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10대를 위한 동서양 고전 읽기 프로젝트

EBS와 함께 매주 토요일 고교생 200명 대상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고교생들에게 ‘고전’이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읽기 어려운 고서’나 ‘아무나 읽을 수 없는 책’쯤으로 여겨지던 ‘고전’에 숭실대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숭실대(총장 한헌수)가 고교생을 위해 ‘생각하는 10대를 위한 고전 읽기 강연회’를 마련해 고전의 맛과 멋을 전하기에 나섰다. 지난 1학기 고교생 200명을 대상으로 6회에 걸쳐 △유토피아 △자유론 △구토 등을 재미있게 풀어내며 학생들의 공감을 자아낸 데 이어 지난달 24일 김경희 성신여대 교수가 마키아벨리 <군주론>에 대해 강의를 펼쳤다.

영훈고 2학년 김다혜 양은 “고전은 평소 집중해서 읽어도 10장을 채 넘기지 못한채로 알쏭달쏭한 궁금증과 의문을 갖고 독서를 끝내는 수밖에 없었던 책이었다”며 “제자리에 멈춰있던 고전 지식들을 이 강연을 통해서 키울 수 있었다. 현대사회의 모순점과 문제를 바라보는 건강한 시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매주 토요일 8회 걸쳐 ‘고전’ 꿰뚫기 = ‘생각하는 10대를 위한 고전 읽기 강연회’는 현재 2학기 강의가 한창이다.

강의는 각 고전별 2교시로 구성되며 1교시에는 저자와 시대배경, 작품의 의미와 후대에 미친 영향 등을 소개한다. 2교시에는 핵심 구절이나 장면 읽기, 해설, 질문과 답변 시간으로 꾸며진다.

행사를 총괄하는 박영철 숭실대 학술정보운영팀장은 “지난 1학기 처음 시작된 강연임에도 많은 학생들이 참여해 열띤 호응을 보였다. 이에 보답하고자 2학기에는 강독 고전을 한 개 더 늘려 보다 풍성하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에서 접하기 어려운 세계적인 고전 강독을 통해 자아를 성찰하고 진로를 설계해 볼 수 있는 더없이 유익한 시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더불어 독해와 토론 능력 향상을 통한 사교육비 절감의 실용적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교수의 <군주론>에 이어 현재 철학자 강신주 박사의 <장자> 강의가 한창이다. 이어 10월 12·26일 이태수 전 서울대 교수의 플라톤 <국가>, 11월 2·16일 곽신환 숭실대 교수의 <논어> 등 4가지 고전 강의가 총 8회에 걸쳐 순서대로 펼쳐진다. 이번 강연 내용은 녹취돼 이후 책자로도 발간될 예정이다.

김경희 교수가 말하는 ‘고전읽기’…마키아벨리 <군주론>

“고전은 시대에 따라 다른 의미와 암시를 주는 책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군주론’ 원전을 번역한 김경희 성신여대 교수가 정의한 ‘고전’의 의미다. 지난달 24일 숭실대 벤처관에서 ‘생각하는 10대를 위한 고전 읽기 강연회’의 2학기 첫 번째 강연이 열렸다. ‘군주론’을 주제로 열린 이날 강연에는 고등학생 200여 명이 몰려 고전에 대한 관심을 가늠케 했다.

김경희 교수는 고전에 대한 벽 허물기부터 시작했다. 그는 “고전을 쓴 저자보다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아는 것이 더 많으니 굳이 고전을 거대한 진리로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며 ‘고전을 두려워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물고기를 주는 사람보다 그물을 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며 고전을 ‘그물’에 비유했다. 물고기를 주는 것은 결과물을 주는 것이고 그물을 주는 것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필요한 도구를 주는 것이란 뜻이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고전은 삶의 정답보다는 지혜와 교훈을 제시하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고전을 쉽게 읽을 수 있는 방법도 귀띔했다. 그는 “특히 서양고전은 그 인명과 지명 등이 낯설기 때문에 읽는데 어렵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며 “<군주론> 헌정사 첫줄에 나오는 ‘니꼴로 마키아벨리가 로렌초 데 메디치 전하께 올리는 글’에서 ‘로렌초 데 메디치’를 지우고 본인의 이름을 적어 넣으라”고 말했다. 단어하나하나에 집중하지 말고 마키아벨리가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다고 생각하면 일단 첫걸음은 뗄 수 있는 뜻이다.

 

[인터뷰]박영철 중앙도서관 학술정보운영팀장

-프로그램의 기획 취지는.
“인생을 사는 고민,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고 ‘나만 잘되면 된다’는 식의 잘못된 생각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며 준비했다.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고전으로부터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들이 성인이 돼서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고전이 ‘열쇠’가 되길 바란다.”

-프로그램 참여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청소년들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지식의 세계를 경험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는 힘을 기르게 될 것이다. 또한 고전과의 특별한 만남을 통해 △나눔과 배려, 섬김과 봉사의 인성을 갖춘 인재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열정, 따뜻한 감성을 지닌 인재로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독서 능력 제고 △자아성찰·진로 설계 △고전 강독 토론 능력 제고를 통한 사교육비 절감 △입학사정관제 확대에 따른 ‘고교-대학 연계 프로그램’의 강화 효과도 기대한다.”

-숭실대 도서관 프로그램이 유명하던데.
“힘들어하고 절망하는 대학생들을 보면서 대학에서 무엇을 통해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한 권의 책에서 힘을 얻었던 경험을 떠올리면서 대학생독서운동을 시작했다. 대학생들이 읽으면 좋은 책을 매달 2권 선정해 독서후기클럽 카페에 올려두고, 학생들에게 신청을 받아 무료로 책을 주고 독서후기를 받는 형식이다. 학생들이 책을 통해 생각이 바뀌고 삶이 변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매우 보람을 느낀다. 이 프로그램으로 2009년에 문광부 장관상을, 2010년에는 교육부 대학도서관 시범평가에서 중규모 대학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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