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의 문제점이 감사원 감사결과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감사원이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한 결과 주요 전형요소인 학생부·자기소개서 등에서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사실 입학사정관제의 부실 문제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터져 나왔다. 성균관대 사례가 대표적이다. 성균관대는 작년 9월 입학사정관제로 2011년에 입학한 ‘봉사왕’ A씨의 합격을 취소했다. A씨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지적장애 여중생에 대한 집단 성폭행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담임교사는 이 같은 사실을 숨기고 그를 봉사왕으로 둔갑시키는 추천서를 써줬다.

이번 감사에서도 입학사정관제의 주요 전형요소인 자기소개서나 학생부를 조작·표절하는 사례가 대거 적발됐다. 향후 정부가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선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신뢰성을 제고할 방안도 같이 검토돼야 한다.

입학사정관제는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도입했다. 학생의 잠재력과 적성·특성을 반영해 성적위주의 대입 선발을 탈피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한 것이다. 때문에 ‘제도의 문제’이기보다는 이를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란 말도 나온다. 그러나 도입 5년차를 맞으면서 터져 나오는 문제점을 살펴볼 때 그 어느 때보다 제도 보완이 필요함을 절감하게 된다.

대학입시는 공정성과 신뢰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 원칙이 무너지면 대입제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입학사정관제가 과연 지난 5년간 이 점에 기여했는지를 반추해보면 결과는 ‘회의적’이다.

먼저 ‘공교육 복원’을 목표로 도입됐지만 오히려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입학사정관제의 주요 평가요소인 자기소개서를 대필하는 사교육업체가 성행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인터넷에선 이런 업체에 도움을 받아 합격했다는 글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면접 컨설팅, 포트폴리오 작성까지도 사교육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입학사정관제는 사실상 엄마사정관제’란 촌평까지 등장했다. 누가 더 돈과 시간을 투자하느냐에 따라 당락이 갈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고소득층에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또 학업성적을 중시하는 대학들에 의해 일반고보다는 특수목적고 출신이 수혜를 입고 있다.

실제로 유기홍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해 2012학년도 서울대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일반계고 지원자 1만887명 중 합격자는 1477명(13.6%)에 그친 반면 영재고 출신자는 185명 중 122명(65.9%)이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뿐만 아니라 서울 주요 4개 대학에서도 특목고 출신의 합격비율이 일반고보다 높았다.

부모가 고소득일수록 합격률이 높다는 여론도 공고하다. 박혜자 민주통합당 의원의 광주·전남 소재 고3 담임교사 62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 정도가 ‘부모 소득이 높을수록 입학사정관제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가짜 서류를 대학이 걸러낼 기반도 부족하다. 대학들은 지난해 기준 입학사정관제로 전체 대입정원의 13.5%인 4만6300명을 뽑았다. 하지만 사정관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심한 경우 입학사정관 1명이 수험생 600여명을 심사한 대학도 있다.

문제가 있으면 고쳐야 한다. 그 동안 입학사정관제가 확산된 배경에는 정부 재정지원이 있었다. 대학들은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내실을 기하기보다는 선발인원 확대에 주력해 왔다.

새 정부가 대입전형 자체를 간소화하기로 한 이상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어차피 2000개가 넘는 대입전형 수를 줄이려면 대학마다 입학사정관제 안에 있는 전형 수를 손봐야 할 것이다. 향후 학생부 중심으로 갈 수시모집에서 입학사정관제는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을 심사하는 하나의 전형방법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만약 이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결정한다면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보완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제도가 현장에 완벽히 착근할 수 있고, 도입 취지도 살릴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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