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선 최소화하기 위해 건물 브리지 만들어

4호선 ‘성신여대입구’ 역에서 돈암동 하나로거리를 5분여 지나쳐 가면 도봉산 한 자락에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하철역에서부터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재촉해 가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학생들을 따라 그곳으로 향해보니 삭막한 도심 한가운데 조용하고 상쾌한 20대 여학생들만의 공간이 나타났다. 성신여대 캠퍼스는 하나의 거대한 퍼즐을 밟고 서 있는 것 같다. 좁은 공간에 숨 막히지 않을 정도로 요모조모 짜임새 있게 공간을 잘 배치해 놓았다. 성신여대 퍼즐 구조의 비밀은 바로 건물별로 개성있게 꾸며진 옥상조경에 있다. 교문입구에 자리잡은 학생식당을 따라 비탈길을 올라가면 아름답게 조경으로 꾸며진 공간이 나오는데 체육관 앞뜰인 줄 알았던 그 곳이 학생식당 옥상이란 걸 알게 되면 십중팔구 깜짝 놀란다고. 다시 체육관 위쪽으로 올라가면 체육관 옥상은 어느덧 수정관 앞 광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성신여대 캠퍼스는 언덕이 많다. 그러나 캠퍼스에는 항상 활기가 넘쳐 흐른다. 여학생들이 오르기엔 무리일 듯한 가파른 경사도 학생들은 껑충껑충 잘도 오르내린다. 다들 노하우가 생겼는지 높은 굽을 신은 학생들은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운동화를 꺾어 신거나 슬리퍼를 질질 끄는 학생도 없다. 하나같이 정숙하고 깔끔하다. 성신인의 성실함이 캠퍼스에서 묻어나오는 듯하다. 그렇지만 초행의 캠퍼스 거닐기가 고행스러운 것도 아니다. 캠퍼스 곳곳에 건물과 건물을 이어주는 지상의 브리지가 많다. 난향관에서 조형2관 사이, 수정관과 음악관 사이, 운동장과 기숙사 사이, 현재 건립중인 신강의동과 수정관 사이(예정) 등 학생들의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건물 브리지는 편의성 뿐 아니라 공간과 공간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또다른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건물들도 성신여대의 자랑이다. 대학 주요행사가 주로 개최되는 수정관은 단일 건물로는 국내 대학 최대규모급에 속한다. 이곳에는 학생들 강의실은 물론 대학생활에 필요한 모든 복지시설(학생서비스센터, 어학원, 전산정보교육원, 서점, 은행 등)이 갖춰져 있다. 수정관 뒤쪽으로 펼쳐진 도봉산을 향해 조금 더 다가가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유럽풍 생활관이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 멀티미디어 스튜디오 개관에 이어 사이버 캠퍼스 구현을 위한 종합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 중이며 미디어정보관 콘서트홀 박물관 디지털도서관 화상강의실 등이 건축될 예정이어서 자연 속에서 첨단을 즐길 수 있게 된다. 학생 생활관인 난향원은 유럽식 목조건물이 수려한 자연환경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뤄 재학생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으며 지난 99년 한국 건축문화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하나의 자랑거리. 성신여대 학생들은 차를 피해 다니지 않아도 된다. 적어도 캠퍼스 내에서는 그렇다. 강의실과 가까운 곳의 교외 주차장을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차들은 지하주차시설을 이용토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신의 캠퍼스에는 사계절 젊음의 열기와 낭만이 넘친다. 신록이 만발한 5월 교정이면 성신인이 하나되는 수정대동제가 생동감 넘치는 푸른 빛으로 열리고, 성신인의 지성을 더욱 풍요롭게 일구는 10월이면 각 학과의 다양한 학술문화 행사로 꾸며지는 범성신문화제가 한바탕 신나게 휘몰아친다. 화려하진 않지만 조용하고 깔끔해 동양란처럼 은은하고 세련된 이와같은 이미지가 성신여대와 성신인의 특징이 아닐까. [이상주 총장 인터뷰]"비전 담긴 도시형 캠퍼스 구상"
“캠퍼스 조성의 모든 기준은 성신여대 학생들입니다.” 44세 젊은 나이에 처음 강원대 총장으로 부임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세월 20여년을 대학 총장으로 지내온 이상주 성신여대 총장은 외형적 사업인 캠퍼스를 꾸려가는 일조차 ‘학생들을 위해서’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 총장이 성신여대에 부임한지는 1년이 채 못 됐다. 강원대, 한림대, 울산대 등 울창한 삼림과 넓은 캠퍼스를 자랑하던 대학을 두루 거쳐 온 그에게 성신여대 캠퍼스는 너무 좁아 갑갑하게 느껴졌을 법도 하다. 하지만 이 총장은 단일 대학 건물로 최대 규모인 수정관 등 교내 시설 규모를 조목조목 이야기하며 전체적인 구성이 효율적이라고 자랑했다. 또 국내 대학에서는 보기 드물게 수정관 5층 옥상, 학생식당 옥상, 운정관 3층 등 건물마다 옥상을 조경화해 친 환경성과 경관성을 고려했으며 이들 공간은 학생들의 휴식장소와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신여대는 현재 강의동 2개를 신축 중이다. 이 총장은 “캠퍼스 환경조성에 있어 건축양식 역시 큰 몫을 차지한다”며 “건물 신축시 외형적인 미관에도 많은 고민을 담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90년대 이후에 건립한 수정관, 난향관, 난향원, 신강의동 등 모두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했고 그 결과 건물들이 자연환경 못지않게 캠퍼스 미관에 한 몫을 하고 있다면서 이 총장은 신축 건물 역시 이 점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역시 성신여대 캠퍼스 조성 기본 개념은 ‘그린 캠퍼스 구현’이다. 나무를 심어 녹지공간을 더욱 넓히고 공원화해 캠퍼스를 지역주민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이 총장의 캠퍼스 구상. 향후 신강의동 건물이 완성되면 본격적인 환경 조성에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이 총장은 녹색 캠퍼스는 단순히 교정을 푸르게 가꾸는 것은 아니라며 “학생·교직원 등 전 성신인이 참여할 수 있는 재활용운동, 차 없는 캠퍼스 등 친환경 캠페인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여성 리더 양성’을 위한 이 총장의 교육 지원책 청사진도 뚜렷하게 마련돼 있었다. 국내에서 ‘여대는 취약하다’는 고정관념이 자리잡고 있는 것도 사실. 이에 대해 이 총장은 ‘말 그대로 고정관념’이라고 일축하며 ‘가고싶은대학’ ‘여성인재를 키우는 대학’이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내실있는 교육환경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거듭 내비췄다. 이 때문에 건물신축을 통한 교육환경 개선을 계획했고 교육과 학문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우수 교수 충원 및 확보, 우수 학생 유치, 풍부한 재원 확보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실제로 이번 상반기 교수 공채에 30명의 교수를 선발할 예정이며 철저히 실력 위주의 인사를 단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학연·지연·혈연이나 사사로운 정에 얽매이다보면 결국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총장은 “총장 자리에 오래 있어왔기 때문에 자리에 연연해 임용 청탁을 들어주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단있게 말했다. 이 총장은 또 이러한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해 서울시내 제2캠퍼스 건립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현 캠퍼스가 부지가 좁고 도심에 위치한 관계로 시설확충을 위한 캠퍼스 확장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한 것. 이 총장은 “제2캠퍼스는 성신인들이 보다 넓고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성신의 발전 기반을 끊임없이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캠퍼스 조성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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