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설계와 진로’ 통해 자존감 회복하고 목표 설정

학생들 “꿈 없이 들어온 대학서 꿈 찾아”

▲ 국민대는 필수 교과목 ‘인생 설계와 진로’를 통해 학생들이 행복한 삶을 열어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민현희 기자] 5월의 어느 이른 아침 국민대 한 강의실. 9시 수업을 앞두고 학생들이 하나둘씩 강의실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일찌감치 도착해 강의 점검을 하고 있는 교수와 자연스럽게 하이파이브를 하며 “굿모닝”하고 인사를 나눴다. 손뼉이 마주치자 학생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수업은 “내 인생은 내가 설계하고 내가 주도한다!”는 학생들의 자신감 넘치는 외침으로 시작됐다. 학생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강의실 가득 즐거운 에너지를 불어 넣었다. 수업 시작부터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웃음꽃이 피어났다. 국민대 학생들이 왜 ‘인생 설계와 진로’를 최고의 교과목으로 꼽는지 일일이 듣지 않아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인생 설계와 진로’는 교수법 전문가인 이의용 교양과정부 교수가 개발해 국민대가 2004년 2학기부터 운영해온 진로 관련 교과목이다. 매 학기 학생들의 수강신청이 폭주하고 뛰어난 효과도 입증됨에 따라 올해부터 신입생 전원이 필수 수강해야 하는 교양필수 교과목으로 지정됐다.

이 교수는 “대입 준비에만 20년의 인생을 ‘올인’해 온 요즘 대학생들에게 사회 진출 준비는 무척 버거운 일”이라며 “학생들이 대학생활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행복한 인생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이 수업의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 1학년 때 ‘인생 로드맵’ 완성 = 이 교수가 ‘인생 설계와 진로’ 교과목을 만든 것은 10여년 전 한 학생으로부터 “4학년인데도 어떤 목표를 갖고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지 방향조차 정하지 못해 답답하다”는 메일을 받고 나서다. 메일 내용에 큰 충격을 받은 이 교수는 학생들의 미래 준비를 뒷받침하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이 교수는 “정체성을 파악하고 자존감·자신감을 회복해야 행복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며 “비전, 자존감, 자립심이 부족한 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학교육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인생 설계와 진로’는 1학년 학생들이 스스로를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자신만의 꿈을 찾아 인생설계도를 완성하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수업은 △나 알기 △나 인정하기 △나답게 살기 △비전 탐색과 수립 △직업의 선택 △직장의 선택 △취업 준비 △시간 경영 △사랑과 결혼 등의 주제로 진행된다. 수업은 티칭이 아닌 코칭 방식으로 진행되며 교수의 강의가 아닌 학생들의 조별 토론과 발표가 주를 이룬다.

특히 학생들은 매주 주제에 맞춰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 과제를 수행하는데 ‘나에게 쓰는 편지’ ‘10년 후 내 모습’ ‘내가 생각하는 좋은 직업의 조건’ 등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고 가치관을 정립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기말이면 백과사전보다 두꺼운 포트폴리오를 내놓을 만큼 수업에 대한 몰입도가 높다.

■ “내 삶을 바꿔놓은 수업” = 현재 대학들이 운영 중인 수많은 강의 가운데 학생들의 삶의 방향과 가치관을 바꿔놓을 만큼 영향력이 큰 것은 얼마나 될까. ‘인생 설계와 진로’를 수강한 학생들이 이 강의를 호평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업을 들은 뒤 삶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2008년 2학기 때 이 강의를 수강한 졸업생 김에스더씨는 “특별한 꿈 없이 점수에 맞춰 대학에 진학했는데 ‘인생 설계와 진로’를 수강하며 나만의 꿈을 찾고 체계적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었다”며 “자존감을 회복하면서 내 삶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됐고 소소한 일상에까지 감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토론식 수업 방식 역시 큰 도움이 됐다. 다른 학생들의 꿈을 들으면서 개개인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지 깨달았고 서로의 꿈을 지지하는 ‘비전 공동체’를 형성했다”며 “함께 수업을 들었던 친구들과 아직까지도 정기적으로 만나고 연락하며 서로의 앞길을 응원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학기에 수업을 수강 중인 박유빈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넌 무엇이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되고 싶은 게 없다’고 답했었는데 요즘은 그 질문에 당당히 대답할 수 있게 됐다”며 “벌써 이렇게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는데 이 수업이 끝날 쯤에는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설렌다”고 밝혔다.

국민대는 ‘인생 설계와 진로’가 학생들의 삶의 질은 물론 대학교육의 질과 취업률까지 높여놓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지수 총장은 “단기적인 취업 설계보다 중·장기적인 인생설계가 중요하고 시급하다”며 “이 강의를 필수 이수한 올해 신입생들이 사회에 진출하게 될 4년 후에 나타날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남덕우 전 총리 기려 ‘청년 창업’ 활성화
-‘지암(芝巖) 이노베이터스 스튜디오’ 개설

국민대가 고(故) 남덕우 전 국무총리의 호를 따 ‘지암(芝巖) 이노베이터스 스튜디오’를 개설한다.

이달 20일 별세한 고인은 국민대 정치학과 46학번 출신으로 평소 국가가 요구하는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교육이념을 가지고 있었다. ‘지암 이노베이터스 스튜디오’는 국민대가 남 전 총리의 교육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마련한 조직으로 청년창업 활성화를 목표로 운영된다.

이에 따라 국민대는 도전적 창업정신을 가진 학생 30여명을 선발해 수업료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벤처창업을 위한 전용공간을 제공해 청년창업을 장려할 방침이다. 특히 대학 측은 성공한 벤처기업인을 창업 멘토로 초빙해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형 조언을 제공할 계획이다.

유지수 총장은 “중소기업의 재활이 국가 발전의 핵심 축”이라며 “학점 이수 등 어떠한 제약도 없는 창업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 재활에 필요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