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한국대학신문 기자] 요즘 ‘사학 명문’을 자처하는 상위권 대학들이 빈축을 사고 있다. 중·하위권 대학에 모범을 보이기보다는 대놓고 법을 무시하는 등 오히려 전체 대학을 욕 먹이는 행위로 ‘민폐’를 끼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각 대학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대학평의원회 설치를 미루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고려대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가 대표적이다. 물론 이화여대는 최근 이사장의 임기가 다 되어가자 부랴부랴 대학평의원회를 구성했다. 교육부가 앞으로는 대학평의원회를 설치하지 않은 대학에 신규 임원취임 승인을 내주지 않겠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이사장의 임기는 이달 말 끝난다.

이처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화여대를 빼놓고는 연세대와 고려대, 성균관대의 태도는 느긋하다. 연세대는 학내 백양로 공사 관련 논란 때문에 대학평의원회 설치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항변이다. 고려대도 올해 안에 대학평의원회를 설치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내년 1월 이사 중 한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성균관대만이 ‘마지못해’ 대학평의원회 구성 논의에 착수했다.

이들 대학이 대학평의원회 설치를 미루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학평의원회란 심의기구를 둘 경우 의사결정에 애를 먹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법에 명시된 평의원회의 기능은 대학발전계획이나 학칙 제·개정과 같은 중요 사항을 심의하는 것이다. 평의원회가 없다면 대학본부와 이사회가 알아서 할 일을 평의원회를 둠으로써 의사결정이 어려워진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대학의 경영·운영권은 총장과 이사장이 갖고 있는데 왜 학생·직원 대표와 이를 협의해야 하느냐란 인식이 깔려 있는 셈이다.

개방형 이사를 선임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5년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따라 이사 정수의 4분의 1이상을 개방이사로 채워야 하지만, 고려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는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개방이사는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한 개방이사추천위로부터 2배수 추천을 받아 선임하게 돼 있다. 그간 이사장 등 대학의 실권자들에 의해 선임돼 왔던 이사진에 구성원 추천 이사가 들어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들 대학은 이 점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행태는 대학 경영진이 교내 구성원과 소통을 꺼린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특히 몇몇 상위권 대학들이 법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전체 대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타격을 주고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평의원회 부재는 곧 학생과 학교 사이의 소통 단절을 의미하며, 학교 구성원 모두가 공감해야 하는 중요 의사결정 시 그 결정은 학교의 임의대로 이뤄진다”고 비판했다.

등록금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등장하는 사립대 적립금문제에서도 상위권 대학들이 전체 대학에 민폐를 끼치고 있다. 현재 누적 적립금 액수에서 전국 1위는 이화여대로 2012년 기준 7651억 원을 기록했다. 이어 연세대(6327억 원), 홍익대(6276억 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지방대 관계자들은 “적립금을 수천억 원씩 쌓아둔 곳은 대부분 수도권 대학들인데 전체 대학이 욕을 먹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전국 적립금 순위 상위 20개 대학 중 지방대는 6개교뿐이다. 나머지는 이화여대, 연세대, 홍익대, 고려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인하대, 한국외국어대, 경희대, 한양대 등 수도권 상위권 대학들이 차지했다. 이들 대학은 정부의 등록금 동결·완화 정책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엄살을 부렸지만, 그 와중에도 한 해 수십~수백억 원씩 적립금을 불렸다. 심지어는 국가장학금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학생들에게 주기로 약속한 교내장학금조차 이행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대학은 본질적으로 교육기관이다. 학생들에게 본보기가 돼야 할 사회적 의무를 갖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상위권 대학들의 행태를 보면, 오히려 학생들이 배우면 안 될 비교육적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 그것도 부실대학이 아닌 상위권 대학들이 그런 모습을 보일 때마다 오히려 대학가 전체를 욕 먹이는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사학 명문’으로서 최소한 모범은 못되더라도 위법·탈법적 행동은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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