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대학총장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긍정적으로 봐달라. 대학의 순기능도 인정해달라.”
“사회적 비난을 감수한다면 정부의 구조조정 평가지표를 다 맞출 수 있지만 자칫 언론의 조롱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지난 25일 본지가 주최한 ‘교육부장관 초청 전국 대학총장 간담회에서 나온 총장들의 하소연이다.

이에 대해 서남수 장관은 “최근 들어 어려운 대학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대학 스스로도 대학의 사회적 리더 역할 수행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충언했다.

교육관료 출신으로 지방대 총장까지 역임한 교육부 장관의 충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 장관은 1970~1980년대만 해도 대학총장이나 교수들이 국가적·사회적 지도자로서 발언하고 행동했는데 근래 들어 자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움직인 것이 사실이고 이러한 자교 이기주의는 대학의 사회적 존경심을 잃게 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흔히 대학은 지성과 학문의 전당이며, 그 사회의 지적 수준을 담보하는 산실이라고 일컬어진다. 그래서 대학총장이나 교수들은 오피니언 리더 그룹으로서 존경의 대상이고 대학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대학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와 인류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이론과 응용방법을 교수하고 연구하며 지도적 인격을 도야하는 곳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의 대학, 대학사회는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 불신의 단계를 넘어 어느 대학총장의 표현처럼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대학’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우리나라에 학문의 전당이 있나? 학위장사꾼들이지’ ‘학생 등록금 횡령하는 후안무치한 대학’ 등의 문구가 제일 먼저 눈에 띌 정도다.

국민은 대학을 적립금을 수천억원씩 쌓아두고도 비싼 등록금을 받아 챙기고 전용이나 횡령 등으로 비리를 일삼으며 사회 변화에 둔감한, 그들만의 성(城)을 구축하고 있는 집단으로까지 인식하고 있다.

왜 이렇게 대학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을까?

대학 내부적으로는 사학비리, 재단 갈등, 학내분쟁, 연구비 착복, 성희롱 등 부정적인 사건이 연일 터져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다 외부적으로는 정부의 구조조정 방식이 상대평가를 통한 줄 세우기식이다 보니 하위 15% 대학이라는 오명을 씌우고 ‘부실대학’으로 낙인찍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들어 사적 이익의 추구가 목적인 기업에서도 강한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이익의 사회 환원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대학과 같은 고등교육기관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

서 장관의 지적처럼 이제 대학들도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오피니언 리더그룹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예전처럼 우국충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은 보여줘야 한다.

물론 사학비리나 재단 내 갈등, 교수들의 일탈 등은 일부 대학에서 일어난 일이며 대부분의 대학은 나름 지역사회에서의 지도적 위치에서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국민의 피부에는 와 닿지 않는다.

등록금을 마치 제 돈처럼 사용해 사리사욕을 채우거나 교비로 연금을 대납하거나 학교시설을 불법으로 사유화하거나 하는 대학들이 존재하는 한 국민은 대학이 사회적 리더 역할을 한다고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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