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후 억대 연봉자 배출…‘교수’도 ‘귀농’ 꿈꾸며 수강

전용 텃밭서 농기계실습, 귀농인턴제·귀농귀촌봉사단 체험
年1회 해외견학, 격주 주말마다 전국 농업현장 누비며 학습

*** 우리나라 65세 인구 비중은 지난해 12.2%로, 2018년이면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접어들 전망이다. 2026년에는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 보고 있다. 100세 시대가 도래하며  ‘평생직업’이 사라진다는 말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사이버대학은 이처럼 긴 인생의 제 2, 제 3의 직업을 찾아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이들에겐 가장 편리한 학습터다. 독특하고 특이하며 재미있는 학업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개설된 사이버대 이색학과를 찾아가보자.  

▲ 지난 13일 웰빙귀농학과 귀농귀촌봉사단이 정자짓기를 완료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캠퍼스를 찾아가지 않더라도 인터넷강의로만 4년제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사이버대. 시·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 공부하고 학위를 딸 수 있다며 ‘*셀러던트(Saladent)’들의 큰 인기를 받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이버대 학과들과는 다르게 현장 수업이 ‘제 맛’이라며 오프라인 현장 실습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이버대생들이 있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대학에 입학할만도 한데 굳이 사이버대를 찾은 이유는 뭘까. *Salary man과 ‘Student’의 합성어로 직장을 다니며 공부하는 사람을 뜻 함

▲ 한 학우가 운영하고 있는 문경 가은농원에서 양봉실습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 박동진 웰빙귀농학과장
국제사이버대의 웰빙귀농학과 학생들은 2주에 한 번씩 주말이면 교외의 농장을 찾는다. 사이버대라고 꼭 사이버로만 공부할 필요는 없다는 박동진 교수(웰빙귀농학과장)의 지론 때문이다 ‘농사를 책으로만 배울 수 없지 않느냐’는 박 교수는 웰빙귀농학과의 첫 창시자이기도 하다.

이 학과가 처음 개설된 것은 지난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現 교육부)가 주관한 사이버대학 경쟁력강화 사업인 특성화학과 개발사업에 선정되면서부터다. 베이비 붐 세대인 박 교수는 같은 연배를 위한 ‘무언가’를 고민하다가 이 학과를 발상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인구분포가 베이비붐 세대에 집중돼 있고 이들의 은퇴시기를 맞아 제 2의 삶에 길을 열어주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매학기 신입생은 50명으로 지난 2월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특히 이들 중에는 귀농해 고추농사를 지어 1억 4000만원의 연봉을 벌어들이는학생도 배출되며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고 있다. 이밖에도 사진촬영테마농장, 젓염소 기르기를 비롯해 양봉사업을 꾸리고 벌꿀고추장을 만드는 졸업생도 있다. 이 대학 소속 최해전 교수(복지행정학과)는 웰빙귀농학과의 학생이기도 하다.

이들은 전국각지의 농장을 다니며 현장체험만 하는 게 아니다. 학과 소속의 농장도 있다. 수원시 당수동에 웰빙귀농학과 농장을 만들고 학생들이 텃밭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학생들이 농작물을 재배하기도 하고 관리기, 경운기, 예취기, 엔진톱, 잔디깎이 등의 농기계실습을 하기도 한다.

매년 1회 외국 선진농업견학을 떠나기도 한다. 해외 견학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보지 못한 이색적인 작물을 재배현장을 볼 수 있고, 농업의 도구와 기계도 접할 수 있다는 게 박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지난 8월에는 대만의 토마토 전문농장을 다녀왔다. 그 곳에서는 전세계 토마토 종을 모두 가져다 놓고 토마토 과자 등의 관광상품이나 부가상품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내고 있다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박교수는 “국내만 둘러볼때보다 시야도 넓어지고 학생들에게 ‘차별화 농업’을 개발할 수 있는 영감도 줄 수 있다”며 “특히 학과 특성상 20~30대보다 50~60대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책으로 가르치는 것보다 몸으로 채득하는 게 학습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이 학과의 귀농인턴제는 특별한 제도다. 사이버교육 1년을 수강한 후 자신이 희망하는 우수농장에서 1년 동안 농업 실습에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올해는 지난 여름방학을 이용해 학생 4명이 양봉사업을 하는 선배에게 인턴실습을 다녀왔다. 교수와 학생들이 귀농귀촌봉사단을 꾸려 농장과 주택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건축하기도 한다. 귀농귀촌봉사단이 힘을 모아 정자짓기 봉사도 한다. 학생을 비롯해 외부 신청자를 받은 뒤 선발해서 진행되는데 이때 학교에서 재료비 150만원을 지원해 준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귀농은 이미 흔한 일이다. 박 교수는 그래서 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 교수는 “귀농은 혼자가 아닌 가족 혹은 배우자와의 삶의 공간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미리 공부하고 경험해 보는 게 중요하다”며 “때문에 실제로 부부 중 한 사람이 웰빙귀농학과에 입학하더라도 부부가 온라인으로 함께 이론을 수강하며 주말 실습에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국제사이버대 웰빙귀농학과 학생들은 지난 8월 29일부터 31일까지 대만 신죽토마토 농장을 찾아 선진농업현장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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