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세월호 침몰사건과 관련한 고위관료들의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위에 올랐다. 그 가운데 유독 서남수 교육부장관이 구설수의 핵심인물로 떠올라 장관의 거취문제까지 거론될 정도다.  슬픔에 겨운 실종자 가족 앞에서 라면을 먹었고, 희생자 학생 빈소에서의 “장관 오신다”는 비난, 이번 침몰사건과는 관련 없는 황제주차 논란까지.

서장관은 지난 16일 사고 소식을 접하자마자 오전 10시40분께 급히 진도로 출발했다. 오후 4시께 세월호 구조자, 실종자 가족들로 가득 찬 전남 진도실내 체육관에 도착한 서장관을 전남도지사와 교육감, 교육부감 등이 안내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전남도지사가 장관에게 “점심도 못 드시고 먼 길 오셨는데 간단히 라면을 준비했으니 드십시오”라고 청했다. 당시 뜨거운 물을 부은 컵라면이 3개 있었고, 장관 앞엔 여러 관계자가 자리해 서로 “먼저 드시라” 하다가 가장 먼저 젓가락을 든 서장관이 카메라에 포착됐다는 것이 교육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장관이 17일 교육부로 복귀할 때까지 이틀 동안 밤을 새워가며 학부모들과 면담하고 위로했던 유일한 장관이었는데 이런 건 보도되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라면 사건 이틀 후 서 장관은 희생자 학생 장례식을 찾아갔고 그의 수행원은 유족에게 "교육부 장관님 오신다"라고 귓속말을 해 유족들이 격분하는 일이 발생했다. 여기에다 경기도교육청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 장례식장 입구에 서 있다가 장관의 모습이 보이자 90도에 가깝게 허리를 숙이는 진풍경도 연출돼 또 다시 구설수에 휘말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당시 네티즌들은 “서남수 장관이 귀족이라도 되는가. 너희를 위로하러 친히 납시셨으니 엎드려 절이라도 하라 이건가.”, “서 장관이 평소에 얼마나 의전을 받고 다녔으면 수행원이 장례식장에서까지 저런 짓을 했겠는가”, “유족의 항의에 일부러 보란 듯이 수행원을 질책한 것 같다. 평소에 깍듯이 취급받고 살았으니 수행원이 저런 행동을 했던 거다. 마치 서 장관 본인은 잘못이 없고, 수행원만 잘못한 것처럼 보이게 하니 더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한편 서 장관은 지난달 31일 광주 운암중학교를 방문했을 때 이번과 비슷한 일로 곤욕을 치렀다. 당시 서 장관의 의전차량인 신형 에쿠스 차량이 주차장 3칸을 독차지한 채 가로주차 돼 있어 '황제 주차' 논란이 인 바 있다. 당시 네티즌들은 “교육부장관의 행동에 학생들이 뭘 보고 배우겠나”며 비판했다.

서장관 입장에서는 이러한 구설수에 대해 억울한 면도 있을 것이다. 또 실제로 장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벌어진 일이라 황당하기까지 했을 것이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지적한 것처럼 평소에 얼마나 의전을 받고, 상전노릇을 했으면 이러한 구설수에 오를만한 일을 자초했겠는가하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최근 대학구조조정과 맞물려 대학가에서는 교육부의 군림, 심지어는 횡포에 가까운 고등교육 행정스타일이 이번 구설수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행정전문가들은 17부 3처 17청의 정부부처 중 가장 권위적이고 명령하달조의 행정 스타일을 보이는 부처가 교육부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타 부처에서 장관 차관을 역임한 대학총장들이 “우리도 공직에 30여년이상 있었고 고위관료를 해 보았지만 교육부 국·과장처럼 권위적인 공무원은 처음 접한다. 사실 후배 공무원이지만 만나는 게 조금 겁난다. 정부재정지원을 가지고 모든 정책을 좌지우지하니 대학총장으로서 서글플 때도 있다”라고 하소연한다.

전국 국공립, 사립대를 순회하며 취업, 리더십 특강을 하는 모 그룹 인사담당 임원 출신 강사의 말이다.

“나의 소견이지만 대학이 황폐화되어 가고 있다. 대학특성화 등을 통한 구조조정이라는 아젠다에 갈기갈기 찢겨가는 캠퍼스, 학생들의 총장실 점거, 학부모까지 가세한 시위대, 교수들과의 협의와 타협도 없이 이루어지는 학과조정, 국립과 사립대의 존립목적은 어디로 가버리고 오로지 교육부의 지원금만 염두에 두는, 모든 대학이 교육부의 노예가 되어버린 듯한 현실에 가슴이 아프다”

교육부가 장관의 구설수에 억울해만 할 것이 아니라 대학관계자가 아닌 일반인조차도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공무원을 공복(公僕)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국가와 국민들에게 봉사하고 심부륾꾼 노릇을 하라는 의미다. 군림하고 대접받고 명령하는 자리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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