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성조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수석부원장

공학교육 국제적 능동성·수요자 중심 교육 기틀 확보
국내 100여개 기업, 인증졸업생 85% 이상 '우수' 평가 
이공계 해외진출 가능하도록 글로벌 역량 제고 노력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창의적인 공학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기존 교육 시스템을 개선하는 정도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에 맞게 시스템이 통째로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 1990년 설립된 한국공학교육인증원(원장 김영길, 이하 공인원)은 각 대학의 공학 학부교육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려놓기 위해 다른 학문계열보다 앞서 평가 시스템과 교육인증 프로그램, 다양한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처음에는 대학과 공학도들이 어렵게만 느꼈던 공학교육인증제는 국내 기업과 해외 대학-기업의 인정을 받으며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정부가 인정하는 공학분야 프로그램 평가인증기관으로 지정됐고, 현재 워싱턴 어코드 정회원, IT분야 인증 국제협약 서울어코드 설립, 시드니어코드와 더블린 어코드 정회원으로 가입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같은 발전을 견인해온 중심축을 담당하는 김성조 공인원 수석부원장(중앙대 자연공학계열 부총장)을 만나 국내 공학교육의 현황과 발전, 당면한 과제 등에 대해 물었다.

-공인원의 성과 중 가장 의미 있는 것은.
“국내 공학교육의 국제적 동등성을 확보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점이 가장 큰 대외적 성과라 할 수 있다. 또한 기업들이 공학 교육에 대한 책무성을 분명히 인식하도록 한 점 역시 성과로 꼽고 싶다. 대학은 사내직업훈련원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알아서 배출하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기업도 대학의 교육에 관심을 갖고 대학에 원하는 바를 정확히 전달하는 노력해야 하고 협력체계를 구축해 교육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운영하도록 독려했다.”

-공학교육 측면에서의 성과를 꼽자면?
“기존 공학교육은 이론 중심으로 짜여있었다. 공학교육인증을 통해 캡스톤 디자인 등 설계 교육을 도입했고 기초과학과 수학 등 기초교육을 강조함으로써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기초역량과 실무역량을 골고루 갖출 수 있도록 수요자 중심 교육의 기틀을 수립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각 학과별 특성에 맞는 교육목표를 설정하도록 해 졸업생의 역량과 기업이 원하는 역량의 차이, 즉 ‘스킬 미스매치’도 일부 해소될 수 있었다. 공학도들의 팀워크 능력과 리더십, 소통 능력 등 소프트 스킬을 갖추는 데에도 공헌했다고 자부한다.”

-외부로부터의 독립성과 전문성, 권위가 확보돼야 할 텐데.
“인증기구로서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운영 측면에서는 외부로부터 독립된 원장추천위원회에서 원장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하고 이사회에서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인증판정 측면에서는 연도별, 대학별, 분야별 조율위원회의 추천에 의해서만 판정 결과를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전문 학회와 산업체, 공학한림원 등에서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된 인증평의회에서 검토 후 최종 승인을 하도록 해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약 2500명가량의 평가위원 인력풀을 보유하고 있고, 정기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일선 대학에서 직접 인증프로그램 운영을 지휘 감독하고 있는 PD를 평가위원으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학교육인증에 대한 기업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
“현재 국내 100여개 기업에서 채용 시 공학교육인증이수자를 우대하고 있다. 앞으로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조사기관이 기업체 인사담당자나 실무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조직문화적응과 커뮤니케이션능력 부문에서는 응답자의 91.3%, 직업의식 및 윤리의식에서는 87.6%, 책임감에서는 93.8%가 우수하다고 응답했다. 업무수행능력에 있어서는 93.8%, 특히 조직 내 활동에서는 전체 응답자 중 97.6%가 우수하다고 응답했다. 창의적 문제해결능력, 실무능력, 정보처리능력 등의 항목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85% 이상이 인증졸업생에 대해 우수하다고 평가하는 등 만족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충족 또는 선도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국가 간 공학교육의 동등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다. 워싱턴 어코드, 시드니/더블린 어코드 등에서는 공대 학부 졸업생이 갖추어야 할 졸업생 역량과 회원기구의 인증 관할 범위 조정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논의한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충족한다는 것은 인증프로그램 졸업생이 초급 엔지니어로서 국제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의 역량을 갖추었음을 보장하는 것이다. 즉 세계화 시대에 국제 수준의 공학 교육을 인정받았다는 증표이기 때문에 우리 공대 졸업생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공학교육인증을 받은 우리나라 대학을 졸업한 해외유학생은 워싱턴 어코드 회원국 어디서나 자신의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국내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현 상황에서 유학생 유치 측면에서 유리하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1980년대 이후부터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우리사회의 이해가 부족했고 과학기술자나 엔지니어에 대한 보상 체제가 미흡했다. IMF 사태가 일어난 1997년부터 기피 현상이 두드러졌는데, 이는 대학들이 기업이 필요로 하는 공학인재를 키워주기에 부족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초실력이 충분하지 않는 상태에서 학교 다닐 때 배운 이론적인 지식만으로는 일찍 도태될 수밖에 없고, 기술은 있지만 리더십이나 의사소통 능력, 팀워크 능력, 국제화 역량 등이 부족하면 직업인으로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부족했던 점들을 깊이 반성하고 해소하기 위해 공학계열 커뮤니티가 스스로 도입한 것이 공학교육인증제도다. 기초가 튼튼하고 전문가다운 역량을 갖고 사회에 진출한다면 보다 직업인으로 롱런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인증제도의 장점이 잘 알려 진다면 점점 더 좋은 학생들이 이공계에서 두각을 드러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 정부가 ‘창조경제’를 슬로건으로 걸었다. 어깨가 무겁지는 않나.
“개인적으로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교육 시스템을 개선하는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고 교육 시스템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교육 시스템은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를 주로 수행하던 산업화 시대 인력 양성에 적합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 시스템을 통째로 바꾼 사례 중 하나로 미국의 올린공대를 들 수 있다. 이 대학은 먼저 이론을 교육한 후 실습을 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 1학년 학생들이 프로젝트부터 수행하게 함으로써 물리, 수학, 역학 등 기초적인 이론이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실제로 응용되는지를 깨닫도록 한 뒤 해당 프로젝트에 적용된 이론을 가르치는 방식을 사용한다. 문제해결능력과 창의성이 뛰어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방법이다.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온·오프라인 혼합형 교육 MOOC을 통해서도 교육시스템의 혁신을 엿볼 수 있다. 스탠포드대를 중심으로 프린스턴대, 펜실베니아대, 미시간대 등이 도입한 Coursera와 매사추세츠공대(MIT), 하버드대, UC버클리대 등이 실시하는 edX 등이 대표적인데, 강의실에서 이뤄지는 오프라인 수업과 사이버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온라인 학습을 결합해 온라인 학습의 시간적/공간적 편리성과 효율성, 반복학습 등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자기주도적인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도입하고 정착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공학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린다.
“학교와 교수 등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산업체, 사회, 학생 등의 요구를 반영하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추구해야 한다. 학부생이 졸업시점에 엔지니어로서 필요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과 능력을 갖췄다는 것을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대학 학과(부)에서는 자체교육목표를 설정한 뒤 교육목표달성을 위한 교육과정 수립 및 운영 → 결과 측정 및 평가 → 교육개선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통해 교육의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교육시장 개방 및 해외 유학생 유치 등 국제화 시대에 대비해 우리 공학도들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글로벌 역량을 갖추도록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공학도들과 공학도를 꿈꾸는 인재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1960년 국민소득이 100달러가 채 안 되던 최빈국이 국민소득이 2만4000 달러에 달하는 중진국으로 50년 만에 압축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이 한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 상장기업 CEO 중 이공계 출신 비율이 이미 50%를 넘었으며, 국내 100대 상장기업 CEO의 40%가 이공계 출신이고 대기업 임원 인사에서도 이공계 출신이 약진하고 있다. 기술만 있으면 60대 후반까지 활발히 활동하는 이공계 출신들이 많기 때문에 직업 안정성 측면에서도 소위 ‘사’자 직업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4만 달러 이상의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21세기 창조경제를 꽃 피울 훌륭한 인재들이 더욱 더 많이 이공계로 진학해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로 성장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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