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하겠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이들 대학들은 각 학교의 등심위 회의를 거쳐 학부기준 70%가 동결을 결정했고 나머지는 인하로 가닥을 잡았다. 대학들로서는 피부로 느껴지는 물가인상률에도 불구하고 등록금 동결이나 인하라는 큰 결심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최소한 등록금을 동결해야만 국가장학금 2유형 신청이 가능하고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 등 구조조정 평가에서 등록금 완화가 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에 인하나 동결로 결정지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등록금 인하나 동결이 가져온 등록금액의 가치 하락이다. 대학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등록금인하와 동결에 ‘꼼수’로 맞대응하고 있다. 콩나물 강의실, 전임교수 책임시수 확대, 시간강사 해고, 수업일수 단축 등이 이른바 ‘꼼수’로 등장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2학기 기준 수강인원 100명을 넘는 강좌수가 서울대는 149강좌, 고려대는 158강좌, 연세대는 172강좌, 이화여대는 144강좌에 이른다. 강의교수가 줄고 수업일수가 줄어드니 당연히 교과목 통폐합이 이뤄지고 학생들은 콩나물 강의실에서 입시학원 수업을 듣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초대형강의실에서 교수들은 마이크를 붙잡고 학생들이 강의내용을 알아듣는지 마는지 강의를 해야 했다. 일부 대학 학생들은 차라리 등록금 안 낮춰도 좋으니 교육이나 제대로 해달라고 요구할 정도다.

대학들은 그동안 적립금 축적을 위해 등록금을 인상해왔다. 그러나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했는데도 2011년 기준 사립대 적립금은 증가액만 전년대비 2700억원이 넘고 누적적립금 총액은 7조9463억원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뿐만 아니다. 2011년 교비결산서 분석결과 서울 유명대학 법인 대다수가 법정부담금을 절반도 내지 않았다.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얻은 수익의 80% 이상을 교비회계로 전출해야 하지만, 이를 한 푼도 내지 않은 대학도 2011년 15개교나 됐다. ‘80% 이상 전출’ 규정을 지키지 않은 대학은 46개교였다.

기본적으로 국민적 신뢰를 잃어버린 배경에 진실이 어떻든 오해가 있었든 그동안 높은 줄 모르고 솟구쳤던 등록금액만 봐도 대학들은 '반값등록금 구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우리 정부의 GDP 대비 고등교육재정에 대한 투자는 OECD 평균 1.0%에 턱없이 부족했다. 공교육이 해야 될 몫을 사교육에 맡긴 채 방관했던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대학들은 등록금 인하 혹은 동결을 핑계로 교육의 질 하락은 불가피하다고만 할 것이 아니다. 대학법인은 법정부담금을 대학에 떠밀어서도 안 되고,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얻은 수익을 학교에 한 푼 내놓지 않는 행태를 보여서도 안 된다. 더 이상 학생들을 콩나물 강의실에 몰아넣고 등록금을 인하했으니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

정부도 국가장학금 지급이나 재정지원사업의 평가를 빌미로 대학에 등록금 인하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다. 국민들의 정서와 정치적 논리로 대학들에게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기 보다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줄줄 새고 있을 세금들만이라도 챙겨 인재양성의 근간인 대학 교육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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