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대통령직인수위가 발표한 정부조직 후속 개편안을 통해 박근혜 당선인의 경제정책 기조를 뜻하는 ‘근혜노믹스’의 윤곽이 드러났다. 근혜노믹스의 핵심은 창조경제와 경제부흥으로 요약된다. 이를 떠받치기 위해 경제 컨트롤타워 신설, 신성장동력 발굴, 대·중소기업 상생을 전담할 기구가 새로이 탄생하거나 확대 재편된다. 특히 신성장동력 발굴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전담하기 위해 거대 공룡부처라는 말까지 들으며 미래창조과학부가 탄생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5개 부와 4개 위원회 등 기존 9개 부처로부터 기초과학과 정보통신기술(ICT) 관련업무, 신성장동력 발굴 기능 등을 흡수 통합해 명실상부한 새 정부 최대의 ‘슈퍼부처’로 부상했다.

창조경제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시장 및 일자리를 창출하는 핵심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은 상당히 의미 있고 신선한 발상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연구, 기초과학과 ICT 등이 혼재될 경우 융합 효과보다는 부작용만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운용기금이 14조원에 자산이 100조원에 이르는 우정사업본부의 이관, 연간 17조원에 달하는 연구개발(R&D) 사업의 시행, 대학지원 업무와 연계되어 이뤄져야 할 산학협력 업무, 기타 각 부처에서 이관된 업무들이 과연 당선인의 의도대로 물 흘러가듯 수행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본부 인원만 약 900명 내외가 될 미래창조과학부의 첫 둥지는 어디에 틀고 9개 부처에서 온 공무원들이 화학적 융합을 어떻게 이뤄낼지 걱정부터 앞선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과거 역대 정부에서 이뤄지던 정부부처의 통합 사례를 되짚어보면 별로 성공한 케이스가 없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단행된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의 통합(재정경제원), 건설부와 교통부의 통합(건설교통부)을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해양수산·통상정책을 떼었다 붙였다 하면서 여러 차례 통합과 분리를 거듭했지만 결국 업무의 혼선만 초래하고 담당 공무원들은 아직도 기획원·재무부·건설부·교통부 등 출신 성분에 따라 끼리끼리다. 20년이 지나도 화학적 융합은커녕 물리적 융합도 먼 나라의 이야기다.

신성장동력 발굴과 일자리 창출, 특히 인재양성은 지속적인 투자와 기초교육을 통해 계획하고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국가 백년대계다. 잘해보자고 모인 공무원들이 영역이나 이권 다툼으로 이전투구를 벌인다면 차라리 조직개편을 하지 아니한 만 못할 것이다.

미국은 1988년 이후 2001년 9·11테러에 대응하기 위한 국토안보부 신설 외엔 정부조직 골간을 유지하고 있고, 일본은 2001년 1월 50년 만에 정부조직을 바꾼 이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정부조직 개정안을 처리할 1월 임시국회에 맞춰 인수위가 정부조직 개편을 서두른 점은 이해하지만 이렇게 졸속으로 탄생한 미래창조과학부는 자칫 ‘장밋빛 환상’일 수도 있다.더욱이 교육과 인재양성의 근간인 대학의 지원업무를 일부 재정지원사업 행정 등 일부만 남겨두고 산학협력, R&D 등 주요 사업을 통째로 이관한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에 추가 논의가 필요한 때다. 또 대학경쟁력을 어떻게 키우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도 함께 해 최종적인 정부조직 개편에 반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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