실이었다. 대구대의 공공자전거 사업을 이끌어 온 권욱동 추진단장(스포츠레저학과 교수)은 “일반적으로 약 80대 규모의 공공자전거 사업의 경우 하드웨어적인 요소 구축에만 3억 6000만원에서 4억원이 소요되는 것을 생각해 볼 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한다.

권 단장은 고민 끝에 대학 내 앱 관련 교육기관인 ‘앱창작터’에 도움을 청했다. 정규만 앱창작터 소장(정보통신공학부 교수)과 앱창작터 소속 정보통신공학부 재학생 12명은 두 달여의 걸친 연구 끝에 전국 대학 최초로 스마트폰 앱을 연동한 ‘공공자전거 무인 대여 및 반납시스템(Smart DU Bike)’을 개발했다. 이 앱은 스마트폰으로 자전거별로 부여된 QR코드를 인식해 자동으로 잠글 수 있는 원리다. 대형마트에서 이용하는 카트 잠금장치와 모양이 흡사하다. ‘앱’ 하나로 하드웨어에 스마트한 소프트웨어를 갖춘 대구대는 예산 절감 효과는 물론 여타의 자전거 사업과 완벽한 차별성을 갖게 됐다.

앱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사업영역에서 대학 구성원, 특히 학생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자전거와 거치대에 부착된 대구대 공공자전거 로고 등 공공자전거 디자인은 조형예술대학 시각디자인학과 학생들이 맡았고, 공공자전거 운용과 교육에는 스포츠레저학과 자전거 전공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예산 절감을 위한 노력이 온 대학 구성원들이 하나 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셈이다. 이렇게 탄생한 ‘대구대 스마트 공공자전거’는 지난 11월 2일 오픈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용에 들어갔다.

▲ 홍덕률 총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DU바이크 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효율적 관리 위해 ‘DU바이크센터’ 설립=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앱’만 다운받으면 된다. 별도의 회원가입 절차도 필요 없다. 대구대 학사시스템, 교직원 인사시스템과 연동해 기존에 등록된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효율적인 관리ㆍ운영을 위해 ‘DU바이크센터’라는 별도의 기구를 신설했다. 공공자전거 165대(공공자전거 150대, 2인용 자전거 10대, 교육용 자전거 10대)와 자전거 보관소(스테 이션) 20곳에 RFID(전자태그)를 부착하고 중계기를 통해 관리서버에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센터에서 공공자전거 현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센터에서는 실시간으로 현재 대여중인 자전거가 어디 있는지, 이용 가능한 자전거가 몇 대인지 혹은 회수되지 않은 자전거는 몇 대인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체크되는 자전거 현황에 따라 각 스테이션에 자전거를 손쉽게 재배치하기 위해 친환경 전기자동차도 운영 중이다.

▲ DU바이크센터는 관리서버를 활용해 스마트 공공자전거의 효율적 관리를 도모하고 있다.
또 고장과 민원 접수도 처리한다. 전문수리업체를 입점 시켜 신속한 고장수리가 가능토록 하는 한편 동절기 혹은 우천 시 등 자전거 이용이 어려울 때에는 적절하게 제한한다. 권 단장은 “스마트폰을 기본으로 운영되다보니 이용하는 학생들의 대응도 상당히 빠르다”며 “불만사항이 접수되는 대로 신속한 개선이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현재 대구대의 공공자전거는 스마트 공공자전거와 함께 기존 운영되던 유인 공공자전거(17대 규모) 시스템이 혼용되고 있다. 스마트폰이 없는 학생들과 기존 시스템이 익숙한 학생들을 배려한 조치다. 스마트 공공자전거 사업이 시행 초기인 만큼 갑작스러운 변화보다는 이용자들의 시스템 적응상황을 보며 자연스레 교체해나간다는 생각이다.

■대학 넘어 지역주민들과도 함께 하는 공공자전거= 대구대는 공공자전거 이용 확대를 위해 캠퍼스 내에 4km의 공공자전거 전용도로와 5km의 MTB 도로를 구축했다. 캠퍼스 내에 자전거 교육장도 설치해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인근 유치원, 초ㆍ중ㆍ고교 학생들에 대해서도 자전거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권 단장은 “자전거는 안전교육부터 잘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중요한 급제동, 밸런싱(스탠딩) 등에 대한 교육을 중점적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 대구대 자전거 도로망
뿐만 아니라 공공이라는 특성을 반영해 주이용자인 학생들에게 적절한 책임의식을 부여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전거를 빌려가 제 때 반납하지 않을 경우 사안에 따라 일정기간 대여가 불가능하다. 이런 일이 반복될 경우 해당 학생을 별도로 관리하는 ‘블랙리스트’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대구대는 향후 대학 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캠퍼스 내 자전거 전용도로와 대구대 뒤로 위치한 금호강 변(48km)과 문천지 주변(6.5km)의 자전거 도로를 연계할 방침이다. 이 같은 계획이 실현되면 공공자전거 부문에서 지역사회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지자체인 경산시와의 협의가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학생들의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에코 마일리지(가칭)’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앱을 통해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한 거리를 체크해 이를 마일리지로 적립해 등록금 감면 등의 혜택을 줄 방침이다. 학생들로서는 건강도 챙기고 장학금도 받을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향후 추가 지원이 이뤄질 경우 전기자동차 구입도 검토 중이다. 실시간으로 체크되는 자전거 현황에 따라 각 스테이션에 손쉽게 재배치하기 위한 것이다. 권 단장은 “대구대의 공공자전거 구축 사업이 전국적으로 자전거 활성화를 위한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홍덕률 대구대 총장
(박스1) 홍덕률 총장 “학생들의 행복 위해 혼신의 힘 다할 것”
녹색경북21추진위원회 회장이기도 한 홍덕률 대구대 총장은 취임 초기부터 총장 직속의 녹색대학위원회를 설치해 ‘휴먼 앤 그린 캠퍼스(Human & Green Campus)’ 구현에 대학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 스마트 공공자전거 사업은 그 정점이라고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홍 총장은 “공공자전거 시스템 구축으로 녹색캠퍼스는 물론이고 저탄소 지역사회 모델을 실현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공공자전거 사업의 또 하나의 핵심은 ‘학생이 행복한 대학’의 실현이다. 대구대는 아름다운 캠퍼스로도 유명하지만 학내 건물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학생들이 이동하기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이 사실. 현재 시행 초기인 학생들의 활발한 이용을 위해 700명 정도 교직원들의 공공자전거 이용을 자제하고 있을 정도다. 장애인 학생들을 위해 장애인용 자전거인 텐덤바이크(2인용 자전거)를 구비한 점에서도 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또 홍 총장은 이번 사업 추진과정에서 수고한 앱창작터, 시각디자인과, 스포츠레저학과 학생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노력을 잊지 않은 교수들과 총장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홍 총장은 스마트 공공자전거 시스템을 독점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현재 몇 지자체에서 기술이전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대구대는 이들과 충분한 논의와 교류를 통해 협력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홍 총장은 “첫 걸음을 잘 디딘 공공자전거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자전거 사업이 국가 정책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스2) 스마트 공공자전거 탄생 1등 공신 ‘앱창작터’

▲ 대구대 앱창작터의 소장인 정규만 정보통신공학부 교수(왼쪽)와 공공자전거 스마트폰 앱 개발 팀장을 맡고 있는 이지미씨
대구대 앱창작터(소장 정규만)는 앱 개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중소기업청과 창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현재 정규만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를 수장으로 15명의 재학생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 Smart DU Bike 앱 개발에는 1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자전거에 부착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해 자동으로 잠금장치를 작동하게 하는 이 앱으로 인해 예산절감은 물론 기존 자원의 활용이라는 효과를 거뒀다. 기존 유인 시스템상의 거치대를 모두 교체하는 대신 추가로 잠금장치만을 달았기 때문이다.

정 소장은 “현재 운용되고 있는 시스템이 초기인 만큼 피드백 과정을 통해 적절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며 “자전거 이용이 활발해지는 내년 봄에는 완벽한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학생들이 요구하는 사항으로는 ‘가까운 스테이션 찾기’ 등이 있다. 학생들이 참여해 제작한 앱인 만큼 직접 이용하면서 느낀 애로사항을 바로 적용해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공자전거 스마트폰 앱 개발 팀장을 맡고 있는 이지미(정보통신공학부 4학년)씨는 “프로젝트 진행 과정 가운데 무수히 발생하는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앞으로 스마트TV 관련 앱 개발을 통해 창업 성공의 꿈을 키워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