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신임 회장을 맞는다. 오는 4월 8일부터 2년간 전국 202개 대학을 회원으로 하는 협의체를 이끌면서 이들 대학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교육부 산하에 있지만 대교협은 협의체인 만큼 대학들 입장을 대변해 교육정부에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대학들을 설득할 것은 설득해야 하는 역할이 주어진다. 그러려면 대교협 회장 자리는 모든 대학의 입장을 충분히 알고 이해해야 하는 위치다.

작금은 현실적으로 대학들에게 절체절명의 위기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을 못하는 대졸자가 늘어만 가고 세계 대학 평가에서 우리 대학 순위가 한참이나 처지면서 대학 교육의 질 하락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다. 과학적인 예측 결과라며 학령인구 감소라는 데이터를 손에 들고 나온 정부에겐 구조개혁의 칼이 쥐어졌다.

대학들로서는 정부 정책에 의해 대학의 양적 증대를 유도해놓고 이제 와서 대학을 퇴출시키겠다는 방침에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다.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줄고 대졸 신입보다는 경력자를 더 선호하는 것이 기업의 생리이며 연구냐 교육이냐 어디에 더 가중치를 두느냐 평가 지표가 달라질 때마다 상이해지는 세계 대학 평가 결과를 놓고 대학들에게만 족쇄를 채우려는 것도 안타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어찌됐든 대학들로서는 생존을 위해서는 이 위기를 넘겨야 하는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위기의 폭풍은 특히 지방대, 중소규모 대학에 극심하게 몰아쳤다. 각종 재정지원 사업은 대학마다 유불리가 다름에도 평가결과와 이어지고 평가결과는 다시 구조개혁의 대상을 지목한다.

이렇게 개별대학들의 숨통을 조여오는 절박함을 충분히 이해하고 경험해야 그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을 터다. 사실 이전에 서울대 이장무 총장, 고려대 이기수 총장, 이화여대 이배용 총장, 더 거슬러 올라가면 서강대 손병두 총장도 모두 대교협 회장직을 지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판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다행스럽게도 현임 회장은 국립대 총장임에도 사립대를 포함, 전체 대학을 위해 나름 열심히 일했다는 평이 나온다. 현임 회장이 총장으로 있는 대학에서는 다소 서운할 수도 있었겠다. 한 대학 총장이기도 하지만 전체 대학의 협의체를 이끄는 회장의 역할은 결코 덜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쉽지 않다는 것이고 중하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초 대교협 정기총회에서 신임 회장이 선출됐다. 대교협 회장은 회원 대학 수를 감안해 국립대와 사립대가 각각 1회와 2회씩 즉 2년, 4년을 번갈아가며 맡게 돼 있다. 그래서 이번 신임 회장은 사립대에서 나올 차례였다. 현임 회장이 국립대에서 나왔으므로 대교협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에 회장 후보 추천을 요청했고 사총협은 지난달 열린 회장단 회의에서 대교협 회장 후보를 추천한 것이다.

신임 대교협 회장의 취임까지는 아직 40여일 이상 남아 있다. 회원 대학들이 현재 처한 재정·학사·구조조정 등의 문제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고 의견을 두루 청취하며 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지만 그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개별 대학의 입장이 다 다른 만큼 모든 대학의 입장을 하나의 목소리로 모으는 일은 누구라도 힘든 일일 것이다. 절박함을 경험하지 못한 경우라면 더 그렇다.

대교협 신임 회장 임기가 시작되면 이러한 우려가 기우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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