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언제나 해가 바뀔 즈음이면 올 한해가 다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다고들 한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정치, 외교, 경제, 사회적으로 나라 안팎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 해다.

대학, 대학사회도 정말 다사다난했다. 2월 25일 창조경제를 표방하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학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대학 줄세우기는 오히려 강화됐다. 대학들의 여건을 고려해 평가지표의 반영비율은 조금 바뀌었지만 여전히 대학구조조정의 칼바람은 매서웠다. 대학들은 지표 맞추기에 급급했다. 무리한 학과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았다. 총장과 대학교수, 학생들이 서로 질시하고 반목하는 상황도 다반사다. 단기 취업률에 목을 매고 무조건 건강보험 DB 기준만 맞추자고 교수들까지 뛰어다녔다. 그러다 보니 취업률 1위 대학들의 유지취업률이 최하위에 랭크되는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취업은 질은 나중 문제였다. 일단 정부의 기준에 맞추고 보자는 정부정책 따르기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새 정부답게 야심차게 지방대학과 전문대학 육성방안도 마련, 두 차례에 걸쳐 발표했다. 그러나 기존 정책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이 일면서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는’꼴이 되어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7월에는 44개 사립대학이 교직원 사학연금을 대납한 사건이 불거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학들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묵인해 오던 연금대납을 교육부가 왜 문제 삼았는가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반값등록금 책임을 대학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볼멘소리도 냈다.

그런가 하면 국립대 기성회비 소송문제도 이슈로 떠올랐다. 잇달아 대학들이 패소하면서 기성회비 징수가 더 이상 힘들어지는 상황에 직면하자 정부와 국회는 대안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여당의 ‘대학 재정‧회계법’과 야당의 ‘국립대학법’은 각각 사립학교의 자율성과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한 법안으로 쉽사리 결론이 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대표적 탁상행정으로 손꼽히는 시간강사법이 대학사회를 흔들었다. 정책시행 후 어떤 후유증이 일어날 지 파악도 못한 교육부.  보다 못한 국회는 급기야 2년 유예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일선 대학에서는 이미 강사법이 시행되는 것을 전제로 강사들을 대량 해고해 탁상행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올해 유난히도 많았던 논문표절문제, 교수 제자 성추행, 학생들의 시험 부정 등으로 대학사회의 위신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일들도 많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이 고려대의 한 학생으로부터 촉발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를 계기를 대학사회가 목소리를 조금 내려고 하고 있다는 점이다. 

돌이켜 보건대 대학과 대학사회는 그동안 안녕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사유가 있었겠지만 대학이, 대학사회가 건강하고 제 목소리를 내어야 사회를 계도하고 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다. 

정부도 대학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경청하고, 그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대학도 정부에 무엇을 해달라고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대학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고 경쟁력 있는 집단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묵은 해를 보내면서 이러한 다짐을 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자.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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