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대학서 교수에 영향력없고 강사 계약연장 기준 활용에 그쳐

경희사이버대, 교수-학생-조교가 매학기 3번씩 평가해 ‘질 제고’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대학들이 매 학기 종료 후 시행하고 있는 ‘강의평가’는 한 학기동안 진행된 강의를 평가해 다음학기 강의의 질을 제고하겠다는 취지에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휴강된 수업의 보강은 잘 이뤄졌는가’ ‘과제의 양은 적당한가’ 등의 형식적인 질문에 그치고, 평가 결과마저도 다음학기 강의의  개선에 활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동국대·한양대 등에서는 강의평가를 교원 성과급 차등지급기준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일부에 그치는 수준이다. 아직까지 ‘강의평가’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한 수준이라는 게 중론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려대·경희대·서강대·성균관대·연세대 등 사립대 재학생들이 직접 ‘강의평가’커뮤니티를 만들고 온라인 강의평가 게시판을 운영하며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강의후기나 교수평가를 남기면 다음학기 해당 수업을 신청하는 학생들에게 유용한 팁으로 쓰이게 된다.

■형식적 질문만, 결과는 강사 재계약 평가용(?) = 강의평가 본 목적은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을 조사해, 추후 강의에 이를 반영하고 강의의 질적 향상을 이뤄 재학생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에서 강의평가의 순기능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의평가 문항이 모호하고 개별 강의의 특성도 살리지 못하고 있단 점도 문제 중 하나다.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한 이원복(28) 씨는 “대학 내내 성적확인을 위해 거쳐야하는 과정으로 매 학기 수강평가를 했지만 ‘보강은 잘 이뤄졌는가’ ‘강의계획서에 따라 수업 진도가 체계적으로 이뤄졌는가’ 등의 기계적인 질문들이 주를 이뤘다”며 “그것마저 1학년때는 열심히 평가에 임했지만 결과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고는 형식적으로 중상위 점수에 체크를했다”고 밝혔다.

그나마 이뤄진 강의평가도 교수에게는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고, 시간강사의 재계약 평가 용도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서울지역 한 대학 교수는 “학교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시간강사는 70~80점 이하의 점수를 받을 경우 다음학기 강의를 맡기 어렵도록 하는 학교 내부 규정이 있다”면서도 “다만 강의평가 결과는 전임교수에게 거의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몇 학기 내내 최하위 점수를 받는 경우 승진에 있어서 안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정도”라고 밝혔다.

■ ‘교수-학생-조교’ 매 학기 3번씩 ‘성찰’ 기회로 = 최근 경희사이버대가 ‘강의평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그간 지적돼 왔던 형식적인 강의평가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교수와 학생들에게 의미있는 강의평가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1년에 걸친 이번 강의평가의 연구개발은 강윤주 경희사이버대 교수(문화예술경영학과)와 강인애 경희대 교수(교육공학과)가 맡았다.

방식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지선다 혹인 오지선다로 문항을 두고, 주관식으로 의견을 적는 방식이다.

핵심은 ‘일방적 평가가 아니라는 점’과 ‘자기성찰 문항’에 있다. 보통 학생이 교수의 강의를 평가하는데 그치는 타 강의평가와는 다르게 ‘교수-학생-조교’가 스스로를, 그리고 교수는 학생을, 학생은 교수를 서로 평가하게 된다. 특히 ‘수업에 성실히 임한 학생일수록 강의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준다’는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학생 자신이 강의에 잘 임하고 있는지’ 성찰적 질문을 넣었다는 게 강교수의 설명이다.

강교수는 “한 학기당 교수-학생-조교가 각각 2-3-2회에 걸쳐서 스스로와 상대에 대해 평가하게 된다”며 “결국 배움이라는 것은 학습자와 강의자가 스스로가 얼마나 노력을 투입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진다. 이 사실에 근거해 강의평가 형식과 문항을 꾸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