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의 자발적 폐교를 허용하는 방안이 국회 차원에서 다시 논의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 문제는 18대 국회에 이어 19대 국회 초기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반대여론에 밀려 자동 폐기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29일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계획의 일환으로 정원감축, 부실 사학 퇴로보장 등을 포함한 대학구조개혁법을 입법하기로 하면서 재점화됐다.

이에 국회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교문위) 신학용 위원장이 야당 소속임에도 지난달 8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신임회장 취임식 축사에서 “부실대학 퇴로를 열어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니 여야의원, 교육부 관계자들이 도와달라”고 운을 떼었다. 이어 지난달 30일 교문위 여당 간사인 김희정 의원이 새누리당 의원 20명과 함께 가칭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면서 부실대학 퇴로보장이 또 다시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 법안의 일부 조항에서 유휴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용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단순히 퇴로를 보장하는 정도에서 벗어나 특혜로까지 비칠 수 있는 조항이 들어가 야당 및 교육전문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야당관계자들은 “사학법인에 과도하게 특혜를 부여하는 독소조항을 제거하지 않는 한 이 법안은 더 이상 논의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교수단체들도 “사학재단에는 초법적 혜택을 부여하면서 폐교되는 학교의 교직원과 학생들에 대한 보호 장치가 거의 없다”며 법안 철폐운동을 벌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사안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신 위원장도 “일부 독소조항이 있다”며 “ 그대로 통과되지 않도록 국회와 교육부 관계자 등과 충분히 토론과 조정을 통해 협의를 이루어 내겠다”고 밝혔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 문제는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냉엄한 현실이다.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총론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다만 각론인 추진방식에 들어가면 서로 입장이 다르고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각양각색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모두가 볼멘소리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학령인구에 비해 대학교가 많다는 것이다. 그 해결책은 대학교 숫자를 줄거나 각 대학교가 정원을 학령인구에 맞추는 것이다.

지금 정부(교육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바로 후자다. 대학교를 줄일 방법이 없으니 정원을 강제로라도 줄이라고 윽박지른다. 정부재정지원을 미끼로 전국의 대학을 일렬로 줄 세워 강제로 정원을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하면 대학교를 줄일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줄이려니 여론이 겁나는 것이다. 그리고 교직원 등의 후속문제를 어떻게 처리할까 엄두를 못 내기 때문이다.

대학구조개혁법을 정부입법이 아니라 의원입법으로 추진하는 자체가 여론에 대한 두려움이고 정책추진에 자신 없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문제해결은 의외로 간단한 데 있다. 더 이상 대학운영을 하지 않겠다는 학교 재단에 대해서 퇴로를 열어주면 간단하다. 교육부는 지금 전국의 300여개 사립대학 중 퇴로를 열어주면 지금이라도 당장 그만두겠다는 학교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은 해 보았는지 모르겠다.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대다수의 사립대 관계자들은 정부가 퇴로만 열어주면 저절로 대학구조조정이 된다는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한 30여개 대학은 스스로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와 교육부는 이번에 발의된 법안에서 정말 독소조항이 무엇인지, 비리사학이 이 법안으로 혜택을 보거나, 이 법안을 악용하는 일이 없도록 법안 검토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투명하게 운영하고 갖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더 이상 학교 운영이 어려운 대학에 한해서만 잔여재산권을 인정해주고 비리사학에 대해서는 재산을 몰수해서라도 영원히 퇴출시키는 정책을 펴 나갈 수 있도록 대승적 차원의 법안검토를 기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잊지말고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은 폐교 교직원과 학생들 구제대책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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