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갑자기 내년 정시 학생 모집을 ‘나’군에서 ‘가’군으로 가겠다고 발표했다. 서울대가 군 이동을 한다는 이야기가 나돌았지만 대학가로서는 급작스러웠다. 가군과 나군으로 나뉘는 것은 수험생들에게 일종의 선택권을 주겠다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수험생들과 진학지도교사들에게는 극단적인 혼란을 줄 것이라는 예측이 줄을 이었다.

본지 단독보도로 지난 14일 아침 서울대가 내년 정시에서 수능 100%로 학생을 선발키로 한 것과 문이과 교차지원을 허용키로 방침을 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날 오후 서울대는 기자단을 불러모아 이를 공식화했다.

입시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주요 대학들부터 서둘러 군 이동을 해야할지 그대로 갈지, 정시 비중을 늘려야할지 기존대로 갈지, 문이과 교차지원을 허용할지 말아야할지를 두고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입장을 밝힌 것은 연고대다. ‘가’군에서 ‘나’군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다른 대학들은 경쟁대학들의 동향을 살피며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여론의 향방도 무시할 수 없을 터다.

서울의 한 주요 사립대 입학관계자는 “서울대 입학전형안은 서울대가 정하는 것이지 그것을 다른 대학에서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며 애써 담담해했다. 맞는 말이다. 한 대학이 신입생을 어떻게 선발한 것인지를 정하는 것은 해당 대학의 자유자 권리다.

하지만 그렇게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그 대학이 바로 ‘서울대’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입학정책을 관할하는 교육정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전형안을 제출하기 하루 전에 이같은 변경안이 오픈되면서 비난을 자초한 면도 있다.

어찌됐든 가장 궁금한 것은 서울대가 입시방향을 바꾸고 군을 변경하고 한 것들이 일부에서 나오는 비판처럼 ‘우수 인재 싹쓸이’ 꼼수냐, 아니면 문·이과를 분류하는 울타리 때문에 진로선택에 제한을 받는 학생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확대해 주자는 차원이냐, 진심이 과연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서울대 입학본부는 우선 언론의 선정성을 꼬집었다. 매년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들어오고 있는데 뭘 또 일부러 싹쓸이 전략을 세우겠느냐는 것이다. 일반계고 학생 입장에서 수능으로만 정시를 준비하는 게 오히려 쉬울 수 있다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 서울대 입학본부장이 말했듯이 세상에 부작용 없는 약도 없고 완벽한 제도도 없다. 현 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맞는 이야기다.

그는 “창의적인 융합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시대적 소명”이라고 했다. 대학 전공을 선택하고 나중에 직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문·이과의 구분이 장애물이 돼 진로 전환이 매우 경직된 사회가 돼버린 점을 지적했다. 그런 지점에서 대학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교차지원 허용은 사회적으로 논의가 끊어진 문·이과 통합 이슈를 공론화하고자 하는 목적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정부의 통합 계획도 결국 무산된 시점에서 궁극적으로 고교 공교육이 문·이과 통합으로 나아가는 데 서울대가 할 수 있는 책임을 다 하고자 하는 선의로 해석해 달라는 게 서울대 측의 당부다.

선의로 해석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다만 한가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수많은 대학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그간 국민의 세금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지원과 혜택을 받은 국립대학 법인 서울대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무성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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