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1백여명 언론관련 세미나 대거 참석...언론재단 초유 '사건'

18일 오후 6시경 서울 신문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 한국언론재단이 월간 ‘신문과 방송’ 창간 40주년을 맞아 개최한 ‘저널리즘의 위기와 언론의 미래’ 세미나가 끝나고 문이 열리자 1백명이 넘는 여대생들이 쏟아져나왔다. 전현직 언론인 및 학자들이나 참석할 만한 세미나에 여대생 1백명이라니, 언론재단 초유의 ‘사건’이었다. 발제자들도 못내 궁금해 했다던 이들의 정체는 서울여대 ‘미디어 취재보도’ 강의 수강생들이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과 전공수업인 ‘미디어 취재보도’는 이 대학 최고의 인기 강의. 학생들의 요청으로 수강인원 제한을 없애 이번 학기에 총 1백40여명의 학생들이 수강 중이다. 세미나장을 빠져나온 학생들은 맞은편 식당에서 뒤풀이를 겸한 수업을 시작했다. 늘 그렇듯 수업은 시낭송으로 시작됐다. 담당 박상건 교수(외래강사)는 이날 송수권의 시 ‘시골길 또는 술통’을 소개했다. 세미나 뒤풀이 겸 함께 하는 술자리에 대한 박 교수와 학생들의 설렘을 표현하기 적당해 보였다. “‘취재보도 강의에 난 데 없는 시낭송이냐’ 하겠지만 함축적인 글쓰기, 정제된 언어 감각, 행간에 담긴 함의를 읽어내기 위한 훈련 차원이에요. 각종 정보를 바르게 읽고, 바르게 전달하기 위해 필요하죠.”(박상건 교수) 이 강의는 주로 언론사 견학 및 언론인 초청특강으로 구성된다. ‘현장경험’에 초점을 맞춘 게 이 강의의 인기 비결로 꼽힌다. 매 시간 시낭송과 ‘강의쪽지’, 이메일을 통한 교수와 학생들의 의사소통 역시 EQ를 중시하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학생들을 사로잡았다. 매 시간마다 강의평가, 보충질문 뿐 아니라 자유주제로 짧은 글을 써 내도록하는 강의쪽지는 강의 내용에 대한 반론제기, 수업에 못 들어가 죄송했다는 고백, 군에 간 남자친구 이야기 등으로 다채롭다. 시낭송이 끝나자 강의는 자연스럽게 이날 개최된 세미나 평가로 이어졌다. 학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침없이 의견을 쏟아냈다. “한국 언론의 위기상황을 실감했지만 언론계 스스로 반성하고 대안을 찾는 모습을 보고 우리 언론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심성희·언론영상3) “현업 종사자들과 학자들의 입장에서 언론의 실상을 알 수 있었지만 문제제기에 비해 대안은 부족했던 것 같아요.”(배진경·언론영상3) “신문사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은 ‘사주’ 뿐이라는 내용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하지만 독자들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강조될수록 편집권에 자유를 준 언론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정은영·독문4) 대학교육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일방적이고 고루한 강의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다소 귀찮고 품이 많이 들지라도 ‘실익’을 택하겠다는 학생들. ‘학점 잘 주는 강의가 인기강의’라는 편견은 이제 깨야될 듯 보였다. 박 교수와 서울여대 언론영상학과 학생들의 삶과 언론 그리고 대학교육에 대한 토론은 이날 밤 늦도록 프레스센터 주변에서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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