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가 시작되면서부터 제기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의 공공기관 지정 논란에 대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진후 의원(정의당)은 지난 2013년과 2014년 대교협 예산 심사를 하면서 무려 3123억원이라는 정부 예산을 집행하면서도 감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대교협을 반드시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정 의원은 예산 통과를 위해 지난 2012년 말 대교협이 기타공공기관으로 신청했다가 요청 취소한 것을 두고 국회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대교협은 특별법에 의하여 1982년 설립된 법인으로 회원은 4년제 대학이다. 설립취지는 대학 간 상호협력과 대학교육에 필요한 사항을 정부에 건의하고, 대학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제고하며 공공성 및 책무성을 강화하여 대학교육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데 있다.

대교협 관계자는 이러한 설립취지에 따라 그동안 대학교육과 관련한 각종 정책의 연구, 건의를 비롯하여 대학사회의 소통과 협력 역할을 다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대교협의 정부 예산사업(교육부 위탁사업) 규모가 점점 커짐에 따라 대교협의 설립목적이 흔들렸다는 점이다. 2007년 50억원 규모이던 국고 회계가 2013년 3123억원으로 60배가량 늘어났다. 특히 2012년 2600억원 규모의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을 맡으면서 교육부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회원 대학으로부터 급기야 교육부 ‘2중대’라는 소리까지 듣는 지경이 됐다.

대교협은 대학의 이익단체여야지 교육부의 ‘2중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대학사회의 건전한 목소리를 모아 정부와 국회 등 당국에 건의하고, 때로는 정부 정책에 날선 비판도 해야 된다. 이런 본연의 자세를 망각하고 정부 예산사업에만 눈독을 들였으니 정 의원의 공공기관화 주장에 대응논리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최근 대학사회에는 ‘교육부 과장 밑에 대학총장이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돌고 있다. 정책 실무책임자인 과장의 말 한마디에 대학정책이 좌지우지되는 세태를 비꼬는 말이다. 대학 위에 교육부가 군림하다 보니 자칫하다가는 대학 전체의 경쟁력과 다양성이 훼손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대학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되돌아보고 대학사회가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대교협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대교협법을 개정해 회장 등 임원의 ‘취임 승인’이 아니라 ‘선임 보고’로 대체하는 등 대교협의 자율성을 키워야 한다. 대교협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어 정부의 시책이나 관리 감독에 순응하는 기관이 아니라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하여 정부에 창의적인 정책 방향과 철학을 제시, 건의하고 비판하는 자율협의체로서 더욱 발전되어야 한다.

서거석 대교협 회장은 지난해 취임하면서 “대교협은 자율성과 책무성에 바탕한 본래의 역할과 기능을 찾아야 한다”며 위탁사업 축소와 대학사회의 건전한 목소리 대변 기능 강화를 강조했다. 그 결과 대교협은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의 후속사업인 대학특성화사업을 한국연구재단으로 이관하는 등 올해 국고 회계를 지난해의 3123억원에서 1286억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이렇게 사업과 예산의 규모를 대폭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대학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하는 대교협이어야 대학의 미래,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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