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ㆍ중앙대 등 단속시스템 도입

대학가, 윤리의식 제고 요구 높아져 “바늘도둑이 소도둑 될 수도”

▲ 동국대 이클래스(e-Class)의 과제 표절 시스템 활용 예시 화면

[한국대학신문 백수현 기자]대학들이 중간고사기간을 앞두고 학생들의 과제 표절 단속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시험을 리포트 제출로 대신하는 과목의 경우 ‘과제 베끼기’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유명 인사들의 논문표절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되며 학생시기 때 과제 표절을  ‘표절’에 대한 윤리의식 부재의 원흉으로 보는 시선도 상당수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지역 한 대학 교수는 “요즘 학생들이 제출하는 과제를 보면 열심히 해서 내는 학생들도 있지만, 티 나게 베껴 내는 경우도 상당수”라며 “이런 행위를 접할 때마다 화가 나는 것을 넘어서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우리나라 미래가 걱정될 정도”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남의 것을 함부로 가져다 쓰는 행위는 도둑질과 다름없다”며 “이런 행동들이 반복돼 죄의식을 느끼지 않게 되면 나중에 논문 표절 등도 거리낌없이 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만연하고 있는 과제 베끼기 행태 근절을 위해 최근 과학적인 시스템을 도입한 대학들이 늘고 있있다.

동국대는 이번 학기부터 온라인 강의자료 시스템인 ‘이클래스(e-Class)’에 학생들의 수업과제 표절을 적발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클래스는 오프라인 강의와 연계된 온라인 강의자료 학습시스템으로 전체강좌에 개설된다.

학생들이 이클래스를 통해 과제를 제출하면, 과제 마감일 다음날 새벽에 자동적으로 표절심사가 진행돼 표절률(모사율)을 확인할 수 있다. 비교 대상은 △동일 수업 학생들의 과제 파일 △1년전 전체강좌의 수업 과제파일 △인터넷에 올라온 파일 등이다. 해당 과제가 비교 파일과 동일한 문장이 몇 개이고, 표절이 의심되는 문장이 몇 개인지 등 상세내용까지 안내받을 수 있다.

또 교수들이 과제 외 파일의 표절률을 점검하고 싶은 경우, 동국대 표절 검사 서비스인 카피 킬러(https://dongguk.copykiller.co.kr)를 이용하면 된다. 회원가입을 하면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파일을 업로드 해 인터넷에 공개된 파일들과의 표절률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동국대는 “표절방지 시스템 도입을 계기로 학생들의 윤리의식을 강화시키는 것은 물론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학습 역량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중앙대도 이번 학기부터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이용해 학생들의 과제물 표절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블랙보드(Blackboard)’ 시스템을 도입했다. 블랙보드에 내장된 ‘세이프어사인(SafeAssign)’ 프로그램은 담당 교수가 학생이 낸 과제물의 표절 여부는 물론 표절 비율, 원문 출처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를 위해 중앙대는 1년당 300강좌를 기준으로 3년간 8000만원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블랙보드 시스템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번 학기에는 112개 강좌에서 이 시스템이 운용되고 있다. 중앙대 관계자는 “블랙보드 시스템을 통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표절 문제에 대비하는 동시에 공정한 평가와 올바른 학습문화 정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생들의 과제 표절을 막기 위한 대학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확률만을 따지는 표절 방지 시스템이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과학적인 시스템 도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는 있겠지만, 시스템 오류에 대한 대비, 표절 적발 시 처벌규정 마련 등이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며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과제 표절에 대한 윤리의식의 제고 없이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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