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달 2023년까지 대학 입학정원 16만명 감축을 골자로 한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의 핵심 골자는 평가결과에 따른 단계적 정원감축이다. 평가는 종전 정량지표 위주의 상대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정성지표를 도입하고 절대평가로 전환했다. 모든 대학을 평가결과에 따라 5등급으로 분류하고 등급별로 입학정원 감축, 정부재정지원사업 참여제한, 국가장학금 미지급, 학자금 대출제한, 지속적 퇴출 유도 등 차등적인 구조개혁 조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밝힌 대학구조개혁의 가장 큰 이유인 ‘2023년까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정원 16만명 초과’라는 근거가 모호할 뿐 아니라 대학구조개혁의 이유로 합당하지도 않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을 끌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0년간의 대학정원 평균 감축률 1.7%를 반영하지 않은 채 2013년 이후 정원 동결을 전제로 학령인구 대비 대학정원이 16만명 남는다고 전제, 대학구조개혁을 강제로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대학구조개혁을 하는 ‘근거’ 자체가 잘못 되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대학구조개혁의 추진방식도 문제다. 지난 정부 대학평가로 차등적 재정지원과 정원감축 방식이 가져다준 부작용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교육부가 벌써부터 대학에 특성화사업 지원을 받으려면 정원축소, 학과 통폐합 방안을 내놓고 국립대는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라는 등의 요구를 하고 있다. 대학가에서 본질적 기능 강화보다는 지표관리, 점수 따기 위한 소모전에 몰입하는 비정상적 상황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이러한 교육부의 요구가 대학의 여건을 무시한 행정 통제라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더구나 평가의 공공성과 형평성, 신뢰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지 못한다면 교육부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대규모와 소규모 대학, 일반대와 전문대학과의 격차 등 고등교육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는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16만명의 대학정원을 감축하겠다고 목표치를 제시했다. 이러한 자료의 신뢰성과 정확성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단순한 대학정원 감축이 향후 고등교육인력 수급체계, 급격한 노동시장의 여건과 패러다임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 생각해보았느냐는 점이다.

대학정원과 노동시장과의 긴밀한 연계성을 고려하지 않고 기능적인 정원 축소에 급급해하다 보면 그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문제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정부의 몫이 될 것이다.

대학구조개혁은 정확한 현실 진단과 더불어 대학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같이 가야 한다. 그래서 대학의 지형 구조과 체질 변화를 위한 개혁이어야 하고 개혁은 노동시장의 미래 전망과 연동시켜 설계하고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교육의 공공성 확대, 수도권대-지방대의 균형발전, 대규모 대학정원 감축, 대학교육여건 개선지원 등 대학정원 조정과 대학 구조개혁의 틀을 다시 잡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점수로 제한하는 소극적 방법이 아니라 지원중심의 적극적 접근을 통해 전략을 다시 짜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 사회, 국민 모두가 원하는 대학경쟁력과 질 제고의 기본 전제는 그에 걸맞은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투자 없이 구조개혁이라는 미명하에 대학만을 몰아붙인다고 질과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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