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오는 2023년까지 앞으로 10년간 대학 정원을 16만명 가량 줄이기로 했다. 현재 대학 입학 정원 56만명을 40만명까지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방대 뿐만 아니라 서울 수도권에 위치한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정원도 함께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그간 대학구조개혁을 진행해오면서 평가를 통해 지표관리가 제대로 안된 대학들은 재정지원제한 대학으로 지정하고 학생들의 학자금대출을 막았다. 이 같은 조치는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고 구조를 탄탄하게 하자는 것을 표방하지만 솔직히 이야기하면 퇴출 압박용이다. 제대로 못할 것 같으면 ‘그만두라’는 말이다.

이 같은 구조개혁은 그러나 지방의 특성이나 환경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은 평가지표로 일부 대학들에게는 심각한 고통이 되었다. 단적인 예로 취업률이 주요한 지표로 활용되지만 지역 산업 환경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하거나 열악한 경우 상대적으로 인근지역에 공업단지나 산업단지가 잘 구축되었거나, 서울 수도권처럼 취업환경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대학과 비교해서 취업률이 좋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환경은 고려되지 않는다. 다만 인문과 예체능계열이 취업률 산정에서 빠진 정도다. 사범대도 제외해달라는 볼 멘 소리가 나온다. 결국 대학구조개혁의 대상은 하필 학령인구가 적고 취업환경이 녹록치 않은 지역에 자리한 대학이 되어 버린 셈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올해부터 전체 대학을 절대평가를 통해 △1등급(최우수) △2등급(우수) △3등급(보통) △4등급(미흡) △5등급(매우 미흡) 등 5개 그룹으로 나누는 구조개혁 개선안을 내놓았다. 최우수 대학은 자율적으로 정원을 감축하고, 최우수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4개 등급에 속한 대학은 각각의 등급에 따라서 일정 비율만큼 정원을 강제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우수한 등급에 포함되면 인센티브를, 그렇지 못하면 지원을 하지 않는 방식이다. 보통 이하의 등급을 받으면 정부지원이 끊긴다.

그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비롯 이른바 서울 주요 대학들은 그저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남의 일이었고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최우수 등급을 받더라도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구조개혁의 핵심인 정원감축에 자진해서 참여하게 된다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최대한 “안 줄이겠다”, “덜 줄이겠다”고 요령을 부리거나 버티는 것이 아니라 ‘고통분담’이라는 말로 굳이 호소하고 설득하려하지 않더라도 서울대부터, 그리고 연세대, 고려대부터 몸집 줄이기, 정원 감축을 먼저 나서서 하려는 의지를 보인다면 타 대학들이 대학구조조정을 억울하게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 대학들의 행보가 중요한 시점에 왔다. 학벌사회의 주범으로 꼽히며 화려한 동문 인재를 자랑하는 대학, 지역 우수 인재를 다 빼가며 발전기금 쌓기에 바쁜 대학으로가 아니라 모범적으로 구조개혁에 자진해서 나서는 ‘진짜 리더’가 돼줘야 할 때다.

정부는 이달 안에 등급 평가 기준 등 세부적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학령인구의 절대적 감소 때문이 아니라도 대학교육과 연구의 질 제고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구조개혁은 필요하다. 앞에 나서 먼저 자기점검과 자기평가를 통해 정원감축에 참여하는 주요 대학들의 행보, 기대해도 될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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