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전통산업 경쟁력 제고위해 ‘인식전환’ 교육도

[한국대학신문 정윤희·신나리·이현진 기자] 대학들이 지역 기업과 손잡고 지역특산물 개발‧가공을 넘어 제품 시판까지 나서고 눈길을 끌고 있다. 맛도 영양도 좋은 ‘지역 특산물’이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온오프라인 유통 판로 확장에 나선 가운데 대학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전략요충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이다.

하지만 전통산업에 대한 ‘단기간’ 정부지원이나 산·학·연 간 인력의 매스매치 등 고질적인 문제도 여전해 대학뿐 아니라 산학연관이 함께 이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 지역 특산물, 지역 대학이 연구·개발은 물론 매장설치 판매까지 = 천연염색으로 유명한 전남 나주. 이곳에 자리잡은 동신대는 현재 ‘나주천연염색산업육성사업단’을 운영해 2011년에는 전주 풍남동 한옥마을에 천연염색 매장도 오픈했다.

이곳에서 ‘남도앤드림’이란 지역 공동브랜드를 내걸고, 사업단에서 개발한 시제품과 1인 창조기업 6개사 및 가족회사 2개사가 생산한 제품 36종 300여점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배냇저고리의 경우 방충효과와 민감성 피부 보호 기능도 뛰어나 어린 아기들의 피부를 생각하는 젊은 소비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최미성 동신대 나주천연염색산업육성사업단장은 “지식경제부와 나주시, 지역의 기업 등 산관학 협력을 통해 지역 상품으로 매장 오픈을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 공동브랜드인 남도앤드림이 명품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품 개발연구 유통망 활로 모색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타월의 60%이상 생산되는 충남 대전에서도 한남대 ‘대전 타월 패브릭 RIS사업단’이 타월산업의 부활을 주도한다. 경기침체와 저가 수입제품에 밀려 고전 중이던 국내 타월산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일으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신소재, 친환경 등 패브릭의 변화를 추구하고, 대나무선염 타월‧40수 핸드타월‧소취사 타월‧오가닉 유기농 타월‧핸드타월 등 그 형태의 다양성도 살렸다. 또 타보로(TAVORO)‧엘루체(ELLUCE) 등 지역과의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 타월의 고급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최웅기 한남대 대전 타올 패브릭 RIS사업단 팀장은 “대전지역은 타월산업 군집 산업구조임에도 첨단기술을 지향하는 대전 지역의 특성상 홀대 받아 온 것이 사실”이라며 “업체의 매출‧고용창출 증대도 중요하지만 먼저 기업 대표들의 타월산업 경쟁력 제고 가능성에 대해 ‘인식의 전환’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광주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광주대는 교내 학교기업 바이오텍을 통해 지역 특산물인 ‘황칠단’으로 제품을 연구개발해 시판하고 있다. 황칠단은 전남에서만 재배되고 있는 황칠나무가 주 원료로 노인성질환 예방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황칠나무는 일명 ‘나무인삼’이라 할 정도로 자양강장, 항당뇨, 간기능 및 장기능 개선, 기억력 개선 등 탁월한 효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북 경산시 소재 대경대학에서는 산학협력단 내 대경와인연구소에서 포도와 사과 등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 와인을 제조한다. 또 경산의 특산물인 대추를 이용한 막걸리를 연구개발했다.

학생들도 지역 특산물을 소재로 창업에 나섰다. 건양대 경영학과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김유진 씨와 한남대를 졸업한 안상희씨는 각각 무안 양파와 논산딸기, 충남 옥천의 구절초를 이용해 창업에 성공했다. 김 씨는 지난해 정부로부터 ‘우수 특구’로 지정된 논산청정딸기산업특구에서 자란 논산 딸기를 이용한 양갱과 김 등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고, 안 씨도 구절초 조청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들 청년 창업가들은 성공하기 까지 학교와 지자체의 도움이 컸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학부 재학시절, 교내 창업지원단에서 창업교육을 통해 마인드를 기르고, 창업담당관으로부터 1대1 컨설팅을 받았다. 또 대전시에서 운영한 청년 창업 500프로젝트에 선정돼 초기 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지원 끊기면 사업도 끝? 대학의 지속적 관심과 지원 필요” = 그러나 지역 특산물을 대상으로 수익사업을 하는 모든 대학이 사업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산업이 대학 내 산학협력단이나 학교기업, 정부 지원의 지역연고육성사업(RIS) 등 다양한 형태로 지원돼 연구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문제가 있다. 단기간 실적 위주의 지원과 산학연 간 인력의 미스매치다.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상지대는 지난 2012년 교육부의 학교기업 특성화 사업에 선정돼 연 2억 2000만원 씩 지원을 받았지만 최근 대학이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지정됨에 따라 더 이상의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상지대 학교기업장이었던 정구용 동물자원학과 교수는 “대학이 잘못해서 학교기업에 피해를 준 사례”라고 꼬집었다. 그는 “기계‧건물‧위생안전비용은 투자된 상태인데 운영비용이 없어 (사업을)못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학교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재개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이 학교기업은 지난 2월 교육부 실사평가에서 학교기업 ‘우수’평가를 받은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정지원 이후 사업 지속여부에 대해 사업단은 불안감을 늘상 갖고 있다. 지난 2010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연고산업육성사업(RIS)에 선정되고, 지난해 2단계 선정평가 최우수 사업으로 평가받은 동양대 풍기인견명품화사업단도 사정은 마찬가지. 풍기인견명품화사업단 우성규 과장은 “단기간 사업이 진행되다 보면 제품개발이 성공하기 전에 사업이 끝나는 경우도 있고, 제품이 개발됐어도 홍보 마케팅‧유통로 가 없어 결국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업의 성격에 따라 지속적인 지원이 차등화 돼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형산 목원대 창업진흥센터장·중소기업산학협력센터장은 “정부의 예산 밀어내기 식 지원은 금물”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전통산업을 이어가는 지역 기업의 인프라가 정부가 지원해 건립한 센터에서보다 좋은 경우도 있다”면서 정부의 지원이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식이 아니라 ‘긴 호흡’을 갖고 지역 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 창업도 녹녹치 않다. 충남 논산과 옥천에서 각각 딸기와 구절초를 이용한 제품을 생산하는 김 씨와 안 씨는 제품 홍보와 유통망 활로 개척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들은 “제품개발에 힘을 기울이다 보면 마케팅에 투자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제품 개발이 끝나면 제대로 홍보나 유통망 활로 개척에 신경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학과 지자체에서 청년 창업 역시도 긴 호흡으로 바라봐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계형산 센터장은 “1년 지원하는 사업은 정해진 기간 내 당장 실적이 내야하는 시스템”이라며 “창업 성공을 ‘사업자 등록증’으로 판단하는 것은 ‘청년들을 사지로 몰고 가는’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정부와 지자체, 대학의 단기간 목적지향적 지원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산업 관련 대학 내 ‘전문가’가 없다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전통 금형산업이나 장류 등 이 분야 전공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경영상’ 전체를 아우를 순 있어도 제품 생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엔 역부족”이라며 ‘사업성격과 인력의 미스매치’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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