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한국대학신문 기자] ‘졸업 전에 학교가 망할까봐 두렵다’는 재학생이 다니는 대학. ‘학교가 폐교 위기에 처해도 재단의 투자 여력이나 의지가 없어 5년 안에 망할 것’이라는 교직원이 다니는 대학. 같은 날 두 명의 총장이 출근하는 촌극을 빚은 대학. 노동조합과 총학생회가 재단을 비리재단으로 지목하고 퇴출집회를 80여 일째 벌이고 있는 대학. 설립재단과 학교운영권을 인수한 재단이 소송을 벌이며 이전투구하는 대학. 이 와중에 신입생에게 장학금을 주면서까지 학교를 살려보겠다고 노력해온 교육부 차관 출신 총장을 해임하는 재단. 바로 몇 년 전 비리와 횡령으로 법의 심판을 받은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경남 진주 소재 한국국제대학교 이야기다.

상황이 이 정도라면 누가 보더라도 대학구조조정 대상이다. 아니, 퇴출 대상으로도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4년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학자금대출제한대학, 그리고 경영부실대학 35개교 명단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한국국제대’ 이름은 없었다.

교육부의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는 취업률·재학생충원율·교수충원율·장학금지급률 등 8개 지표를 반영해 이뤄진다. 이 지표만 끌어올리면 그 대학이 부도덕하건 말건, 재단이 비리를 저지르든 말든, 각종 지표를 조작했건 말건 감사에서 걸리지만 않으면 무조건 명단에서 제외된다. 이 대학의 취업률은 68.2%로 졸업생 1000명 미만 대학 중 8위에 올라 있다. 재학생 충원율(95.6%)과 교수충원율(72.2%)도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지역적으로 마산-창원-진주권에 소재한 덕택에 지표가 상위권에 포함될 수 있었다. 지방 소도시나 읍·면 단위 소재 대학들은 학교 전 조직원이 맨발을 벗고 뛰어다녀도 나오기 어려운 수치다.

교육부가 눈에 보이는 이러한 정량지표를 위주로 대학을 평가하다 보니 수치상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안으로 곪아터진 대학들이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연명하고 있다. 이번 교육부 발표에서 정부 재정지원대학으로 지정된 충청권의 H대학, 경북권의 D대학, 광주 호남권의 H대학, 부산권의 S대학은 각종 지표에서 0.1~1점이라는 근소한 차이로 등위가 엇갈리며 분루를 삼켰다. 이런 대학들은 그 지역사회에서도 지정이 의아하다 할 정도로 열심히 학교운영과 인재양성에 노력해온 대학들이다. 심지어 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ACE)사업,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사업에도 선정된 학교도 있다. 수능 접수를 불과 일주일도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열심히 뛰는 대학들에게 재갈을 물려버린 셈이다. 물론 교육부는 나름대로 정량평가 외에도 정성평가도 곁들이며 객관적 평가를 위해 애썼겠지만 지표를 가지고 상대평가를 통해 대학을 줄 세우는 대학평가는 이제 지양되어야 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학교운영을 위해, 학생들의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 눈물 나게 뛰는 대학들도 지표가 나쁘면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이 되고, 재단·총장·교수가 온갖 비리와 전횡을 일삼아도 지표만 충족하면 살아남는 이런 대학구조조정 방식은 이제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나마 설립자가 교비를 횡령했다는 사실과 뇌물 의혹을 받는 대상자를 새 법인 운영자로 내정했다고 매스컴에 오르내린 서남대 등 4개교와 서해대 등은 경영부실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됐다. 만일 한국국제대학이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렸으면 교육부가 좀 더 의지를 가지고 실사에 나서 명단에 포함시켰을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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