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교육부와 대등한 관계로 회원교 이익 대변해야

[한국대학신문 신하영 기자] 서거석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은 전임 정부부터 교육부의 교육역량강화사업 등을 위탁받아 주관하고 있는 대교협의 정체성 변화를 예고했다. 교육부 사업의 위탁기관에서 벗어나 정부와 대등한 관계에서 회원교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국립대 기성회비가 폐지되면 국립대 운영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국립대 기성회비를 국고회계와 통합하는 ‘국립대 재정회계법’의 국회통과를 촉구했다. 한국대학신문이 창간 25주년을 맞아 서 회장과 교육정책 현안에 대해 긴급 대담을 가졌다. 

-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최근 대학에 대한 사회 비판여론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일부 대학들의 잘못으로 전체 대학이 비판을 당하는 면도 없지 않는데 이에 대한 불만은 없나.

“일부이긴 하지만 비리나 부정을 저지르는 대학들이 있는 게 사실이고 이런 부분에 대해선 대학이 뼈를 깎는 자정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과거 대학교육에 대한 수요가 많을 때 방만하게 경영해 온 측면도 우리 대학이 뒤돌아보고 개선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부 대학의 비리로 대학 전체가 비판당하는 현실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란 말이 과언이 아니듯 그간 우리나라가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는 데에는 대학의 역할이 컸다. 국가 경제발전을 이끌어온 고급인재는 대학교육을 통해 양성됐기 때문에 이런 대학들의 성과도 같이 평가받아야할 것이다. 물론 대학이 잘못한 부분에선 질책을 받고 고쳐나가야 하겠지만, 잘한 부분에 대해선 사회가 격려도 하고 지원도 해줘야 한다.”

- 교육부가 이달 들어 대학 구조개혁 평가방식 개선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입학자원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 구조개혁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위한 평가방식에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대학총장들의 중론이다. 대학마다 가진 특성과 여건이 평가에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평가는 8개 평가지표로 전체 대학을 줄 세우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대학 특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획일화만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다. 지역별 산업여건까지 고려한 정성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 최근 한국대학신문과 대교협이 공동 주최한 대학자율화 관련 토론회에서 대교협 독립의 필요성에 제기됐다.

“매년 대교협 정기총회에서도 총장들이 교육부의 위탁사업을 많이 하고 있는 대교협에 우려를 표하는 게 사실이다. 이는 대교협이 교육부에 소속된 하부기관으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대교협 정체성에 대한 지적으로도 볼 수 있다. 바람직한 방향은 대교협이 교육부와 대등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면서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회원대학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러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고, 이런 점은 앞으로 회원대학들의 뜻을 모아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 국가장학금제도가 도입된 이래 대학가에서는 국가장학금 2유형을 폐지하고, 이를 1유형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국가장학금은 학생들이 소득분위에 따라 정부로부터 직접 지원받는 1유형과 대학 자체노력(등록금 인하, 장학금 확충)에 따라 대학에 차등 지원된 뒤 학생들에게 배정되는 2유형으로 나뉜다. 그런데 2유형의 경우 대학들이 등록금을 내리거나 자체 장학금을 확충해야 국가장학금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학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불만이 있다. 국가장학금 1·2유형을 통합해 학생·학부모의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는 동시에 대학의 부담도 덜어주는 게 가장 합리적 방향이다.”

- 국립대 기성회비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사안이다. 국립대 기성회비는 지난 1963년 옛 문교부 훈령에 따라 학교시설 확충·운영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학생들이 제기한 반환청구소송에서 정부가 잇따라 패소하면서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기성회비는 각 대학에서 학교운영과 교육시설 확충 등을 지원하고 교육 정상화 활용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거둔 학생 납입금의 일종이다. 부족한 국가지원을 대신해 그동안 사립대학 교직원과의 보수 격차 완화, 교직원의 교육·연구 성과 제고 등에 기여해왔다. 기성회비가 법적 근거없이 징수한 부당이득에 해당되므로 반환되어야 한다는 소송이 제기되고 있으나 기성회비는 대학의 학칙, 기성회규약 등에 근거해 징수한 것으로 부당이득이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국립대학의 기성회계가 폐지될 시 국립대 운영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므로 ‘국립대학 재정회계법’ 제정을 통해 일반회계와 기성회계를 교비회계로 통합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 또 정부의 재정지원에 대한 분명한 지원책도 함께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 시간강사법이 1년 유예됐지만, 대체법안 마련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이대로 가면 내년 1월 시행이 예상되는데.

“정말 심각한 문제다. 이대로 법이 시행되면 대학과 시간강사 모두 큰 피해를 볼 게 분명하다. 대교협이 최근 129개 대학 시간강사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70%가 강사법을 폐기하거나 수정·보완해야한다고 응답했을 정도다. 강사들은 이 법으로 인해 대량실직과 강의기회 축소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학도 재정적으로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몇 가지 측면에서 여당과 야당, 강사노조와 일반강사들의 의견이 달라 강사법을 개정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일단 2~3년정도 강사법 시행을 유예하고 강사법을 제대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

- 대학의 수업목적 자료에 저작권료를 부과하는 보상금제도(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제도)는 대학에 또 다른 부담을 지우는 제도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 초중등교육기관과는 달리 합리적인 근거 없이 고등교육기관만을 보상금 지급대상자로 규정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해외 사례에서도 공정 이용(fair use), 지식공유 운동(Open Educational Resources) 등을 통해 대학을 포함한 비영리교육기관에서 수업목적으로 이용하는 저작물의 복제·배포를 허용하고, 수업 보조자료로 활용 가능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 5만여 명의 교수들이 수업을 목적으로 하는 자료에 대해서는 무료로 활용하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는 점과 법 취지와는 달리 저작권자에게 실제로 보상금이 분배되지 못하고, 보상금의 대부분을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제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근본적인 저작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 대교협 회장으로 취임한지 6개월이 지났다. 그간 대학 현장도 많이 다녔을 텐데 특별히 느낀 점이 있다면.

“대학들은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 등으로 설립 이래 가장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특히 학령인구 급감에 대해선 앞으로 5년 이내에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을 경우 대학 붕괴의 쓰나미가 닥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마다 특성이나 여건이 각양각색이라 적절한 해법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대학과 정부, 대교협이 중지를 모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묘책을 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한국대학신문이 창간 25주년을 맞았다. 그간 우리 신문이 대학가에 끼친 영향과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한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린다.

“한국대학신문은 지금까지 대학과 대학, 대학과 정부 간 소통을 담당해 온 거의 유일한 신문이다. 한국대학신문이 있었기에 대학 간 정보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었고, 교육부도 대학현장의 목소리를 접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기획기사 등을 통해 대학가의 공통된 고민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등 대학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해왔다. 이런 점에서 창간 25주년을 축하드린다. 앞으로는 대학가의 현안을 심층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에 좀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해 주길 바라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대학들이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한국대학신문이 선도적 역할을 계속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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