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대구대학교에서는 참으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이 대학 학생들이 직접 총장의 취임식을 제안, 주도해서 연 것으로 우리나라 대학사상 처음 열린 행사인지도 모른다. 이날 대학 총학생회와 DU학생행복준비단은 경산캠퍼스 햇살광장에서 제 11대 총장 취임식과 학교 구성원들의 재도약 선언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총학생회는 물론 교수회와 직원노동조합, 총동창회, 총대의원회, 동아리연합회, 장애학생회, 외국인유학생회 등 학내 단체 대부분이 참가했다.

이 대학 홍덕률 총장은 지난해 직선제로 총장에 당선됐지만 이사회의 파행으로 무려 9개월 만에 지난달 총장 인준을 받았고 본인의 원에 의해 별도의 취임식을 갖지 않고 집무 중이었다.

이 대학 총학생회장은 지난 임기동안 홍 총장이 추진해온 ‘학생이 행복한 대학’이라는 슬로건 아래 대학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대구대가 학생들과 교직원, 지역사회의 성원에 힘입어 다시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취임식과 선언식을 제안했다고 한다. 홍 총장은 교수와 직원들의 취임식 건의는 사양했는데 학생들의 제안을 뿌리 칠 수 없었다고 한다.

대구대에서 총학생회 주관으로 총장취임식과 행복 선언식이 열리던 날 상지대 학생회는 총장실을 점거하고 총장 사퇴를 외치며 41일째 농성중이다. 이날 교육부에서는 대학 운영을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10월 10일까지 제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상지대 측에 보냈다고 밝혔다.

지난 8월14일 상지학원 이사회가 비리로 물러났던 김문기 전 총장을 다시 총장으로 선임하자 상지대 교수협의회, 총학생회, 심지어 한국교원단체 총연합회(교총)까지 나서 김 총장 선임 반대에 나섰다. 이어 교육부장관, 국회 교문위 야당의원들, 서울대 등 20여대 대학 총학생회까지 나서 김 총장 사퇴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여기에 역대 총장과 이사장들까지 가세, 기자회견을 열고 김 총장 사퇴 및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문기 총장은 “적법하게 총장이 됐는데 누가 이야기한다고 해서 (사퇴)하면 되겠느냐”며 물러날 뜻이 없다는 의사를 다시 밝혀 상지대 사태는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똑같이 학내 비리문제, 이사회의 갈등과 파행 운영 등으로 분규를 겪었지만 한 대학교는 똘똘뭉쳐 재도약을 시작했고 한 대학교는 오히려 분규가 심해지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총장이 사심을 갖고 사리사욕을 부리는 것으로 학내구성원에게나 외부에 인식되는가, 아닌가의 차이다.

대구대처럼 총장이 구성원들 덕분에 총장이 됐으니 내 한 몸 바쳐 학교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대내외에 천명하고 그 진정성이 통하면 총장을 중심으로 구성원들이 돌똘 뭉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대구대는 교수 직원 학생들이 합심해 새 출발을 하자며 다짐했고, 이번 수시모집에서 역대 최고 기록인 9.3대 1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기간 많은 아픔을 겪었지만 총학생회, 직원노조, 총동창회, 법인산하 특수학교 학부모 등이 한목소리를 내면서 재도약에 성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상지대는 총장 선임을 하자마자 총장이 주축이 된 총동창회를 제외한 내 외부 학교관계자들이 모두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총장은 사퇴거부로 맞서고 있다.

김문기 총장은 1993년 3월 학생 부정입학 등의 혐의로 구속돼 이듬해 상지대 이사장에서 해임됐다. 지리한 소송 끝에 지난 2010년 김 총장 측 인사들이 대거 재단이사에 선임되며 상지대를 다시 장악했고 김문기씨는 7월28일 재단 정이사, 8월14일 총장에 선임됐다.

후문에 따르면 김 총장은 한 정치권 중진인사를 총장으로 선임하려다 실패하자 본인이 직접 총장으로 나섰다고 한다. 김 총장은 1932년생이니 한국나이로 83세다. 80세 넘는 현직 대학총장들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83세라는 나이가 총장직을 수행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83세라는 노령에 굳이 주변의 반대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총장으로 부임했다는 것은 자칫 노욕(老欲)으로 비춰 질 수 있다. 인생 100세 시대이니 노욕을 부릴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노욕이 지나치면 노추(老醜)로 비춰진다.

최근 경기대 등에서 제2의 상지대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분규대학들은 대구대와 상지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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