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017년까지 전문대학 취업률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2~3년인 전문대학 수업연한을 풀어주고 지원금도 넉넉히 주겠다는 내용의 전문대학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또 특성화 전문대학 100개교를 육성하고 이를 통해 직무수행도가 높은 핵심인력을 15만 명 양성하겠다는 것을 강조했다.  연구중심 대학과 직업교육 중심대학 사이의 모호했던 고등교육의 경계를 바로잡고 그동안 침체된 전문대학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처방이라 생각된다.

‘특성화 전문대학 100개교’ 사업은 전문대학 육성방안의 핵심이다. 교육역량강화사업과 통합되면서 대폭 확대되는 사업이기에 예산이 최소 2500억 원 이상 될 것이라는 게 전문대학가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박근혜정부가 고등교육에서 전문대학을 최우선으로 두는 만큼 깜짝 놀랄 정도의 규모가 되지 않겠느냐는 예측도 나온다. 전문대 육성방안을 만드는 데 참여한 모 대학 교수는 “1개 대학에 50억원씩 모두 5000억원 정도는 돌아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는 기획재정부에 제출할 예산을 짜느라 분주하다. 이달 말까지 정확한 산출 근거를 통해 전문대학 사업예산을 수립하고 이후 기재부와 협의를 거쳐 올해 안에 지원 규모를 확정하게 된다. 이 예산은 내년부터 전문대학 육성에 본격적으로 투입된다.

이번 전문대학 육성방안은 본래의 역할을 저버리고 ‘전문대학 흉내 내기’에 급급했던 일부 4년제 대학들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일부 4년제 대학들은 미용학과, 안경학과, 장례학과 등 전문대학에서 개설한 학과를 무분별하게 베껴 설치했다. 그 결과 “교양과목 빼면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이 다를 게 없다”는 비아냥거림도 들어야 했다. 대학가에는 이를 풍자해 “미용학과를 4년이나 다녀야 하는 이유”라는 유머도 회자됐다. “오른쪽 머리 1년, 왼쪽 머리 1년, 앞머리 1년, 뒤통수 깎는 법 1년을 합쳐서 4년이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다. 정부의 의도대로 수업연한을 풀고 행·재정적 지원을 대폭 늘려 전문대학을 직업교육의 첨병으로 바로 잡아야 비로소 일부 4년제 대학들의 전문대학 따라하기도 그치게 될 것이다.

전문대학을 제대로 육성하기 위한 예산이 낭비요소 없이 실질적으로 책정돼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전문대학이 4년제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원을 덜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퍼주기식 사업예산을 편성해서는 안된다. 전문대학들이 글로벌경제 시대를 맞아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알찬 인재를 육성, 배출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국내 환경도 마땅히 고려해야 한다.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면서 혹여라도 모든 전문대학에 골고루 나눠주겠다는 구상이라면 그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또 정부의 발표대로 ‘특성화 전문대학 100개교 이외에는 구조조정’ 원칙을 고수해야 할 것이다. 노력하는 전문대학에는 지원을 아끼지 말고, 비리·부실 대학에는 야박하리만큼 돈줄을 끊지 않으면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은 물 건너가고 예산 나눠먹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 특성화 전문대학 100개교 사업이 근본적인 변화 없이 기존 교육역량강화 사업에서 무늬만 그럴싸하게 바뀐 형태가 된다면 ‘창조’ 정부의 교육개혁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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