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대 구분 추첨에 경쟁률 차이"

올해 합격자 발표 뒤 온라인서 혼선 야기

"토익 등 영어시험 점수가 낮을수록 카투사 합격에 유리하다던데…"
입대 적령기 아들을 둔 K씨(52)는 최근 지인들과의 송년모임에서 이런 말을 듣고 귀가 솔깃해졌다. 어떠한 종류의 공모에서든 성적이 높을수록 유리하다는 상식을 뒤엎는 이야기였기 때문.

주한 미군 지원업무를 맡는 카투사는 영어시험 성적이 일정 기준을 넘는 희망자로부터 지원을 받아 추첨으로 선발하는데 영어시험 점수가 낮을수록 잘 뽑힌다는 지인의 얘기는 K씨의 귀를 번쩍 뜨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원자의 영어시험 성적을 여러 점수대로 나누어 추첨하는데 고득점자군(群)보다 커트라인을 살짝 웃도는 저득점자군에 지원자가 덜 밀집돼 경쟁률이 낮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여졌다.

K씨는 모임 뒤 아들에게 이 말을 전하며 "자세히 알아보라"고 했다.


군 복무기간이 짧아지고 예전보다 병영생활 여건도 개선됐지만 대한민국 청년에게 군 복무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의무사항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현실 속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동시에 군 복무기간 영어 실력도 키울 수 있어 카투사(KATUSA)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

그러나 K씨가 접한 이야기처럼 다소 황당한 정보가 인터넷이나 구전으로 퍼지면서 카투사 지원을 준비하는, 입대를 앞둔 청년들과 그 부모들에게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

◇"성적 낮으면 잘 붙는다는데…진짜예요?" = 31일 병무청과 주요 포털 사이트에 따르면 카투사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는 '영어시험 점수가 낮을수록 합격률이 높다는 게' 사실인지를 묻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2013년 입대자를 선발하는 올해 전형의 합격자 발표가 있었던 지난달 이후 이러한 게시글이 많아졌다.

아이디 'Th****'는 한 카투사 정보공유 카페에 "카투사 합격자 점수대를 보니 토익 780점을 겨우 넘긴 사람들이 많이 합격하는 것 같다"며 "인터넷을 보니 900점대 응시자가 합격했다는 글이 뜸한데 점수가 낮을수록 합격할 확률이 높은 게 사실이냐?"라고 묻는 글을 올렸다.

다른 누리꾼은 "이번에 토익 845점이 나왔는데 780점만 넘기면 토익 점수와 상관없이 합격 확률은 똑같은가?"라며 "점수대별로 뽑는다고 하니 점수 절대치와는 상관없는 것 같기도 하고 헷갈린다"고 적었다.

이렇다 보니 여러 차례 토익 시험을 치러 다양한 점수대의 성적표를 가진 사람이 더 낮은 성적표로 지원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아이디 '꼭제발****'은 "토익 점수 860점으로 지원하려고 생각했는데 780∼850점 점수대가 합격 확률이 제일 높다고 들었다"며 "이전에 친 825점 성적표로 지원하는 게 가능하냐?"라고 물었다.

카투사 지원을 희망하는 다른 누리꾼도 "800점대와 900점대 두 개의 점수가 있는데 어떤 것으로 지원하는 게 유리할까?"라고 질문했다.

아이디 '반*'은 "점수가 (아주) 낮거나 (아주) 높은 경우의 사람들이 적으니까 점수가 보통이면 뽑힐 확률이 더 낮다"며 "지원자 가운데 일부러 점수를 낮게 해서 지원하고 추후 성적을 수정할 수 있는 기간에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점수대 구분해 따로 추첨 = 병무청은 실제 카투사 지원자들의 영어시험 성적을 특정 점수대로 나눠 별도로 추첨한다. 성적을 상·중·하로 3등분해 비슷한 점수를 받은 지원자끼리 경쟁하도록 하는 것.

토익(TOEIC)을 예로 들면 780점이 지원자격의 하한선으로 돼 있으며 780∼850점, 851∼920점, 921∼990점 등 세 그룹으로 지원자들을 묶은 뒤 각각 추첨을 진행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그룹별 지원자 비율에 맞춰 선발자를 뽑기 때문에 성적의 높고 낮음과는 상관없이 같은 기회가 보장된다는 게 병무청의 설명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각 그룹에서 일정한 수의 합격자를 뽑는 게 아니라 그룹별 지원자 밀집도에 맞춰 모든 그룹에서 똑같은 비율의 합격자가 나오도록 하기 때문에 성적이 높든, 낮든 균등한 기회를 얻는 셈"이라고 말했다.

병무청은 토익 외에도 텝스(TEPS), 토플(TOEFL), G-TELP, FLEX 등 5종류의 영어시험 성적표를 인정하는데 시험 종류에 상관없이 성적에 따라 전체 지원자를 상·중·하 3그룹으로 나눠 추첨한다.

올해 치러진 전형에서는 1천930명을 뽑을 계획이었는데 1만4천729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이 7.6 대 1이었다. 상위 성적 지원자 7천547명 가운데 984명이 뽑혀 합격률이 13%였고 중위, 하위 그룹 내 합격률도 13%로 동일했다.

병무청 관계자는 "합격자 수는 일부 점수대에서 더 많을 수 있지만, 비율은 어느 점수대나 똑같다"고 설명했다.

◇월별 경쟁률에는 차이 있어 = 카투사는 1년에 한 번 뽑는다. 이듬해 입대할 사람을 대상으로 매년 9월에 희망자를 모집해 11월에 합격자를 발표한다. 이때 입대 희망시기(월)를 지원자가 결정하도록 하는데 이로 인한 경쟁률 차이가 생긴다.

병무청 관계자는 "대학생 지원자는 휴학·복학 과정에서 공백을 최소화하려 하는데 그러다 보니 3∼4월까지는 지원자가 몰리고 연말에는 지원자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대 입장에서는 월별 인력 수요가 정해진 상황에서 지원자는 특정 시기에 쏠리다 보니 지원자들을 월별로 나눠 추첨하면서 월별 경쟁률에 차이가 생기는 것.

올해 전형(2013년 입대 희망월 기준)의 경우 월별 경쟁률은 1, 2월이 9.4 대 1, 3월이 9.5 대 1, 4월이 8.6 대 1, 5월이 7.4 대 1, 6월이 6.5 대 1, 7월이 6.8 대 1, 8월이 7.1 대 1, 9월이 7.5 대 1, 10월이 7.0 대 1, 11, 12월이 6.3 대 1이었다.

이 관계자는 "복무기간이 단축되면 시기별 쏠림이 조금 줄어들 것"이라며 "선발 절차가 세세히 공개되지 않다 보니 시중에 불필요한 오해가 떠도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연합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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