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교육부 차관급 이상을 지낸 고위 관료 출신들이 잇달아 대학 총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세간의 비판 요지는 퇴임한 교육 관료들이 ‘전관예우’를 받으면서 대학의 퇴출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비리가 있거나 운영이 부실한 대학들이 정부지원 사업 유치를 위해 교육전문 관료를 영입해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교육관료 출신 총장들은 나름 평생을 교육행정 관료로, 교육전문가로 일해 왔건만 말년에 대학 총장 부임으로 ‘로비스트’나 ‘영혼 없는 공무원의 표상’으로 낙인찍힌다. 언론에서는 대놓고 이들을 ‘교피아’(교육부 출신 관료)로 명명하며 비난에 한창이다.

하긴 교육부 고위관료 출신이 대학 총장으로 취임하는 일은 대학가에서는 이미 흔한 일이 됐다. 한 신문보도에 따르면 YS정부 출범이후 교육부 차관 출신 13명 중 11명이 4년제·전문대의 전·현직 총장을 지낸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들어서만도 김영식 전 차관이 백석문화대학에, 김응권 전 차관이 우석대에 부임했다. 설동근 동명대 총장, 최수태 송원대 총장, 이종서 관동대 총장, 이원우 꽃동네대 총장, 이기우 인천재능대학 총장 등도 교육부 고위 관료 출신으로 현재 총장직을 맡고 있다. 

관료 출신 총장들이 비난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 총장이 비리·부실대학의 퇴출을 막는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는 데 있다. 그러나 관료 출신 총장들이 재직하거나 재직했던 대학 중에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지정된 대학이 몇 군데 발생했다.  정부의 재정지원제한대학 발표 시 이들 관료 출신 총장이 재직한다고 해서 지정될 대학이 지정 안 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실제로 서남수 교육부장관이 재직했던 위덕대의 경우도 이사회가 서 장관의 총장 선임 이후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지정됐었다. 

이렇게 볼 때 관료 출신들의 대학 총장이 퇴출 막는 방패막이며 단순히 오갈 데 없는 관료의 ‘전관예우’로만 치부되는 것은 다소 견강부회다. 정부 대학구조개혁의 신호탄인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는 교육부가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ACE) 지원사업,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육성사업 등에 선정하며 교육의 우수성을 인정한 대학들에게까지 ‘부실’ 낙인을 찍은 모순된 정책이다. 

정부의 대학구조개혁이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대학들로서는 납득할 수도 없고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정부 정책에 대응하려면 교육 전문가 영입이 시급할 수밖에 없다. 대학들의 관료 출신 총장 영입은 단순한 ‘전관예우’ 차원을 넘어선 ‘생존방안 모색’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서남대 등 비리와 부실의 정도가 극심한 대학이 목숨을 부지하고자 관료 출신을 영입한다면, 또 관료 출신이 퇴출돼야 마땅한 대학임을 알고도 퇴임 후 갈 곳이 없어 총장을 맡는다면 이는 지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교육관료 출신 전문가들이 좀 더 나아지고자, 살아남고자 애쓰는 대학의 총장을 맡아 구성원들과 순수한 열정으로 노력한다면 이에 대해서는 오히려 격려하고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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