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로스쿨 9곳 장학금 지급률 최하 40%까지 낮춰줘

공약 남발로 설치인가… "교육부, 부풀리기 알고도 인가" 비난

[한국대학신문 정윤희 기자] 교육부가 로스쿨 유치를 위해 지키기 힘든 약속을 남발하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 대학들에 응당한 제재를 가하기보다는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4일 교육부는 로스쿨 유치당시 제출한 설치ㆍ인가 신청서 상의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로스쿨 6곳에 대해 모집정원 일부를 제한하겠다고 통보했다. 학교당 1명에서 최대 2명까지 모두 합해 전체 2000명 로스쿨 정원 가운데 10명의 모집을 금지했다. 설치인가를 받지 못한 대학들 중심으로 솜방망이 제재라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더구나 교육부는 장학금을 적게는 41.7%에서 많게는 100% 주겠다고 약속하고 로스쿨 유치에 성공한 대학 9곳에 대해 ‘필요시 장학금 지급률을 최하 40%까지 조정’할 수 있다는 사실상의 면죄부를 제안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건국대 로스쿨 학생들 “약속한 장학금 달라” 2학기 등록 무기한 거부 = 지난 11일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은 학교가 입학 당시 약속했던 장학금 지급률을 지키지 않았다며 2학기 등록 거부에 들어갔다. 건국대 로스쿨은 설립인가 당시 강원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75%의 장학금 지급률을 제시했지만, 올해부터 학교가 일방적으로 장학금 지급률을 낮춰 고지한 것으로 드러나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11일 로스쿨 재학생은 총 인원 126명 중 110명이 투표에 참여해 103명(93.6%)이 찬성하면서 ‘무기한 등록 거부’를 결정했다. 건국대 로스쿨 학생들은 지난 2월부터 학교를 상대로 입학 당시 약속했던 장학금 지급률 75%를 준수하라며 올해 1학기 40%로 떨어진 장학금 지급률에 강력히 항의해 왔다. 지난 4월에도 로스쿨 학생회에서는 학교가 약속한 장학금을 줄이고 등록금 9.8% 인상을 규탄하며 수업거부를 한 바 있다.

교육부 또한 학교의 장학금 축소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행정제재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학교는 끝내 시정하지 않았고, 결국 지난 4일 교육부로부터 4건의 행정 및 재정제재 통보를 받았다.

학교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학교는 교육부에 ‘개원 후 3년(2009~2011년)간 장학금 비율 75% 유지' 계획을 제출했고 이를 성실히 이행했을 뿐 아니라 2년을 더 연장 운영해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건국대는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간 장학금 지급률 75%를 유지했고, 2012년 76%, 2013년에도 74%를 기록했다.

하지만 학교측은 더 이상 설치ㆍ인가 신청서 상의 이행 조건을 유지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 “로스쿨생만을 위한 파격적 장학혜택을 5년 이상 지속하는 것은 학교 전체적으로 긴축재정에 들어간 현 사립대의 현실과 맞지 않다”며 “경영전문대학원-건축전문대학원-의학전문대학원 등 다른 전문대학원과 일반대학원은 물론 학부과정 학생들과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지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 4일 교육부는 설치인가 신청서 상의 계획 이행여부를 점검한 결과, 25개 로스쿨 가운데 강원대, 건국대, 고려대 등 6곳에 대해 2015학년도와 2016학년도의 모집정원 수와 재정지원에 대한 제재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통보했다.

예고된 책임회피…“이행 계획서 처음부터 부풀려졌다” = 로스쿨의 일방적 약속 폐기는 이미 2008년 로스쿨 설치ㆍ인가 신청서를 교육부에 제출할 당시부터 예고된 것이란 지적이 쏟아진다. 치열한 로스쿨 유치 경쟁 속에서 지키기 힘든 약속을 남발했기 때문이다.

2008년 11월, 전국 41개 대학이 총 희망정원 3960명의 로스쿨 설치인가 신청서를 접수했다. 25개 안팎의 대학과 총 정원 2000명선으로 최종 선정됐다. 평균 경쟁률은 대략 1.6대 1정도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신청서 상 장학금 지급률은 20% 이상이면 만점이었지만, 대학들이 너도나도 우수학생 유치경쟁에 뛰어들면서 장학금 지급률이 높게 책정된 측면이 있다. 또 ‘계획’이란 명목 하에 우선 높게 내고보자는 식으로 제출한 대학도 있다”고 말했다.

설치인가 신청서 상 계획에는 적용년도 범위 구분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다. 이 관계자는 장학금 항목은 재정과 관련이 있어서 향후 3년 간의 계획을 받았던 것”이라며 “하지만 그 계획을 3년 만 지키면 된다는 것은 잘못”이라고 대학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반면 꾸준한 유지를 목표로 장학금 지급률을 20%로 신청한 대학도 있다”고 덧붙였다.

면죄부 준 교육부 “최초계획 이행 마땅하나 현실 감안해야” = 교육부는 사실상 두 손을 들었다. 매년 전국의 로스쿨을 대상으로 설치인가 신청서 상의 계획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제재 조치를 취하지만 대학 당국이 이를 시정하는 효과는 별로 없었다.

서울 한 사립대 로스쿨 재학생은 “지난 2012년 이행계획 미이행으로 한 대학교가 교육부로부터 모집정지 3명 처분을 받았지만, 올해 초 서울고법으로부터 모집정지 처분 취소 판결을 받았다. 교육부 행정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지면서 자체 이행여부 점검에 대한 필요성도 없어진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 교육부는 지난 8월 초, 설치인가 신청서 상 장학금 지급률을 40%이상으로 제출한 강원대(신청서 상 장학금 지급률 100%)ㆍ건국대(75%)ㆍ중앙대(55.1%)ㆍ한양대(55%)ㆍ영남대(48.8%)ㆍ인하대(44.7%)ㆍ원광대(43%)ㆍ서울시립대(41.9%)ㆍ이화여대(41.7%) 등 9곳에 대해 신입생에 한해 ‘필요시 장학금 지급률 40% 하한선’ 적용 가능 사실을 통보했다.

이들 9곳 중 강원대, 건국대 2곳은 올해 1학기 장학금 지급률이 각각 100%에서 24%로, 75%에서 40%로 줄어들어 2015학년도부터 2명과 1명 씩 모집정지 제재를 받게 됐다.

교육부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에 이어 또다시 대학에 ‘책임 회피’ 통로를 만들어줬다는  비난도 일었다. 이종윤 건국대 로스쿨 비상대책위원장은 “로스쿨이 일명 ‘돈스쿨’이라는 사회적 오해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높은 장학금 지급률 때문에 기초생활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에서도 입학 할 수 있었다”며 “장학금 지급률을 낮추는 것을 정부가 나서서 유도한다면 어느 학교가 실제로 40% 이상의 장학금을 지급하려고 하겠냐”며 반문했다.

박홍근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우선 장학금 지급률을 40%로 낮춰주는 데 대한 학내 구성원의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이 빠졌다”면서 “교육부의 결정으로 40% 이상 제출했던 대학들이 ‘면죄부를 얻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또 “애초 학교는 로스쿨을 법정전입금으로 운영하려 했다”면서 “대학이나 재단에 대해서는 제대로된 징계조차 없다. 이는 ‘등록금만’으로 법학전문대학원을 운영하겠다는 말과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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