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력 활성화로 정부과제 연이어 수주

영화 ‘7광구’CG 구현…‘충무로 컬쳐밸리’ 구축 박차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동국대가 영화에서 사용되는 첨단 컴퓨터그래픽 기술 등을 통해 최근 융복합 연구의 명가로 거듭나고 있다.

2011년 영화 ‘7광구’의 유체 시뮬레이션 CG(컴퓨터그래픽)로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던 홍정모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현재 중국에서 제작중인 영화 ‘적인걸 2’의 CG를 개발 중이다.

물·불·연기 등 유체 시뮬레이션을 연구하는 홍 교수는 ‘7광구’에서 불붙은 괴물 5컷을 완성했다. 이 시뮬레이션 기법은 불이 움직이는 방정식을 이용해 CG를 구현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이 시각효과(VPX · Visual effects) 엔진을 CG전문 그래픽 회사로 넘겨 함께 영상으로 만든 것.

홍 교수는 유체 시뮬레이션을 최초로 시도한 ‘터미네이터3’ 를 만든 미국의 론 패드 코로 스탠포드대학 교수가 이끄는 연구실에 지난 2005년부터 유학하며 오랜 꿈을 현실화하기 시작한 한국 유체시뮬레이션 1세대다.

그는 “미국에선 ‘스탠포드 박사가 영화를 만든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공학박사들이 CG 회사에 많이 들어간다”며 “당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CT(문화공학) 분야를 키우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현재 동국대가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CT분야의 촉망받는 미래 동력이다.

■ 정부 지원 쏟아져 동국대는 2005년과 2006년 교육부가 주관하는 ‘수도권 대학 특성화 사업’과 ‘구조개혁 선도 대학 지원 사업’에 각각 선정돼 165억여 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동국대가 추진했던 특성화사업의 주제는 CT(문화공학)였다. 연극과 영화, 광고 등 문화예술 분야와 정보통신 분야를 융합하는 새로운 분야다.

동국대는 2009년에도 서울지역에서 유일하게 교육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는 2단계 산학협력중심대학육성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약 180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차세대 융합형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왔다.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정보기술(IT)과 문화예술 분야의 축적된 역량, 풍부한 문화콘텐츠 등을 기반으로 ‘충무로∼상암 디지털 미디어시티(DMC)’를 연결하는 문화 콘텐츠 클러스터로서의 ‘충무로 컬처 밸리’를 구축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세웠다.

뿐만 아니라 2012년에도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육성사업에 선정돼 최대 5년간 200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특히 동국대는 산학협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영화, 디지털 콘텐츠, 정보통신, 인쇄산업 등이 밀집해 있는 서울 중구 필동 ‘동국대 충무로 영상센터’에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단의 전용공간도 마련했다.

주해종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단 교수는 “특성화 교육과 창의적 공학설계인 ‘캡스톤 디자인’ 현장실습과 같은 산학교육 과정은 물론이고 300여 개의 문화콘텐츠 관련 기업의 기술개발 활동 등이 이곳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 현장에서 실무 중심 교육 박차 동국대는 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맞춤형 고급인력 양성에 초점을 두고 특성화교육 과정과 인턴십·멘토링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현재 컴퓨터공학과 등 공대생 3264명 중 2419명(75%)과 예술대학 등 비 공대생 500여 명이 동국대의 각종 산학교육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실무 중심의 교육은 전국 산학협력중심대학 캡스톤 디자인 경진대회 최우수상을 받는 등 훌륭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홍정모 교수와 같이 산업현장에서 바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의 경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해리포터’와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컴퓨터 시각효과로 수익을 창출하는 등 CT산업이 이미 기반을 다져 성과를 내고 있다. 홍 교수는 이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 하려는 것이다.

홍 교수의 경우 ‘국내 CT산업 활성화 후 CG기술 해외 수출’이란 당초 계획을 'CG기술 선 해외 수출'로 일부 수정했다. 그는 "VFX산업이 발전하려면 해외 진출은 필수"라며 "높은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용 영상을 만들어야 해외 진출을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이 계획의 일환으로 중국 영화 ‘적인걸 2’의 CG 개발을 맡아 작업 중이다.

■ 이공계 연구 인프라 확대 동국대는 지난해 서울캠퍼스에 신공학관을, 일산캠퍼스에 약학관, 산학협력관, 종합강의동 등을 구축해 인프라 확장을 이뤄냈다. 교수들의 연구실은 물론, 강의실, 세미나실, 실험실 등이 대폭 확충된 것이다.

지난해 문을 연 신공학관은 연면적 2만 3075㎡에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로 IT와 전자전기, 반도체 관련 학과의 연구실과 실험실로 이용된다. 교수들은 물론 대학원생들을 위한 전용 연구공간도 배정됐다. 동국대는 신공학관 완공에 이어 기존의 공대 건물도 리모델링을 시행해 첨단 연구 인프라를 갖춘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융복합 교육을 주 내용으로 하는 교양교육 혁신 프로그램도 중점과제로 추진된다. 인문학과 공학을 통섭적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1학년 때부터 집중 교육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 동국대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여 온 인문학 교육 전통에 융합형 이공계 교육을 더해 이공계와 인문학을 동시에 육성하는 전략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최근 이뤄진 일련의 연구 인프라 확대를 바탕으로 이러한 융복합 교육에 날개를 달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국대의 이러한 노력은 이미 산학협력 분야에서 서서히 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또, 특허와 학교기업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첨단형 융복합 이공계 교육 육성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친 동국대의 야심찬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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