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또다시 논문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국어대사전>에는 표절이란 시나 글, 노래 따위를 지을 때에 남의 작품의 일부를 몰래 따다 쓰는 것을 말하며 북한에서는 도적글이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지난 2007년부터 장관, 청와대수석, 대학총장 후보들의 논문 표절의혹이 봇물처럼 쏟아져 모두 사과와 함께 낙마의 분루를 삼켰고, 지난 19대 국회의원 선거 때도 당선자들의 논문 표절의혹으로 떠들썩했다. 올해 들어서도 공직자, 연예인, 체육계 인사, 교수, 인기강사 등 유명인의 표절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대목에서 과연 그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을 만큼 진짜 도적글을 썼느냐 하는 것은 다시 찬찬히 되짚어볼 일이다. 의혹이 제기되니 일말의 해명이나 변명도 들어볼 생각 없이 무조건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토씨 하나 안 바꾸고 그대로 퍼왔다거나 오타(誤打)까지 그대로 인용한다거나, 남의 논문이나 저서를 통째로 베낀 강심장들은 철퇴를 맞아 당연하다. 그런 논문을 통과시켜준 지도교수, 심사교수, 대학까지 뭇매를 맞아야 한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논문 작성을 해본 사람이라면 인기강사 김미경씨나 연예인 김미화씨의 “양심을 팔지 않았다”는 해명에 고개가 끄덕여질 법할 것이다.

논문은 통상적으로 문제제기, 연구목적과 연구방법, 이론적 배경과 선행연구, 연구내용 분석, 결과 도출 및 요약 등의 순서에 의해 작성된다. 논문의 가장 핵심은 문제제기와 새로운 연구를 통해 새로운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이다. 이론적 배경이나 선행연구 자체가 논문의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은 아니다.

특히 이론적 배경에서 연구자가 독창적인 이론을 주장하면 무슨 근거로 그런 주장을 펴느냐고 심사교수로부터 질책을 받기 일쑤다. 그래서 이론적 배경이나 선행연구는 선행연구자의 이론을 인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논문의 여러 쪽에 해당하는 부분을 모두 다 인용으로 채우기는 낯간지러워 인용근거 없이 선행 연구자의 이론을 조금 수정하여 기술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김미경씨는 이론적 배경에서 일부 인용근거를 밝히지 않았지만 논문의 핵심인 설문조사 응답자 410명의 결과를 어떻게 표절했겠냐고 해명했다. 강호동·유재석씨에 관한 연구내용을 어떻게 표절로 채우겠느냐는 김미화씨의 주장은 그래서 일견 수긍이 간다. 그들의 해명대로라면 이론적 배경 등에서는 표절이 있었지만 논문의 핵심인 연구 분석과 결과 도출은 표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8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논문표절 의혹이 사회문제가 되자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여섯 단어 이상의 연쇄표현이 일치하는 경우, 생각의 단위가 되는 명제 또는 데이터가 동일하거나 본질적으로 유사한 경우 등이다. 이 기준을 적용해 논문 검증을 한다면 직업과 직책, 직위에 상관없이 모두 표절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한겨레 커뮤니티 정치토론방’에서 “본인은 주부스타강사를 옹호할 의사가 없으나 지나치게 난장을 친다는 생각이 든다!! 글 쓴넘!! 넌 논문 쓴거 읎냐? 있으면 나한테 보내봐 바!!”라는 글이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교육부가 수용가능하고, 실천 가능한 논문표절 가이드라인을 다시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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