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부동산 투자 등에 유용, 유럽 등 서양도 ‘주목’

“술수학은 미신이 아니라 동양철학 관점의  신학문…한류에 무게 더할 것”

▲ 조인철 원광디지털대 동양학과 교수가 부산광역시 연산동 육거리 부동산의 현장을 답사해 풍수학적으로 이 지역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집이나 건물을 고를 때는 내가 있는 위치를 중심으로 물이 허리띠를 두르듯이 감싸면서 흐를 때 좋은 기(氣)를 받는다. 반면 물이 나를 중심으로 허리띠 반대 모양인 활모양으로 흐르면 좋지 않다. 배산임수(背山臨水)라 하여 집 앞에 물이 흐른다고 다 좋은 건 아니란 뜻이다”

원광디지털대 동양학과의 수업 내용이다. 인간의 운명·환경 등을 동양철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동양의 술수학은 이미 동양을 넘어 서구사회에서도 신(新)학문으로 자리잡고 있다. 도시개발이나 부동산 투자를 위한 연구 부문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풍수학’의 세계적 흐름에 따라 이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국내 대학이 속속 생겨나는 추세다. 지난 2010년 사이버대학에서는 최초로 개설된 원광디지털대 동양학과가 주목받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과거에는 ‘묘(墓)자리’와 관련된 음택풍수를 중요시 여겼다면 현대에는 부동산·인테리어·조경·아파트·상가풍수 등을 아우르는 ‘살아있는 사람을 위한’ 양택풍수가 대세를 이룬다. 조인철 원광디지털대 동양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자연이 만들어 놓은 명당을 찾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풍수였다면, 이제는 삶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풍수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물길보다 도로가 중요해졌고 산보다는 건물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동양학과’의 풍수과목에서는 주로 ‘양택풍수’를 다룬다. 때문에 원광디지털대 동양학과 학생들은 도시개발이나 건축·부동산·인테리어·문화재 등의 관련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동양학과 교수들과 학생들은 한달에 한 번 이상 서울도심지를 비롯해 전국 곳곳을 누비며 경매 부동산 위주로 답사를 하고 있다. 해당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오기까지의 원인을 풍수학적으로 풀어보기도하고 길(吉)한 기운을 얻기 위한 조건을 탐색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국제술수심포지움도 개최했다. 인도·일본·유럽 등 전문가들이 참석해 ‘동아시아 술수학에 대한 다각적 접근’을 주제로 고견을 나눴다. 특히 술수학은 전세계에 불고있는 한류 열풍에 무게를 더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조 교수는 “유럽에서도 최근 인테리어 풍수가 유행할 정도로 술수학이 일반인들의 생활 안으로 들어와있다”며 “풍수는 이제 동양을 넘어 서구사회에서도 활용되면서 도시개발 뿐 아니라 부동산의 투자부분까지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의 저서 ‘우리시대의 풍수’는 지난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부동산을 보는 안목을 키우고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담고 있는 저서 ‘양생풍수의 비밀’은 베트남어로 번역돼 현지에 수출되기도 했다.

▲ 원광만세력 어플리케이션
그는 또 교육부와 한국방송통신대에서 진행중인 OER(Open Educational Resources)콘텐츠 개발사업에 참여해 ‘공간구성의 지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사업은 4050세대를 대상으로 진로 등을 모색해주고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것을 목적으로 추진됐다. 해당 강의는 영문자막으로 번역된 뒤 오는 12월부터 무료로 공개된다.

조 교수는 “영어로 번역된 강의를 제공한다는 것 자체가 한류콘텐츠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라며 “한류 흐름을 타고 술수학도 전세계적으로 전파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같은 학과 박정윤 교수는 ‘원광만세력’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만세력’은 조선시대에 출판된 역법서로, 중국과 차별화된 계산법을 도입한 우리 고유의 역법이 담겨 있다. ‘원광만세력’에서는 사주를 바탕으로 대운, 년운, 월운, 일진을 볼 수 있다. 특히 역이나 사주를 공부하는 경우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조 교수는 “21세기 과학시대에 사주·풍수 등의 미신을 가르치냐는 회의적 목소리도 있지만 술수학은 미신이 아닌 통계학·심리학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며 “술수학의 경제적 가치가 1년에 2~3조 원에 달하는만큼 올바른 학문으로 정립시켜 전문인을 배출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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